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탈북청년 창원지원 프로그램, ‘아산상회’의 6기 데모데이가 지난 11일,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인 컴업(COMEUP)에서 열렸습니다. 인큐베이팅, 육성 과정을 거친 탈북 청년 창업팀 10개 팀의 성과를 발표하고 투자 유치와 사업 성장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아산상회 6기 데모데이’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데모데이 발표 현장음]
‘아산상회’ 6기의 탈북청년 창업팀 가운데 AI 기반 한국어 맞춤법 교정 플랫폼을 개발한 ‘아드’의 오광명 대표가 데모데이 무대에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데모데이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데모 제품이나 사업 모델 등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행사인데요. 7개월간의 인큐베이팅, 즉 육성 과정을 마친 탈북 창업팀들의 발표가 이어졌고요. 10개 팀에 대한 시상까지 이뤄졌습니다. 주최 측은 이 행사를 준비하며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썼을까요? 아산나눔재단 사회혁신팀의 한수진 매니저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녹취: 한수진 선임 매니저] "데모데이라는 게 창업팀들의 사업을 처음으로 발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사업을 어떻게 하면 참가자들에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되게 뿌듯한 기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 면접을 보셨던 게 기억이 나는데요. 이번 데모데이에서 보여주신 모습은 정말 200% 성장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고 본인 사업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발표였습니다. 처음에 무대에 올라갔을 때 딱 두 마디 하고 딱 멈추시는 대표님이 계셨어요. 근데 이번 데모데이 때는 청산유수처럼 말씀하셔서 그 부분에서 이 팀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행사장에서 탈북 창업 팀들만큼이나 긴장한 한 관계자가 있었는데요.
‘아산상회’ 6기의 인큐베이터, 기업에 대해 지원하는 사업자로 활동한 ‘와이앤아처(Y&ARCHER)’의 이선미 이사입니다. 먼저 이선미 이사는 그동안 탈북 창업팀에 어떤 지원을 해줬을까요?
[녹취: 이선미 이사] "기업이, 대표님들이 하시는 아이템들이 각자 달라요. 그런데 우리 회사가 지금 9년째 된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로서 다양한 기업들을 만났었거든요. 그래서 ‘HLS 환경이’ 같은 경우에는 농업 쪽에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보니까 저희 회사가 기존에 투자했던 아이템이 비슷한 아이템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팀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 그 팀이 잘 나갔던 이유 이런 것들을 함께 분석하면서 네트워킹 도와드리고 오늘 보셨던 장표(요약 보고서)도 맨 처음부터 만들기도 해보고 그것들을 잘 만들어서 이야기해 보는 것까지 발표하시는 것까지 이런 모든 창업에서 필요한 부분들 다 도와드렸다고 하면 될 것 같아요.”
특히나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넓혀가고 다지는 부분에 신경 썼다고 하는데요. 함께 하는 과정 중에 변화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선미 이사] "탈북민 창업가가 특이한 부분 중의 하나가 네트워킹이 되게 협소하세요. 그러니까 아는 사람이 딱 한계가 있는 거죠. 그래서 창업 분야에서 이런 부분을 좀 더 소개해 드리면 이분들이 더 성장할 수 있겠다, 기존에 저희가 보육하고 있었던 팀을 소개해 준다든지, 본인들이 하면서 느꼈던 시행착오를 이 창업 팀들에게 소개해 주고 전수해 주면서 기업이 잘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활동을 많이 했고요. 멘탈 케어도 해드렸어요. 팀들이랑 와해가 있다든지 외부에 있는 요소들과 어려움이 있으셨을 때 어떤 식으로 잘 해결해 나가면 좋을지를 설명해 드리고 밤에나 낮에나 주말에나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소통하면서 ‘저는 대표님을 도와주는 헬퍼의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걸 계속 인지시켜 드렸어요. 마음의 문을 처음에는 안 열어주시더라고요. 그랬는데 2주에 한 번씩 만나고 전화도 드리고 이러니까 마음의 문을 열어주셔서 본인의 마음에 있는 말까지 다 얘기해 주시고 그래서 또 다른 가족을 만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주변에서 도와주고 지원해 주는 분들이 있으니 계속 도전하고 힘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한국어 교정 플랫폼을 개발한 ‘아드’의 오광명 대표 또한 액셀러레이터의 도움으로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광명 대표] "일단 장표(요약 보고서)부터 너무 깔끔하게 잘 됐습니다. 그리고 데모데이 위해서 많은 발표 연습하면서 조금 더 사업을 정비하고 향후에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에 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서비스의 장점은 앱처럼 별도로 다운 받을 필요 없고요. 그냥 Chrome Extension에서 추가만 하면 바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증조차도 메일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요. 웬만한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니까 언제든지 사용 가능합니다. 가장 먼저 신경 쓰였던 거는 일단 베타 버전(제품의 테스트와 오류 수정에 사용하는 제품)을 발표 당일에 서비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가장 먼저였어요. 왜냐하면 저희 제품이 말로 설명하기에는 이해시키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제품이 나와서 직접 보여드리는 것이 먼저 잡은 목표였고요. 다행히도 오늘 시연 영상을 틀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고…”
데모데이 발표를 마친 오 대표는 후련한 마음과 함께 이제 시작이라며 ‘아드’의 목표를 이렇게 전했는데요.
[녹취: 오광명 대표] "정말 긴장 많이 됐고요. 밤새웠어요. 한편으로는 ‘아, 드디어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제 시작이구나.’ 생각이 들었고요. 저희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더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탈북민 출신 최초 유니콘 회사를 만드는 건 개인적인 욕심이고요. 서비스의 최종 목적은 외국인이든 다양한 한국어 기준으로 소통하면서 최대한 자기 생각을 잘 나눌 수 있게끔 그거를 지원해 주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기 때문에 그런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또한 충청남도 부여에서 토마토를 가공하는 전문업체인 ‘더 웰시아’의 김명희 대표는 회사 소개와 함께 아산상회를 통해 변화된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녹취: 김명희 대표] "‘더 웰시아’는 토마토만 전문으로 연구하고 토마토만 가공하는 데 집중하는 회사입니다. 꾸준히 토마토를 어떻게 손실이 안 되고 통째로 고객들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이렇게 연구함으로써 칼날 공법을 개발했어요. 그래서 타사는 껍질과 씨를 30% 이상 버려요. 그런데 저희는 다 먹을 수 있게 미세하게 곱게 갈아내는 방식을 채택했고 저온에서 가공함으로써 영양의 손실을 최소화하였습니다. 변화는 사실은 자신감이에요. 위로와 자신감을 받았기 때문에 늘 외롭고 쓸쓸했지만, 이제는 함께 할 수 있다는 이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힘과 용기를 더 냈고요. 마케팅에 약해서 그거를 배우려고 왔는데 마케팅을 많이 배웠고 또 같이 협업할 수 있는 회사를 만났어요. 그래서 더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향후 사업에 대한 계획과 목표를 전했는데요.
[녹취: 김명희 대표] “현재 1일 생산량이 2톤인데 2025년에는 5톤의 능력을 갖춰서 1년 매출을 67억으로 끌어올리려고 해요. 그리고 2026년에는 토마토수프를 개발해서 100억의 매출을 달성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숨 가쁘게 앞만 보고 지내왔지만, 제가 탈북민인 것만큼 현재 일용직 3명 근로자가 있어요. 탈북민, 이분들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고 또 부여와 인근 지역에 있는 탈북민과 그 자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100명을 너끈히 먹여 살릴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픽업트럭(pick-up truck)을 캠핑카로 개조하는 기술 개발 스타트업인 ‘대준모터스’의 고건 대표는 ‘아산상회’를 통해 체계적인 회사 시스템에 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고요. 더불어 창업을 꿈꾸는 탈북민들에게 이와 같은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고건 대표] "저도 한 11년 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 저도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시장 자체가 워낙 경쟁률이 치열하다 보니 여기서 살아남기가 많이 힘든 상황이 사실인 거고 저는 창업을 꿈꾸시는 분들한테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 누구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힘든 과정이 분명히 부딪힐 수는 있겠지만, 그거를 끝까지 버텨내고 꾸준하게 이어가면 언젠가는 거기서 빛을 발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까지 기다리시고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산상회’ 6기 데모데이에서 대상의 영예는 빅데이터 기반 생분해 속도 조절 멀칭필름을 선보인 ‘HLS환경이’에게 돌아갔습니다.
[녹취: 대상 수상 현장음]
김다혜 대표는 울컥하며 대상의 소감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녹취: 김다혜 대표] "사실 너무 훌륭하신 팀이 많아서 저는 대상을 꿈꾸지 못했어요. 그런데 기적처럼 대상을 받게 되니까 정신이 아찔하고 너무 감개무량합니다. 사실은 오늘 이 현장에 올 수 없을 만큼 아파서 못 올 뻔했는데 대상 받게 되니까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서 눈물을 흘렸고, 또 한 가지는 정말 내가 만든 제품이 북한에 전해지는 그날이 그려지는 것 같아서, 앞당겨지는 것 같아서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통일 이후에 북한에 있는 농가들에 제가 생산한 멀칭 필름을 공급했을 때 행복해하시는 농민들의 그 표정들이 이 현장에서 저에게 그대로 와닿는 것 같아요. 그래서 꼭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