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어 마음의 연결’ 저자 가운데 탈북민 김요안나 작가가 이 프로그램에 함께하게 된 취지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지난 8월부터 시작한 심리코칭 프로그램으로 최근 그 결과물이 나온 건데요. 자세한 소개, 남북통합문화센터 ‘상담센터 마음숲’의 이가현 상담사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이가현 상담사] "‘상담센터 마음숲’에서 심리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에 제7회 심리코칭으로 ‘내 안의 나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남한 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이 같이 만나서 같은 주제의 글감을 제시하고 그 글에 대해서 본인의 경험을 풀어 쓴 이야기들을 한 책으로 모았는데요. 총 9가지의 글감을 제시해서 그중에는 계절이나 나의 고백, 또 자유 이런 부분을 제시하고 본인의 생각과 경험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북한이탈주민분들 4분, 그다음에 남한 주민 3분으로 구성돼서 총 7분이 이 책을 만드셨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이 한국 정착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특히 우리 안에서 나를 찾는 갈등과 내면의 자유에 관한 고민이 이 책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었다고 전했고요. 그렇기에, 여러 글감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자유’였다고 이가현 상담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이가현 상담사] “사실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거는 탈북을 통해서 나에게 이동의 자유를 얻었으나 실질적으로 내 안의 자유를 얻었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고 그것들을 좀 더 꺼내어 놓고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를 논의하기 위해서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남한 주민분들 중에서도 자유에 대한 것들이 북한이탈주민 입장에서는 어떤지 고민해 볼 수 있다고 하셨고, (북한)이탈주민분들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내가 이동의 자유를 얻었고 이곳에 와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았지만, 그 자유에 따른 선택 또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서 너무 어려웠고 그 과정이 계속 정착하고 적응하는 부분에서 챌린지(challenge∙도전)가 되고 있다는 얘기해주셔서 그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은 탈북 후에도 내면의 자유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남북한 출신 주민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다름 속에서도 공통된 감정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았는데요. ‘소우주’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글을 처음 세상에 내보인 한 탈북민은 이렇게 소감을 전했습니다.
[녹취: 소우주] "아직 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미숙한, 그래서 그냥 처녀작, 내가 한 번 글을 썼다는 데 중점을 뒀고 일단 글 쓰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짬짬이 감정이나 뭔가 떠오르거나 그러니까 글쓰기 시간을 따로 정한다기보다 순간순간 주제 같은 게 떠오를 때 잠깐 메모했던 것들 그런 것들을 나중에 조용한 시간에 정리하면서 또다시 한번 다듬기도 하고 그래서 어렵긴 했지만, 아무튼 이런 작은 책이 나왔다는 그 과정 자체가 뿌듯하고 좋았어요.”
또한 여러 글감 가운데서도 자연물이라는 주제에 관해 썼던 글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우주] "그 주제가 어떤 거냐면요. 제가 아들을 출산하는 그날 하루의 일을 썼어요. 그 주제가 나중에 보면 이렇게 애틋한 마음 그런 것도 있고 엄마가 되는 순간에 그 기쁨과 슬픔과 그 혼탁한 감정이 실려 있고 이제는 한 여성이 아니구나, 엄마라는 그런 마음도 있어요. 그래서 그 작품이 제일 그래요.”
더불어 글쓰기를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녹취: 소우주] "사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글쓰기에는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글 쓸 여유가 없었고 그럴 상황이 아니었는데 한국 와서 오히려 저를 발견하게 되고 저를 알아가게 되고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글쓰기는 저의 상처, 마음의 상처 치유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글을 쓰면서 눈물 줄줄 흐르며 쓰기도 하고 눈물 나면 나는 대로 웃음이 나면 웃음 나는 대로 그래야 내가 치유되고 나한테 이만큼 응어리가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게 지금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 과정이 좋았어요.”
그러면서 소우주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남과 북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시각을 얻고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얻어갈 수 있길 바랐습니다.
[녹취: 소우주] "저는 탈북민이지만, 남한에 정착한 이 남한 사회의 한 일원이고 한 성원이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 정체성, 개체성에는 고향이 북한이라는 그 색깔이 완전히 이렇게 동화되지는 않았어요. 내 색깔은 아직 있어요. 근데 그걸 저는 굳이 없애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삶이 또 그래요. 그래서 어차피 우리는 북한에서 태어나서 여기서 사는데 그런 정체성이 있는데 우리 북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우리들의 시선으로 한번 봐줬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들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한국분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좋아요. 근데 한 번쯤은 우리 시선으로 한번 이 세상을 봐줬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또 다른 탈북민 작가 김요안나 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다양한 생각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김요안나 씨]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않던 다양한 글 제목에 조금 당황스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또 그 시간을 통해서 제목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까 다양한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글쓰기는 제가 자랑이라고 할 수도 있는 타고난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들어가는 그 시점에 저를 돌아보면 다른 친구들보다 글짓기 하는데 좀 남다른 게 있었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신의 글 중, ‘인생의 계절’이라는 한 시를 소개하며 직접 읊었습니다.
[녹취: 김요안나 씨] "제가 ‘계절’, 이 광범위한 제목 앞에 어떤 글을 쓸까를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 자연의 계절이지만, 우리 인생의 계절을 써봐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우리네 인생을 계절에 비유해서 써봤습니다. ‘인생의 계절’, ‘인생이라는 시간 속에 봄이 찾아와. 살랑살랑 설레게 하더니 삶은 나를 뜨겁게 뛰라 하네. 그러다 누런 잎새가 되어 한 줌 거름 되어 돌아가리니 인생의 계절이요. 아름다웠다, 나 말할 수 있기를…’”
또한 이번 계기로 글쓰기를 시작한 만큼 김 작가는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김요안나 씨] "제가 그동안 삶에 쫓겨서 글을 못 쓰고 있다가 책이 나오고 하면서 제가 드는 마음은 창작의 기쁨이 탄생의 기쁨이구나, 탄생이라는 거는 제가 아이를 낳아봤잖아요.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처럼 나의 어떤 창작물도 그 기쁨 못지않은 기쁨이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제가 지금 계속 쓰고 있는 시들이, 지나왔던 그 시간들, 북쪽에서 살았던 그 삶을 시로 쓰면서 정화를 시키는 시간이 되고 있고 또 지금 공부하는 상담과 관련해서 또 제 심리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시 이런 것들도 간혹 쓰고 있고요. 앞으로 더 큰 그림은 이런 시간을 정리하면서 자서전을 쓰고 싶은 것이 계획입니다. 지금 이렇게 시작했으니 멀지 않은 날에 되지 않을까...”
끝으로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작가의 얘기를 들은 관객들 또한 책 출간을 축하하며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관객] "글쓰기라는 것이 우리 남북한 작가님도 얘기해 주신 것처럼 소통할 수 있는 그런 것도 되고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도 하고 글쓰기를 나도 해보고 싶다, 용기가 생겼고 글쓰기를 통해서 우리의 상처, 나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겠다는 걸 느꼈습니다."
[녹취: 최문식 씨] "들으면서 자유라는 내용이라든가 나를 사랑하게 되는 부분을 많이 배웠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는 말을 들으면서 나도 좀 바뀌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을 좀 한 것 같아요. 뭔가 자유에 대한 갈망이라든가 미래에 대해서 나를 바꿔가고 혁신적으로 나아가자는 말들이 저한테는 많이 인상 깊었어요. 많은 사람들한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처럼 꾸준히 계속 활동해 주시고 쉬지 않고 달려주셨으면 합니다.”
[녹취: 이병숙 씨] "누구나가 다 자기 가슴속에 있는 삶이, 소설 한 권은 될 거로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마음속에 있는 거 생각하는 거 모든 것을 글로 적어낸다는 게 좀 힘들잖아. 근데 저렇게 써낸다는 것들이 나는 너무 자랑스러워, 공감하고... 너무 힘들게 이 자리까지 오셨는데 승승장구하시고 원하시는 길로 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