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총리로 선출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총재의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시아 각국의 대중국 접근 방식이 다르고, 집단 방위에 대한 의지도 불투명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이시바 총재가 밝힌 미한일 협력 의지는 향후 3국 공조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기구를 아시아에 창설하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총재의 구상에 미국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중 접근법 달라, 집단방위 의지 불투명”
제프리 호넝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0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이시바 총재가 차기 일본 정부에서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정책으로 추진한다면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참여국들이 중국에 대한 전략적 연대를 어느 정도 형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국에 대한 공통된 대응 방식에 동의할지는 불분명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한국, 일본, 인도, 필리핀, 호주 모두 중국과의 관계가 다르고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크게 다르다”는 분석입니다.
[녹취: 호넝 연구원] “One is any participating countries they might have some broad strategic alignment regarding China but it's unclear if they agree in a common way to deal with China. You think about South Korea, Japan, India, the Philippines, Australia, I'm sure they all have different relationships with China and how they would want to deal with China I think differs greatly. The second is NATO works because it's based on an agreement to engage in collective security. If one country is attacked, then the others will come to their aid. It's unclear to me that any country in the Indo Pacific, including Japan, is ready to come to the aid of another country if they are attacked.”
호넝 연구원은 “나토는 집단 안보에 대한 합의에 기반해 작동하지만, 일본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집단 방위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총재는 허드슨연구소에 게재된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라는 기고문에서 “중국 등을 억제하기 위해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하고 이 틀 안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시바 총재가 선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주장해온 내용입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30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현 시점에서는 아시아판 나토 설립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I think at this stage it's not all that feasible to establish a, an Asian NATO. Too many of the countries have economic relationships with China like South Korea, where China would retaliate and cause significant economic pain to any participants in an Asian NATO… China has been for decades trying to establish economic relationships with the countries surrounding it so that it could then leverage those countries should there ever be a push to counter China. And so anyway, it's certainly not going to be easy for Japan to set such a thing up. May not be possible at all.”
베넷 연구원은 “한국을 비롯해 너무 많은 나라들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얽혀 있다”며 “중국이 보복할 경우 아시아판 나토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들이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며,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아시아의 집단 안보가 중국이 아닌 북한에 대한 대응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시아 집단안보 구상은 시기상조”
국방부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을 겸하는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와 화상통화에서 “일본의 역사적 이유로 인해 아시아에서 다자 안보 기구를 창설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있다”며 미한일 삼각 공조 역시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오핸런 연구원] “This probably is problem number one in limiting the Us, Japan Korea triangular relationship, which has gotten tighter in the last couple of years and led to a summit between the leaders of the three countries last year at Camp David in Maryland. But it is still at a relatively early state and hasn't yet demonstrated it's able to survive transitions politically in all three countries or even in you know, two of them. And so I think we're going to have to expect that this idea is going to need to be debated for a long time before it could actually be adopted.”
오핸런 연구원은 “미한일 관계가 지난 몇 년간 긴밀해졌지만, 아직 정치적 전환기를 견뎌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아시아판 나토) 구상은 오랜 시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케네스 와인스타인 허드슨 연구소 일본 석좌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집단적 자위를 함께 수행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일본의 방위 비상사태는 중국의 센카쿠 열도, 스카보러 암초, 또는 타이완에 대한 움직임과 관련돼 있고, 한국의 방위 비상사태는 북한의 핵 또는 재래식 도발과 관련돼 있어, 두 나라의 방위 우선순위가 너무나 다르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와인스타인 석좌] “The primary defense contingencies for Japan (PRC moves on the Senkakus, Scarborough Shoal, or Taiwan) and the ROK (DPRK nuclear or conventional) are so different as to make collective self-defense for the US major allies in the Indo-Pacific incompatible… Also, there may be a disagreement on whether to accept Taiwan into Asian NATO (similar to Ukraine). In short, an Asian NATO is a worthwhile thought experiment that needs to be thought through.
또한, “아시아판 나토에 타이완을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아시아판 나토는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이론적 실험이지만,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국내법 개정 필요”
고토 시호코 윌슨센터 인도태평양 국장은 이시바 총재의 구상에 대해 “일본의 현행 헌법 하에서는 집단방위를 완전히 수행할 수 없다”며 국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고토 국장] “There are many obstacles to this but one of the biggest ones for Japan domestically is that under the current Constitution, Japan cannot act fully in collective defense. So the NATO article five, it's about an attack on one it's an attack on all. If let's say you had this five-country alliance, Australia comes under attack. Japan currently cannot come to the aid of Australia. So there would have to be some kind of domestic reform to ensure that Japan has the capability to act as a responsible partner in this collective defense mechanism.”
고토 국장은 “나토 헌장 5조는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지만, 현 상황에서는 일본이 호주를 도울 수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내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2016년 개정된 안보법에 따라, 일본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이 위험해질 경우에만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총재가 ‘아시아판 나토’ 내에서 미국과 핵 공유 및 미국 핵무기의 역내 반입을 주장하는 것은 일본의 비핵 3원칙, 즉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으며, 반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제프리 호넝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지적했습니다.
[녹취: 호넝 연구원] “I think it would cause a lot of domestic opposition and could cause the new administration depending on when he decides to do that, it could cause a lot of political challenges going forward. The other challenge is that the United States has not really been keen on that idea when you know, before Prime Minister Abe was assassinated, he did float the idea of nuclear sharing with the United States and the United States basically said we have no interest in that.”
이어, “일본 국내에서 많은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고, 새 정부의 결정 시기에 따라 상당한 정치적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핵공유 반대… 아시아 집단 안보에 소극적
핵공유에 대한 미국의 반대도 핵심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호넝 연구원은 “아베 총리가 암살되기 전, 미국과의 핵 공유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나, 미국은 그 아이디어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습니다.
와인스타인 석좌 역시 “미국은 현재로서는 핵 공유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와인스타인 석좌] “The US has no interest in nuclear sharing as of now. However, Ishiba’s concern about increasing the deterrent against an ever more powerful PRC nuclear program is a welcome one. The US recognizes and addresses Japan’s concerns regarding deterrence through efforts like the 2+2s and will continue to work that way. That being said, some in DC are concerned that openly questioning the effectiveness of our deterrent may unintentionally undermine it.”
와인스타인 석좌는 이시바 총재의 중국 핵 프로그램 억제력 강화를 위한 우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억제력 효과에 대한 공개적 의문 제기가 의도치 않게 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워싱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호넝 연구원은 이시바 총재가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다자기구를 추진할 경우, 미국과의 마찰이 예상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호넝 연구원] “I don't think it's similar because what the US is doing with its minilaterals they're not talking about collective security they're not talking about the type of alliance that you see in NATO. What they're talking about is having very specific issues that they with these small groupings can try to work together towards. So whether that's a COVID response, whether it's HADR, whether it's notification of North Korean missile launches like we see with Japan and South Korea they're very specific in terms of what they're targeting.”
호넝 연구원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나토와 같은 동맹을 추구하지 않으며, 미국이 집중하는 것은 코로나19 대응, 인도적 지원과 재난 구호, 북한 미사일 발사 정보 공유 같은 구체적인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역내 다양한 안보협력 먼저 추진해야”
아오키 나오코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이메일을 통해 “이시바 총재의 아이디어는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특히 아시아 국가들 간의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전략적 조율이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오키 연구원] “I think the biggest challenge is strategic alignment. Threat perceptions among Asian countries are very different, even when it comes to China… I think there are a lot of different paths that could be pursued to increase the level of security in the region before we consider this option. We can, for example, think more about deepening and broadening the cooperation among the U.S. and its allies within the current system that relies on formal bilateral relationships and informal multilateral groupings.”
이어 “아시아판 나토를 논의하기에 앞서, 미국과 동맹국들 간의 협력을 심화하고 확대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미사일 방어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 현재 가능한 협력 범위라고 제안했습니다.
[녹취: 오핸런 연구원] “We could continue to figure out ways to better cooperate with South Korea and Japan and the United States on air and missile defense for the whole region in the event of war. I think there is now greater intelligence sharing but it doesn't mean that missile defense systems based in Japan would necessarily be used to try to protect South Korea. You could say the flight times are going to be too short and that wouldn't be possible but you know, Japan could consider putting more ships into the Sea of Japan.”
특히 “전쟁 발생 시 역내 대공미사일 방어 협력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이 동해에 더 많은 함정을 배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고, 언젠가 한국 땅에 일본군을 배치하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한국인들이 원하지 않겠지만 (아시아판 나토 전에) 이런 단계적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한일 협력에 긍정적인 구상”
고토 국장은 이시바 총재가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는 미한일 협력에 긍정적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고토 국장] “I think what Ishiba brings to the table is a, an inherent understanding of the need to work closely with Seoul. I think this is a very positive development for trilateral relations we have. There's a lot of uncertainty about post-Yoon Korean commitment to the trilateral. There's a lot of anxiety about what would happen post Biden as well. But for now we can say that there is political backing from the Japanese government to continue to push forward with this trilateral agreement.”
고토 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 이후 한국의 의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바이든 대통령 이후에 대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3국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시바 총재가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지적하고 있으며, 그의 제안이 몇 년 후에는 선견지명과 정확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shiba-san makes some important points in his comments. In the coming years, I expect he will be regarded as quite prescient and correct in his recommendations, and that U.S., ROK, and other experts will come to agree with his ideas. But, at the present moment, the ideas are far-reaching, complicated, and probably premature. But I can imagine a time when they will not be regarded so. Mr. Ishiba means well in terms of the alliance with the U.S. and the growing partnership with the ROK. He is someone whose ideas should be listened to carefully.”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현재로서는 그의 아이디어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시바 총재는 미국과의 동맹과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의 의견은 주의 깊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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