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는 분명히 잘못됐지만,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미한일 3국 공조를 강화한 것은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한일 3국 협력은 옳은 선택이었으며,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9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가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미국∙한국∙일본 3국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VOA에 “윤 대통령 탄핵 사유 중 하나가 일본과의 외교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서부터 탄핵, 그 이후까지의 일련의 사건들은 한일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윤 대통령의 일본과의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특히 미국과 일본에서 기시다 전 일본 총리와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오랫동안 얘기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날 일본은 한국과의 강력하고 긍정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일본과의 강력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I've spoken for a while now how important President Yoon's outreach to Japan is, especially his meetings in the U.S. and Japan with former Prime Minister Kishida. (중략) Today, I believe Japan understands the importance of a strong and positive relationship with Korea; I hope Korea understands the same regarding having a strong, positive relationship with Japan.”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한국 6개 야당은 지난 4일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서 윤 대통령이 “가치 외교라는 미명 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고집하는 등의 정책을 펼쳐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 위기를 촉발시켜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 의무를 내팽개쳐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9일 이와 관련한 VOA의 질의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야당 사이의 일은 한국 내부의 문제”라며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주미 중국대사관] “What happened between President Yoon Sukyeol and the Korean opposition is the ROK’s internal affairs. We will not comment on it.”
“탄핵 사유에 한일 공조 포함된 건 충격”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탄핵안에 윤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협력을 추진한 내용이 포함된 것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f you look back at the impeachment Resolution one of the paragraphs in that impeachment resolution directly attacked President Yun for the trilateral partnership that he had established with Japan and the United States. That was very disturbing.”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VOA와의 영상 통화에서 최근 미한 동맹 관계를 돌아보면, 동맹 강화, 군사 안보 측면에서의 공조 강화, 북한∙중국∙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책 공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과의 관계 강화 등 여러 성과가 있었다면서 “이것은 내가 기억하는 동맹 관계 중 가장 생산적인 시기 중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탄핵안에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인 한일 양국 간의 관계와 신뢰 회복과3국 파트너십이 포함돼 있었다며 “이 모든 것은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에 한국 야당이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문제 삼은 것과 관련해 “특히 미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이런 주장은 잘못됐다”면서 “미한일 3국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 “I think the opposition is wrong on these arguments, especially the US-ROK-Japan relationships, which are improving. The triangular relationship is stronger than ever.”
동북아에서 점증하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미한일 3국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야당의 이 같은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날 VOA에 “이 위기가 한국과 주변국들,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계속 집권할지 여부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I think this crisis will impact Korea's relationships with others in the region-most notably with Japan, depending on if Yoon remains in office or not.”
“미한일 3국 협력 추진은 옳은 선택”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강력하다”면서 “윤 대통령이 미국, 일본 정부와 매우 강력한 동맹을 갖기 위해 노력한 공로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e issue of the alliance it's strong, it's powerful and give, I give President Yoon credit for working on to ensure that we have a very strong alliance with the United States and the government of Japan.”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탄핵 사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미한일 3국 협력을 추진한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옳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물론 우리는 강력한 동맹이 필요하다”면서 “강력한 확장 억제력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한국 민주당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케네스 와인스타인 허드슨연구소 일본 석좌는 이날 VOA와의 영상 통화에서 “계엄령 선포로 윤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그가 외교적으로 한국을 고립시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북한이 러시아에 1만1천 명의 병력을 파병하고, 미사일 등 무기를 판매하며 군사 기술을 수입하고 있다면서 “이는 윤 대통령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와 북한의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고립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과 더 가까워졌고, 중국과 북한의 의도에 대해 걱정하는 나라들과도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조치들이 있기 훨씬 전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을 제1의 적으로 선언하고, 평화통일 논의도 중단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와인스타인 석좌는 “한국 야당이 반미, 반일 의제를 내세운다면 이는 북한과 중국에 동맹의 결속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한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에 대해 다가올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게 되는 셈”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와인스타인 석좌] “But it's disturbing in the sense that if the South Korean opposition is going to run on an anti American, anti Japanese agenda, it sends disturbing signals to North Korea about alliance unity. It sends disturbing signals to China about alliance unity. And frankly, it sends disturbing signals to the incoming Trump administration about what kind of government South Korea is likely to have if President Yon is impeached.”
“외교 정책은 탄핵 근거 되지 않아”
알렉산더 다운스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교수는 이날 VOA에 “외교 정책의 선택은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이는 “미국 헌법이 규정한 ‘반역, 뇌물수수, 또는 다른 중대 범죄 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국 헌법은 ‘공무 수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일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동맹 선택을 했다고 해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운스 교수는 외교 정책보다는 계엄 선포가 헌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탄핵 주장이 강하게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운스 교수] “The first is that foreign policy choices are not typically grounds for impeachment in a democracy since they typically do not involve ‘treason, bribery, or 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 as the U.S. Constitution puts it. I believe the South Korean Constitution says something to the effect that a president can be impeached if they ‘have violated the Constitution or any law in the performance of official duties.’ Making alliance choices that some people disagree with does not strike me as qualifying.”
“윤 대통령 탄핵, 미한 관계에 큰 영향 없을 것”
다운스 교수는 “윤 대통령이 탄핵된다 해도 미한 관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탄핵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고, 결정이 확정되면 미국은 후임 대통령이 누구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미국 동맹에 강경할 것이고, 그들에게 공정한 몫을 다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는 누가 한국을 이끌든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운스 교수] “If President Yoon is impeached, I think U.S.-ROK relations will not be affected much at all. Washington will wait for the impeachment process to run its course, and if the decision is confirmed, the U.S. will work with whoever his successor is. President Trump is going to be hard on all U.S. allies, demanding that they step up and contribute their fair share. That will be unaffected by whoever leads South Korea.”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계엄령이 미한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지난주 예정됐던 미한 핵협의그룹(NCG) 회의 연기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일정 취소를 언급하면서 “일부 일상적인 정책 조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한국의 정치적 위기가 한국 헌법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해결될 때까지 미국 정부는 한국 국내 문제에 간섭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무력 도발 시도하지 않을 것”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이번 탄핵 사태가 한반도와 역내 안보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무력 도발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의 도발만큼 한국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는 요인은 없으며, 특히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엔 더욱 그렇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윤 대통령이 퇴진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Again, it’s too early to predict the impacts on security in the region and on the peninsula. I don’t believe North Korea will attempt any sort of kinetic provocation. Nothing stirs up support for the ROK president and administration like a North Korean provocation, especially if there are deaths or injuries, and Kim Jong Un wants to see President Yoon removed from office.”
“트럼프 2기에도 한국은 미국과 일본 필요”
와인스타인 석좌는 누가 후임 대통령이 되든 한국이 윤 대통령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미국과의 동맹, 일본과의 협력이라는 성과를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은 북한으로부터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군사적 위협을 받고 있으며, 동시에 인구 (감소) 문제는 국가적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가능한 한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미국, 일본과 거리를 둬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그런 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그런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인스타인 석좌] “We need to stand as closely as possible together. South Korea needs the United States, South Korea needs Japan and to think you can distance yourself and get away with those days are over. President Trump won't stand for it this time. It's just that's just not the kind of leader he is.”
와인스타인 석좌는 “지금은 한국인들이 스스로 한국을 위한 최선의 방향이 무엇인지 물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용서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의 업적과 역사에 오점이 남게 됐다”면서 “윤 대통령이 이룬 업적 중에는 아주 훌륭한 것도 있으며, 우리는 그 성과를 바탕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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