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와 급속한 관계 발전이 북한과 중국의 오랜 동맹에 균열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중 관계는 역사적으로 기복을 겪어왔으며, 러시아가 중국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만큼 양국 관계의 회복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북한 매체들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신년 축하 편지를 상세히 보도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연하장은 베트남, 몽골, 타지키스탄 등과 함께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중국과의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조중(북중) 우호의 해’를 선포하고, 4월 평양에서 성대한 개막식을 열었지만 지난 연말에는 폐막식 없이 ‘우호의 해’를 조용히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북한과 중국 관계에 분명한 이상기류가 있다면서, 특히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고, 양국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긴밀하다고 진단했습니다.
2023년 이후 북러 정상회담은 두 차례나 열렸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이후로 만나지 않고 있고, 북한은 중국에 냉담한 태도를 보여왔다면서, 북러 관계 강화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동아시아학 교수도 북러 협력 강화에 따른 중국과 북한의 편치 않은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 스탠퍼드대 동아시아학 교수
“중국이 북러 관계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감소시켜 북한이 중국에 덜 의존하게 되는 것을 중국은 아마 반기지 않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중 관계가 크게 달라질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현재 북중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근간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전 미국 국가정보위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지난 수십 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북중 관계에는 냉각기도 있었고, 관계가 개선된 시기도 있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김정은과 푸틴이 관계를 강화하면서 지난해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다소 얼어붙었지만, 중국은 북한이나 러시아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은 냉전 구도 형성에는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파트너 국가와의 균열을 원치 않고, 또 북한∙러시아와 전략적 3자 관계 구축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지만 중∙단기적으로는 북한, 러시아와 양자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중러 대립을 통한 북한의 이득 챙기기를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북중 관계는) 예년에 비해 분명히 긴장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은 여러 나라를 서로 대립시키면서 이득을 챙겨 왔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도 그는 소련과 중국 등 강대국들을 서로 대립시켜서 실리를 챙겼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은 대외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현재 북중 관계는 침체기에 있지만, 결국 경제∙외교 관계 재개나 강화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중국은 북한의 러시아 지원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면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나 새로운 결의안 채택을 계속 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