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의 대통령 탄핵 정국과 미국의 정권 교체가 겹친 연말 정세 속에서 도발적인 행동을 자제하는 양상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부담, 또 섣부른 개입은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일부 정당성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소추 상황에도 북한의 남한에 대한 도발 임박 징후는 없으며, 동계훈련은 예년 수준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여당인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 이성권 의원이 전했습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이 한국의 정세 급변에 대해 로우키 즉 절제된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지난 11일과 12일, 16일 세 번 정도에 걸쳐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만 보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SRBM 발사 이후 탄도미사일 도발을 중단했고 오물과 쓰레기 풍선 살포 역시 지난달 28일 이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의 로우키 대응 이유로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 유지 차원에서 대남 무관심 모양새를 보이면서,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또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질 경우 발생할 체제관리 부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는 비상계엄령을 내린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한반도 위협 조장 세력을 밝혀가는 과정으로 여기면서, 역풍을 부를 수도 있는 섣부른 개입 보다는 사태 전개를 지켜보며 이를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자신들의 수령독재체제 성격상 한국의 정치 혼란상을 주민들에게 과도하게 노출하는 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고유환 / 동국대 명예교수
“여기는 정권 교체가 가능하고 또 지도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민들이 몰아낼 수 있다는 걸 확인하잖아요. 그런 걸 통해서 민주주의를 그렇게 하는구나, 남쪽은 정권 교체가 계속 이뤄지는 걸 뉴스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국민이 정권을 탄핵할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거죠.”

러시아를 지원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이 대남 도발에 나서기엔 부담이 크고, 중국이나 러시아도 한반도 긴장 고조를 상당히 경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장용석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정세 안정을 얘기하는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의 경우도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이 패주하면서 시리아를 상실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북한이 지금 한반도에서 군사적 도발, 긴장, 충돌 이런 걸 야기했을 때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오히려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러시아 파병 북한 병사들 가운데 전투 중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지금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또 동맹 강화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