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 39대 대통령을 역임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9일 워싱턴 DC에서 국장으로 엄수됐습니다. 장례식에는 전현직 대통령과 양당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카터 전 대통령을 청렴과 겸손의 상징이자 당파를 넘어선 지도자로 추모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9일 워싱턴 DC 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의사당 중앙홀에서 시작됐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은 군 의장대의 엄숙한 사열을 받으며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국립대성당으로 운구됐습니다. 성조기로 덮인 관은 대성당에 도착해 애도의 분위기 속에 장례 절차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카터 전 대통령의 국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추모 메시지와 함께 국가 공휴일로 지정돼 치러졌습니다.
전현직 지도자 대거 참석
장례식에는 바이든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내외 등 수백 명의 국내외 귀빈이 참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장례식에 앞서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의사당 중앙홀에 안치된 카터 전 대통령의 유해를 찾아 조의를 표했습니다.
한국 측 대표로는 카터 전 대통령과 종교적 유대를 이어온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치적 조류를 넘어선 지도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을 “정치적 조류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을 섬긴 지도자”로 추모하며, 그의 삶은 “인격과 믿음이 어떻게 개인을 넘어 다른 이들에게로 퍼져나갈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바이든 대통령] “The story of a man who never let the tides of politics divert him from his mission to serve and shape the world… The man had character. He showed us how character and faith start with ourselves and then flow to others."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카터센터 이사회 의장인 제이슨 카터는 할아버지를 “공적 삶과 사적 삶 사이의 차이가 없었던 인물”로 회상하며, “그의 정직함은 곧 사랑으로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카터 의장] "I never perceived a difference between his public face and his private one. He was the same person no matter who he was with or where he was, and for me, that's the definition of integrity. That honesty was matched by love.”
카터 전 대통령은 1976년 대선에서 공화당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습니다.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은 이후 깊은 우정을 쌓았으며, 카터 전 대통령은 2006년 포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이날 장례식에서는 포드 전 대통령의 아들 스티븐 포드가 “1976년 선거 결과가 가장 깊고 지속적인 우정을 가져올 줄은 몰랐다”는 아버지의 말을 낭독하며 두 지도자의 특별한 관계를 회상했습니다.
[녹취:스티븐 포드] “"Jimmy and I respected each other as adversaries even before we cherished one another as dear friends…but little could I know that the outcome of that 1976 election would bring about one of my deepest and most enduring friendships."
조지아주 플레인스 출신의 카터 전 대통령은 땅콩 농부에서 시작해 조지아 주지사를 거쳐 대통령직에 올랐습니다. 재임 중에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 협정을 이끌어냈으며, 퇴임 후에는 인권 문제와 에너지 절약에 주력해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국장이 끝난 후 카터 전 대통령의 유해는 대통령 전용기로 고향인 플레인스로 옮겨졌습니다. 이후 생전에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했던 교회에서 장례 예배가 열렸으며, 가족 묘역에 안장돼 부인 로잘린 여사와 함께 영면에 들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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