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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러시아제 수송기 공중조기경보기로 개조 중…과제 산적”


16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북한이 러시아에서 1990년대 초에 인도한 일류신 Il-76 캔디드 항공기 3대 중 1대에 대한 개조 작업이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서 진행 중이라며 지난 9월 촬영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출처: MAXAR)
16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북한이 러시아에서 1990년대 초에 인도한 일류신 Il-76 캔디드 항공기 3대 중 1대에 대한 개조 작업이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서 진행 중이라며 지난 9월 촬영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출처: MAXAR)

북한이 1990년대 러시아에서 도입한 대형 수송기를 공중조기경보기로 개조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고 영국 민간 연구소가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중조기경보기를 확보하는 데는 기술적 도전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문가들 “북한, 러시아제 수송기 공중조기경보기로 개조 중…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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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조셉 뎀시 연구원은 북한이 1990년대 러시아에서 도입한 일류신 Il-76 항공기 3대 중 한 대가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옮겨져 공중조기경보기로 개조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16일 밝혔습니다.

뎀시 연구원은 이날 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 지난 8일 순안국제공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주 날개 바로 뒤 중앙에 두 개의 수직 지지대가 드러났는데, 이는 레이더 돔을 장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뎀시 연구원] “Satellite imagery from 8 September 2024, however, showed the modifications uncovered with two convergent vertical struts consistent with a possible radar-dome mounting.”

또 지난 8월 보안을 위한 울타리가 설치된 이후 후방 동체 하단에 수직 안정판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16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북한이 러시아에서 1990년대 초에 인도한 일류신 Il-76 항공기 3대 중 1대에 대한 개조 작업이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서 진행 중이라며 지난 9월 촬영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출처: MAXAR)
16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북한이 러시아에서 1990년대 초에 인도한 일류신 Il-76 항공기 3대 중 1대에 대한 개조 작업이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서 진행 중이라며 지난 9월 촬영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출처: MAXAR)

이런 공기 역학적 안정판은 대형 레이더 돔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대부분의 Il-76 공중조기경보기 개조 항공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기체는 지난해 말 공항 내 별도의 정비구역으로 옮겨져 주변에 새로운 울타리가 설치됐었습니다.

최근까지도 이 레이더 장착 지점은 가려져 있었는데 지난 8일 위성사진에서 두 개의 수직 지지대가 드러난 것입니다.

또 울타리 안에 약 130제곱미터 크기의 새로운 대형 텐트 구조물이 나타났는데 이 텐트 안에 항공기에 장착할 레이더 돔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뎀시 연구원은 밝혔습니다.

옛 소련은 1970년대 Il-76을 개조해서 A-50 공중조기경보기를 만들었고, 러시아 시절인 2003년 A-50U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개조가 완료되면 북한은 처음으로 공중조기경보기를 보유하게 됩니다.

공중조기경보기는 ‘하늘에 떠 있는 눈’이라 불립니다.

하늘 높이 떠서 감시 레이더를 통해 적 항공기와 선박 등의 위치와 속도, 항로 등의 움직임을 탐지∙분석해 이를 지휘부와 아군 전투기에 실시간 전달해 대응 공격을 가능하게 합니다.

특히 산악지대가 많아 지상 기반 레이더만으로는 감시∙정찰에 한계가 있는 한반도에서는 필수적인 역량으로 간주됩니다.

그런데 이 공중조기경보기를 운용하려면 다른 전투기들과의 연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전투가 벌어질 경우 공중조기경보기가 상공에서 적 전투기의 움직임을 포착해 데이터 링크(Data Link)를 통해 자국 전투기에 이를 알려줍니다. 그러면 자국 전투기가 이동해 적 전투기를 격추하는 겁니다.

“레이더 시스템 확보 관건∙∙∙기술적 난관 산적”

하지만 북한은 이런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습니다.

뎀시 연구원은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북한이 당면한 잠재적 기술적 난관들 가운데 하나로 “공중조기경보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아군 전투기에 전달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기준으로 최신형인 미그-29 전투기조차 이런 데이터 링크 기능을 갖췄을지 의문이란 겁니다.

북한의 미그-29 두 대가 훈련 비행을 하고 있다.
북한의 미그-29 두 대가 훈련 비행을 하고 있다.

뎀시 연구원은 북한이 당면한 기술적 난제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적절한 레이더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기존의 지상 기반 레이더 시스템을 개조하는 일도 도전적일 수 있지만, 그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공중조기경보기에 사용할 적절한 레이더 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실제로 운용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과 자원을 갖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뎀시 연구원] “Firstly there is the modifications to the airframe that will need to be both structurally and aerodynamically safe. North Korea has limited experience of something like this. Secondly and perhaps most crucially is access to a suitable radar. Converting an existing ground based radar system would be challenging and/or limit effectiveness.”

또 북한은 항공기 구조와 공기역학적으로 안전한 개조 작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공중 급유 능력이 부족해 항속 시간이 제한적”이라며 “30년 된 이 비행기들의 비행 준비와 정비 주기도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공중조기경보 역량은 제한적으로 몇 주 또는 몇 달간의 지속적인 감시보다는 특정 시기나 긴장 상황에서의 감시에 중점을 둘 것이란 설명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공중조기경보기를 운용하려면 실제 작전 중인 항공기와 출격 준비 중인 항공기, 정비 중인 항공기를 포함해 3대가 있어야 합니다.

“러시아 지원 가능성 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17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중조기경보기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매우 정교한 장비라서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국가만 보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북한도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러시아와의 새로운 관계를 감안할 때, 러시아가 북한 군사력 향상을 위해 이런 역량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Airborne early warning platforms are, you know, highly technical and you know, very sophisticated a few countries have them in the world. And so I'm sure that there are technical challenges but it's likely that now given the new relationship with Russia that Russia will be assisting in developing their capabilities and to develop this for the North Korean military.”

맥스웰 부대표는 또 북한이 설사 공중조기경보기를 개조한다고 하더라도 그 실효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공중조기경보기는 아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후방에서 적진을 감시해야 하는데 북한의 공군 전투기들은 노후해 공중조기경보기를 엄호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설명입니다.

러시아 첨단 전투기 북 제공 가능성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공중조기경보기 정보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공중조기경보기 정보가 유용하려면 적기의 정보를 전달받아 이를 격추할 전투기가 필요한데 북한은 그만한 역량을 갖춘 첨단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공중조기경보기는 북한이 적어도 한국의 F-16 전투기를 상대할 만한 현대적인 전투기를 확보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러시아가 실제로 공중조기경보기 관련 기술을 북한에 이전하고 있다면, 조만간 더 발전된 전투기들도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첨단 전투기 시설을 둘러본 것은 가까운 미래에 첨단 전투기 이전까지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 presumably if Russia's really transferring this technology to North Korea, sooner or later they're going to start transferring more advanced fighter aircraft. When Kim went to meet Putin in Russia, he went to an advanced fighter aircraft facility and examined the aircraft. So this is probably an indication that such transfers are going to happen in the not too distant future.”

김정은은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항공기 공장을 방문해 러시아의 다목적 초음속 전투기 수호이(Su)-35와 스텔스 전투기 Su-57 등의 공정을 시찰하고, Su-35 시험 비행도 지켜봤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실제로 개조한 항공기를 3~4대 만들고, 그에 맞는 첨단 전투기까지 갖춘다면 이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김정은은 오늘 필요한 것을 넘어서서 3~5년 후에 갖출 것들을 계획하기 때문에 지금 진행하는 작업은 그가 시작하려는 과정의 일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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