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직무정지 등 한국의 불안정한 정국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외교장관이 소통을 재개했습니다. 중국은 대중국 강경책을 공언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전환을 적극적으로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선명)
한국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중국의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4일 전화통화를 가졌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로 빚어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체제에서도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한국 내 정세 변화에 주목하고 있으며, 중국은 내정불간섭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한국 국민이 국내의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지혜가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왕 부장은 또 최근 공동의 노력으로 양국 관계가 발전 추세에 있다고 평가하며 한중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장관은 내년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이 APEC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고 했고, 왕 부장은 한국의 APEC 개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지 입장을 거듭 표명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 외교장관 통화를 보면, 중국은 한국의 대통령 탄핵 정국이 한반도 정세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병곤 /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올해 들어서 한일중 정상회의 이후 한중 관계가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내년 정상회담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갑자기 탄핵이 되니까 한중 관계를 관리하는 데 굉장히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번에 양국 외교 수장들이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가자는 데 합의한 점은 그래도 주목되지 않나 싶습니다.”
또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김흥규 소장은 이번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와의 군사 밀착을 등에 업은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과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자신들의 핵심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민감하게 주시해 왔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이긴 하지만 정세 관리 차원에서 한국과의 소통에 적극 나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간첩 문제를 언급한데 대해, 중국 외교부가 불만을 표한 것처럼 한중 관계는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중국은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 또 상대적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제1야당으로의 정권 교체 여부 등 한국 내 정치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국과의 기존 소통 채널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의 향후 정국 전개 여부에 따라선 한중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거든요. 중국 입장에선 현 상태를 부정적으로 방치하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향후 유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해서라도 일단 현재 관계는 유지하면서 향후 적극적으로 나갈 수 있는 공간을 좀 확보한다 이런 측면이 아마 중국의 주요 입장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한편 중국의 왕이 부장이 이번 통화에서 한중 양국이 공급망 안정을 공동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대중 강경정책을 추구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에 맞서 중국의 한국 관리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