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에 대해 최강경 대응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새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세에서 눌리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신중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도성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 등은 29일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3일부터 27일까지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의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반공을 국시로 삼고 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라고 비난했고,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의 철저한 반공 전초기지로 전락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해 자신들의 국익과 안전 보장을 위해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강력히 실시해 나갈 것임을 선언했습니다.
다만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올해 국방력 강화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해 국방력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앞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협상 전략적 성격이 포함된 발언으로 풀이했습니다.
장용석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
“아직 트럼프가 취임하지도 않은 상황이고 회담 얘기를 넙죽 꺼내는 게 협상 전략 측면에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아주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 오히려 이게 자신들의 협상 입지를 더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지위가 결코 호락호락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는 걸 강조하는 의미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내년 1월 22일로 예고된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 연설을 통해 미국과 한국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메시지나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은 정권 교체기를, 한국은 리더십 공백기를 당분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한동안 신중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해도 대북정책 관련된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고 또 남한 사정도 수습되고 북한이 대응해야 할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는 데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전원회의에서 기존 강 대 강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평가해야 할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그동안 김 위원장의 치적으로 선전해 온 러시아와의 신조약 체결 등을 이번 전원회의에서 부각시키지 않은 데 주목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참전시킨 데 불만을 드러낸 트럼프 당선인과 북한군 희생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전쟁 생황 등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러우 전쟁에 북한에 대한 불편함이 트럼프의 ‘뉴스위크’와 기자회견 2번에서 다 드러난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그걸 강조할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다, 트럼프와의 여러 협상을 놓고 포석을 하는 측면에서 앞으로 내세우지 않은 게 있고 또 북한 국내정치적 고민도 읽혀요. 희생자 나오기 시작했는데 러우 전쟁에 대해 얘기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죠.”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이번 전원회의 결과에 대해 대내 체제결속에 집중하고 대외 메시지는 최소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미국에 대해 가장 반동적 국가로 언급하면서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선언했지만 핵무력 고도화 관련 구체적 과업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 등 불확실한 대내외 정세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도성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