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블레어 전 국장님,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답) 저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끔찍한 지배자였고, 북한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으며,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에 저항했습니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상황은 김 위원장이 나라를 이끌 때 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시점이 예측가능했다고 보십니까?
답) 대체로 예측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은 제가 국가정보국 국장으로 있을 때 이미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미 국가정보국 뿐아니라 한국과 일본 정보당국 모두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의료진들과 상의했었습니다. 저는 김 위원장이 지난 2008년 뇌졸중을 앓은 이후에 3년 정도 더 생존할 것으로 봤었습니다.
문)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은 북한 관영매체들의 발표가 있고 나서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에 대해 알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정보당국의 실패’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답) 북한은 매우 폐쇄적인 나라입니다. 북한 정부는 이런 정보에 대해 극도로 민감해서, 일단 제한한 뒤 자신들이 원하는 시점에 발표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미국 등 여러 나라 정보 당국들은 북한의 발표 전에 김 위원장이 사망한 사실을 파악해 정부 당국자들에게 그 정보를 넘겨준 다음,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기 위해 기다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 미국의 북한 정보 수집 능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 정보 당국이 모든 전술적인 상황들에 대해 발생 즉시 알거나 정확한 시점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제가 국가정보국장이나 태평양사령관으로 일할 당시에는 임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임무는 북한의 군사적 공격에 대한 억지력이 있음을 확실히 하고, 북한의 정치적 전개 상황을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문)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에 대해 묻겠습니다. 국가정보국장으로 일하실 당시 김정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셨습니까?
답) 공개적으로 거론된 것보다 더 많이 얘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잠시 학교를 다녔다는 것과 최근에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는 겁니다. 꽤 개방된 사회에서라도 한 인물이 권력을 차지했을 때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히 그 인물의 나이가 젊을 경우, 꽤 예측하기 불가능한 일을 하기도 하고, 주어진 임무를 다하는 데 실패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문)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이 얼마나 확고한 것으로 보십니까?
답) 북한은 지난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을 앓았을 때 위기를 겪었습니다. 당시에는 집권 엘리트가 힘을 합쳐 정책을 지속시켰는데요, 김 위원장이 사망한 현재도 집권 엘리트는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북한 군부의 장군들은 (generals) 여전히 군을 이끌고 있고, 노동당 간부들도 당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김정은이 이런 체제 안에서 얼마나 많이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김정은이 그동안 권력을 얻지 못했고, 아버지인 김 위원장이 지난 1994년 권력을 차지했을 당시 갖고 있던 경험과 기량을 갖고 있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몇 달 또는 몇 년 안에 집권 엘리트 내부에서 경쟁과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확신합니다.
문) 그럼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이 안정적으로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답) 기존의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체제를 변화시키지 않고, 군부에 대한 훈련과 공급을 유지하는 등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는 겁니다. 위험과 문제는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을 때 발생하는데요. 저는 앞으로 몇 년 안에 북한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문) 김정은이 권력 이양 작업을 마치기까지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십니까?
답) 김정은이 모든 일을 제대로 수행하고, 현재 여러 가지 면에서 권력을 갖고 있는 노령의 구세대 지도자들이 김정은에게 권력을 이양하기로 결정할 경우, 3년 안에 세력을 굳히고 아버지인 김 위원장이 가졌던 모든 권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은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뇌졸중을 앓은 뒤 김정은이 노동당 고위직에 임명되는 등 후계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듯 했지만, 이후 김 위원장의 건강이 꽤 괜찮아 보이면서 후계 작업은 후퇴 양상을 보였습니다. 사실 김정은을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대장으로 임명한 것은 거의 절박한 움직임으로 보였습니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북한에서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믿기 힙듭니다. 앞으로 북한에는 모든 종류의 경쟁과 분열이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김정은이 새로운 지도자가 되기 위한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 마지막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미국의 대응책에 대해 묻겠습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의 안정에 중요성을 부여했는데요. 이런 메시지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저는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미국이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에 더 주안점을 두고, 북한 주민들의 삶이 보다 나아지도록 돕기 위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현 정부를 없애고 새로운 정부를 설립해야 한다는 건데요. 저는 미국이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미국의 국가적 가치관에 부적합한 매우 약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그렇다면 미국은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답) 미국 정부는 김정은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탄압적인 조치들을 제거하며 남북 통일을 이루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침략해 새로운 정부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미국은 북한과 관련해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 블레어 전 국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데니스 블레어 전 미 국가정보국 국장과의 인터뷰를 전해드렸습니다. 인터뷰에 정주운 기자였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늘부터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상황과 관련해 미국 정부 전직 고위 관리들과의 인터뷰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내일은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인터뷰를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소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앞으로의 전망에 등에 관해 전직 고위 관리들과의 대담 시리즈를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그 첫번 째 시간으로 데니스 블레어 전 미 국가정보국장입니다. 미국의 데니스 블레어 전 국가정보국 (DNI) 국장은 북한 집권 엘리트 내부에서 이르면 앞으로 몇 달 안에 분열이 일어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블레어 전 국장은 또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안정에 중요성을 두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미국은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블레어 전 국장은 해군 제독 출신으로 지난 2009년 국가정보국장에 임명되기 전에는 1999년부터 3년 간 미 태평양사령관을 지냈습니다. 블레어 전 국장을 20일 정주운 기자가 단독 인터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