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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세상보기] '제3회 2024 탈북민 노래자랑'


[탈북민의 세상보기] '제3회 2024 탈북민 노래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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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특히 이번 추석은 주말과 이어져 있어 평소보다 연휴가 더 길어졌고요. 그만큼 탈북민들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더욱 짙어집니다. 그 가운데 최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는 탈북민들과 함께 모여 축제의 장을 만드는, 노래자랑 행사를 개최했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제3회 탈북민 노래자랑’ 현장 소식 전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허영란의 ‘날개’를 부르는 한 탈북민 참가자. 10명의 본선 진출자 가운데 참가번호 9번으로 참가한 탈북민인데요. 무대 위에서 자기 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탈북민 노래자랑’, 남북통합문화센터 통합지원팀의 이준호 팀장은 매년 노래자랑에 참가하는 탈북민 지원자 수가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준호 팀장] "해가 갈수록 지원자가 배로 늘어나고 있어서요. 올해는 예선하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요. 거의 70명 가까운 분이 지원하셨습니다. 그중에서 10명을 선발하는데 심사위원님들께서 꽤 어려움을 겪으셨습니다. 참가자분들의 노래 실력이 전년보다 더 좋아지셨어요. 그래서 우열을 가리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탈북민들이 추석을 맞아서 고향을 가시지 못합니다. 그래서 모든 탈북민이 하나의 축제의 장으로 느끼실 수 있게끔 초대 가수분들은 탈북민 초대 가수님들로 구성했고 또 특별 출연으로 저희 노래 교실에서 수강하시는 수강생들의 합창도 준비했습니다.”

이준호 팀장은 노래자랑 무대를 볼 때마다 뭉클함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고향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한국에서 펼치는 모습을 보며 매년 감동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참가자들이 무대에 섰을까요? 먼저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너나들이 노래교실’의 수강생인 탈북민 박정옥 참가자의 이야기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박정옥 참가자] "제가 신청한 노래가 ‘아내의 노래’인데요. 1952년도에 나온 노래인데 유호 작사, 손목인 작곡 그다음에 심연옥 씨 노래인데요. 이 노래는 남편을 전쟁터로 내보내는 아내들이 이렇게 확연한 의지를 가진 노래인데요. 이 노래가 정말 가슴에 와닿았어요. 아무래도 좀 떨리는 게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도 연습한 것만큼은 못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좋죠. 특히나 이렇게 추석을 앞두고 있으니까, 저희들의 마음을 채워주고 고향의 향수가 느껴지는 하루인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 탈북민 참가자는 조태복의 ‘눈물 때문에’를 열창했는데요. ‘마이웨이(my way)’라는 예명으로 참가했고요. 이 곡을 선정한 이유와 함께 행사 소감에 대해서도 전했습니다.

[녹취: 마이웨이 참가자] "고향 생각 많이 나니까 우선은 부모님들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노래 내용 자체가 그래도 조금 슬픈 내용들이어서 마음이 좀 아프죠. 일단 우리가 부모, 형제님하고 헤어져 살려고 이렇게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런 아픈 마음에서 그 노래를 선정하게 됐어요. 또 도전하고 싶어요. 진짜로, 대상이 될 때까지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이게 엄청나게 좋은 일이죠. 진짜 늘 우리 사람들이라는 게 진짜 사회에 나가서 열심히 살거든요. 오직 그냥 회사, 집, 회사, 집 일하다가 주말 같은 때 이런 행사가 있으니까 서로 만나서 추억담도 나누고 유대감도 쌓이고 좋은 거로 생각하거든요.”

본선 진출자 10명의 무대가 모두 끝나고 시상식을 기다리던 중 의상을 화려하게 차려입은 한 참가자도 만났는데요. 2017년 한국에 정착한 김옥주 씨고요.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 참가라고 하는데, 의상에 신경 쓴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녹취: 김옥주 참가자] "작년에 제가 그냥 청바지에 반팔 입고 왔었어요. 그때는 노래만 잘하면 되지, 이런 식으로 근데 무대 매너가 또 중요하고 이 무대에 어느 만큼 관심을 가지는가? 거기서 되게 후회하고 그랬었거든요. 제가 너무 거만했구나, 그래서 하나 장만했어요. 많은 색깔이 있었는데 그래도 파란색이 무대에서 제일 이쁘지 않을까? 그냥 예뻐 보여서 샀어요.”

김옥주 참가자는 파란색 드레스에 높은 구두를 신고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열창했는데요. 그 현장음 함께 들어봅니다.

[녹취: ‘꽃밭에서’ 현장음]
김옥주 씨는 작년 ‘탈북민 노래자랑’에 참가하며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고요. 떨리지만, 연습한 대로 최선을 다해 무대를 마쳤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옥주 참가자] "작년에 이런 탈북민들만 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고 해서 그때 자신감 있게 나와서 그때 아마 자신감 얻었던 것 같아요. 그다음부터 이렇게 무대에 나가서 상들도 받고 그랬어요. 그래서 되게 저한테는 의미가 있는 무대인 것 같아요. 저는 정훈희 님의 ‘꽃밭에서’, 북한에서 들었는데 제가 휴양소 같은 데서 일했었거든요. 경치가 너무 좋은 데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그 노래를 불렀었어요. 항상 혼자 걸어갈 때 그 노래를 부르고 언제쯤 내가 이 노래를 멋있게 한번 불러보지? 그랬는데 오늘이었던 것 같아요. 노래 부를 때는 긴장한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하면서도 잘해봐야지, 내가 꿈꿔왔던 거니까 최선을 다해서 해야지,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시상식이 시작되고 대망의 대상을 호명하는 순간, ‘제3회 탈북민 노래자랑’의 대상은 탈북민 김옥주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녹취: 대상 수상 현장음]

[녹취: 김옥주 참가자] "항상 하는 얘기인데 저희 탈북민들 정착을 이렇게 잘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단체와 이웃분들의 관심이 있어서 저희가 정착을 잘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저희가 받은 것만큼 배로 돌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거고요. 다가오는 추석, 고향에 있는 분들 그리시면서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 희망을 주시는 그런 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대상 수상자 김옥주 씨의 앙코르곡을 끝으로 행사는 마무리됐습니다. 초대 가수로 함께한 탈북민 한옥정 씨도 이날 행사가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는데요.

[녹취: 한옥정 탈북 가수] "제가 어떻게 보면 1세대 탈북 가수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예전에 달래 음악단으로 데뷔해서 지금은 솔로로 활동하고 이런 과정에 되게 궁금했어요. 우리 후배들 어떻게 노래할까? 그래서 저는 정말 재미있게 본 것 같아요. 일단은 북한하고 창법이 비슷한 가요 같은 경우에는 ‘아, 잘한다. 정말 잘하네. 저분은 북한에서부터 했나 봐.’ 이렇게 할 수 있는데 젊은 친구들이 남한의 발라드를 부르는데 ‘야, 저걸 소화하네.’ 이런 생각, 그러면서 역시 세대가 바뀌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통일의 과정이 그런 게 아닐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스며들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고 이렇게 가더라고요. 그래서 통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렇게 어울려지면서 남과 북이 같이 하나가 되어가는 그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봤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탈북민 관람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인 한국 시민도 함께해 그야말로 작은 화합의 장이 이뤄졌는데요. 그 소감 끝으로 들어봅니다.

[녹취: 김슬기 씨] "여기 옆에 주민이어서 아이들이랑 (남북통합센터) 도서관 온 김에 아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고 아이들이 탈북민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는데 탈북민이라는 걸 알고 좀 신기해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엄청나게 잘하시고 남한 노래를 몰래 연습했다는 말에 많이 놀랐던 것 같고 재밌게 잘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와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녹취: 윤성환 씨] "너무 감명 깊게 봤어요. 저희가 있을 때는 이런 게 없었거든요. 저도 이제 온 지가 27년 됐는데 지금 3회째라고 하니까 저도 와보고 싶었지만, 일을 하느라고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까 오늘 처음 왔어요. 우리 탈북민들이 남한 사람들하고 같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는데 그게 너무너무 좋은 것 같아요.”

[녹취: 박금덕 씨] "저는 평소 탈북민에 대해서 거리가 멀게 생각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탈북민들이 이렇게 음악회 하는 데 와서 봤는데 너무 좋아요. 그리고 마음으로 한층 더 가까워졌고 진짜 우리는 한민족이구나, 같은 국민이구나, 이 생각을 했어요. 내년에도 또 오고 싶어요. 북한에는 좀 억세고 그런 노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까 그 가을 단풍이 막 나오면서 남한 노래하고 비슷한 점이 많구나, 이 생각을 했어요. 너무 좋았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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