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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세상보기] 엄마의 마음으로 탈북민을 보듬어주는 ‘탈북민 심리상담사 이바다 씨’


[탈북민의 세상보기] 엄마의 마음으로 탈북민을 보듬어주는 ‘탈북민 심리상담사 이바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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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남북통합문화센터에는 탈북민과 그 가족의 마음 건강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전문심리상담과 언어지원 프로그램 진행하고 있는 ‘상담센터 마음숲’인데요. 그곳에서 전문 심리상담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이바다 씨를 만났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탈북 심리상담사 이바다 씨’의 얘기 전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탈북민 심리상담사 이바다 씨가 내담자와 인사를 나눕니다.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점차 분위기를 풀어내는데요.
탈북민 이바다 씨는 지난 2013년 한국에 입국했고 그다음 해 바로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이 씨는 처음부터 심리상담을 전공한 건 아니라고 하는데요.

[녹취: 이바다 상담사] "사이버대학교 입학할 때는 사회복지학과로 입학했어요. 했는데 사회복지학과 이수는 다 하고 남았어요. 기간이 남아서 교수님이 조기 졸업해도 된다고 했는데 제가 더 배우고 싶은 그게 있어서 조기 졸업은 안 하겠다. 국가가 나에게 허락해 준 그 기간 다 채워서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주변을 살펴봤어요. 옆에 학과들을 봤는데 상담심리치료학과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과목이 흥미로워서 처음에는 그냥 들어보자고 해서 들었는데 너무 진짜 흥미롭고 재미있고 좋았어요. 그래서 이게, 있는 줄 먼저 알았더라면 이것부터 시작했을걸, 이런 마음이 들 정도로 재미있고 좋아서 그때부터 빠졌어요.”

사실 그녀가 심리상담에 관해 처음 접한 건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사무소)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이바다 상담사] "하나원에 개인 심리상담이 있었어요. 복도에다가 우편통처럼 만들어놓고 상담 신청할 사람들 자유롭게 신청 넣어주세요. 이름만 넣어주세요. 했어요. 저는 심리상담이라는 그 용어가 너무 신기했어요. 상담이라고 하니까 무슨 이야기는 맞는데 이건 뭘 어떻게 하는 거지라는 이게 딱 들어서 신청 넣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3개월 있는 동안 매주 심리 상담받았어요. 그래서 그 상담의 맛을 그때 안 거죠. 근데 상담심리치료학과가 딱 있으니까 그때 생각도 났고 더 궁금증도 났고 이렇게 심리 상담을 시작했고요. 결국은 2개 학과를 사회복지학과랑 상담심리치료학과랑 나중에는 복수전공 신청해서 아예 2개 학사를 졸업한 거예요.”

그렇게 이 씨는 상담심리학과까지 복수전공으로 2018년 2월에 졸업했고요. 이후 더 깊이 심리학에 관해 공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했죠. 그 이유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바다 상담사] "어느 대학교 석사 과정 갈지 그다음에 등록금이랑 이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제가 등록금을 걱정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는 게 제가 2013년에 입국해서 2014년 1년 만에 취직해요. 취직해서 일하는 도중에 7개월 만에 암 진단받아요. 그래서 회사에서 제가 나왔어요. 그러면서 암 치료 관리도 하면서 대학 공부를 끊지 않고 했던 거고 그때 당시도 암이 완치 판결도 안 받은 상태고 해서 일단 대학을 졸업했고 그러다 보니까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등록금 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러던 차에 그녀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이 씨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바다 상담사] "2019년 가을 학기에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 입학하게 돼요.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서 그해 처음으로 그 학기에 북한이탈주민 전문 상담사를 양성하자. 이렇게 결정해서 첫 북한이탈주민을 모집한다고 공고를 낸 거예요. 그래서 바로 서류 다 넣었죠. 그랬더니 서류가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고요. 그걸 받고 면접 보고 합격해서 입학하게 됐어요.”

결국 그녀는 누구보다도 성실히 대학원에 다니며 22년 8월 모든 석사 과정을 수료합니다. 이 씨는 졸업한 다음에도 자격증을 따기 위한 노력부터 상담사로서의 일을 해왔는데요.

[녹취: 이바다 상담사] "상담 맥을 끊으면 안 되니까. 왜냐하면 학교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하면서 졸업까지 했으니까 졸업한 이후에도 이걸 끊지 말고 상담해야 하겠다는 이게 있어서 나름 내담자를 계속 모색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다음 해 양천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인턴으로 1년 일하면서 상담을 쭉 하고 원래 약속대로 올해 12월까지 거기서 하기로 했는데 뉴딜 일자리 사업이라고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경력을 만들 기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 얼른 서류를 넣어서 했더니 합격했어요. 근데 저는 면접 때부터 상담 쪽으로 보내달라고 계속 의사를 밝혔거든요. 그랬더니 여기가 배정된 거예요.”

그렇게 이 씨는 올해 4월부터 ‘상담센터 마음숲’의 탈북 심리상담사로 탈북민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고 있습니다. 자신에게는 이 일이 사명처럼 느껴졌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바다 상담사] "그게 어떤 마음이었냐면요. 나는 북한이탈주민이고 내가 상담을 받아서 상담의 가치를 안다. 나는 상담의 맛을 안다. 나는 상담을 받으면서 내가 엄청난 마음의 상처가 있고 그것이 오래됐고 이것들을 치료하려면 얼마나 어렵다는 걸 내가 느낀 거예요. 근데 어떤 생각이 드냐면 나 같은 사람이 지금 3만 명 넘지 않나? 이게 딱 들어오는 거예요. 상담이랑 공부를 안 한 사람들은 더욱 모를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들을 상상했을 때 너무 안타깝고 꼭 상담사가 돼서 나도 함께, 공감대는 내가 확실히 더 잘할 수 있다. 이런 게 있어서 나도 북한이탈주민들의 그 마음의 상처, 돌같이 굳고 얼음같이 언 그 상처를 녹여주고 부서뜨려서 참흙같이 만드는 그 일을 나도 해야겠다는 이게 딱 들더라고요. 이렇게 진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한 길로 쭉 가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상담하면서는 자신들이 얼마나 심리적 상처를 가졌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탈북민들을 만났을 때 가장 안타깝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바다 상담사] "본인들이 자신의 마음이나 정서에 대해서 알려고 안 했고 모르고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우리가 심신 일체, 몸과 마음이 하나라고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파요. 근데 우리가 길을 가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다고 하면 바로 병원 갈 거 아니에요? 근데 내 마음이 지금 아파, 내 마음이 속 상해를 너무나 모르는 거예요. 그걸 모르면 어떻게 되냐면 심하면 몸으로 가거든요. 몸이 아픈데 그걸 모르는 거예요. 그것이 너무 안타깝고 당신의 마음에 뿌리내린 그 마음의 고통이 몸에 영향을 줘요. 라는 말을 감히 할 수도 없을 만큼 그들은 그걸 못 받아들일 정도로 모르고 있는 거예요. 그게 제일 안타까웠어요.”

더불어 내담자의 가족과 상담하고 그들의 트라우마와 상처가 회복됐을 때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녹취: 이바다 상담사] "몇 주 전에도 여기서 온 가족을 놓고 상담했거든요. 제가 할 일이 뭐겠어요? 자녀에게는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고 엄마에게는 자녀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게 하고 그래서 아, 내 사랑은 맞지만 내 방법은 틀렸구나. 서로 알고 결국 이 자리에서 헤어질 때는 안고 눈물 흘리고 이런 걸 하는 거죠. 내가 한 가정을 드디어 햇빛이 들어가게 구멍을 뚫었다는 그게 끝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 빛이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그때 제일 기쁘죠.”

그러면서 내담자에게 따뜻한 엄마가 되어주는 것이 자신이 바라는 상담사의 모습이라고 하는데요.

[녹취: 이바다 상담사] "저는 보듬어주는 따뜻한 엄마, 항상 바라는 게 그거예요. 우리 (북한이탈) 주민들이 70여 년간 분단돼서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문화적 차이도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그 문화적 차이를 무시 못 하는 것이 제가 거기서 살아봐서 알잖아요. 이 북한 제도, 체제에 의해서 만들어진 성격과 그 행동 스타일이 있는 거예요. 나는 그걸 발견한 거예요. 그중의 하나가 어릴 때부터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을 못 받은 게 있어요. 저는 이 사람이 지금 예를 들어 50대다. 나하고 비슷한 연령대라 해도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심리적 나이가 계산되는 거예요. 그러면 그 연령대에 맞게 반응해 주는 거죠. 그러면 이 사람은 50대라도 아기인 거예요. 자기 친엄마한테 말했지만, 거부당하거나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말 같은 것까지도 이런 때 하면서 그때 엄마가 해줬어야 할 엄마에게서 기대했던 반응을 제가 해주거든요. 우리는 그때부터 접촉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그러면 치료가 진전이 빨리빨리 되는 거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고요. 오늘도 이바다 상담사는 엄마의 마음으로 내담자를 만납니다.

[녹취: 이바다 상담사] "저는 상담 들어가기 전에 마음속으로 바라는 게 이 시간, 내가 이 사람을 만나게 해주세요. 웃기는 소리죠. 나 지금 이 사람 만나러 들어오잖아요. 근데 나는 이 사람을 만나게 해주세요. 이게 얼굴을 보는 만남이 아니라 이 마음과 마음의 접촉이 일어나게 해주세요. 그걸 목표하고 만나거든요. 근데 이게 잘 돼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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