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9일 향년 100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애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그가 퇴임 후였던 1994년 방북을 통해 미국과 북한 간 잠재적 전쟁 위기를 막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재임 시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한 것은 실수였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미국의 제39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9일 조지아주 자택에서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장수한 인물로 그의 장례식은 다음달 9일 워싱턴 DC에서 국장으로 치러질 예정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부고 포고문을 통해 다음달 9일을 국가애도일로 지정하고, 조기 게양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카터 전 대통령은 인격과 용기 연민을 가진 인물로 평생 봉사를 통해 우리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애도했습니다.
아울러 카터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질병 퇴치와 노숙자 거주지 제공,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료들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퇴임 후에도 미북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1994년 6월 아내인 로잘린 여사와 한국에서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한을 방문한 카터 전 대통령은 이틀 간 김일성 주석과 평양에서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회담 끝에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대가로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기로 합의했고, 이 돌파구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카터 전 대통령이 전쟁 가능성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군사 공격을 실제로 명령했을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카터 전 대통령이 갈등을 피하고 ‘제네바 기본합의’를 만들어내는 협상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카터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면서 미한동맹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운동 시절부터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카터 전 대통령은 1979년 방한 당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놓고 박정희 당시 한국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양국 외교 문서는 전하고 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있었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것이 올바른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한국 외교부는 30일 성명을 통해 카터 전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 평화 증진에 큰 관심을 갖고 적극 활동했다며 카터 전 대통령의 타계 에 애도를 표명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