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한과 중국 간 협력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 강화는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천명한 ‘새로운 길’의 핵심 요소로 여겨졌는데요,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근본 셈법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인도적 차원의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이 북-중 국경을 걸어 잠갔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있는 가운데 북-중 간 협력이 올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자 북한이 일단 국경부터 차단한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여파가 `북한 안정 유지와 북-중 관계 발전’이라는 중국의 근본적인 대북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13일 VOA에, 중국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북한 내 잠재적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글레이저 선임고문] “Well, I think, China's first concern would be to avoid a major outbreak in North Korea, that could lead to potential instability…”
중국은 북한의 불안정이 북-중 접경 지역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미국과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을 항상 경계해 왔다는 겁니다.
때문에 중국은 자국 내 코로나 상황이 통제됐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의 코로나 대응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게 글레이저 선임고문의 설명입니다.
스팀슨센터의 윤쑨 중국 담당 국장도 코로나가 북한과 중국의 정치적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대북 지원 등 양국 간 협력 약속도 잠시 주춤할 뿐 유효한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윤쑨 국장] “I don't think the coronavirus is affecting the bilateral political relations between China and North Korea. I think a lot of the, the premise or the, the, a lot of the conditions that you just mentioned, this do apply like…”
중국은 원칙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유예’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다는 겁니다.
윤쑨 국장은 비핵화 협상 결렬의 책임이 북한이 아닌 미국에 있다는 게 중국 측의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견고한 북-중 관계 유지’라는 중국의 전략적 목표는 미-북, 남북 관계 변화를 고려한 판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리비어 전 부차관보] “Motivators for China was the rapprochement between Seoul, as well as the rapprochement between young and Washington…”
지난 2018년 미-북,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화해 국면’이 조성되면서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적극 나섰고, 이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을 통해‘문서화’된 약속이라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코로나 국면’에서 북한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목했습니다.
중국의 대북 관광 확대는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는데, 특히 북한을 통한 바이러스 재유입을 중국 당국이 경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윤쑨 국장은 중국이 당분간 마스크와 진료 장비 등 북한의 코로나 대응 지원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윤쑨 국장은 코로나 여파로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서 다른 분야에 대한 지원 여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불법으로 거래됐던 모래와 석탄 등 북한 물품에 대한 중국 내 수요도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은 중국이 대북 제재 완화 목소리를 다시 높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글레이저 선임고문]”And I think the corona virus just provides an opportunity for China to try to push this issue, higher on the agenda, make it more urgent.”
중국이 코로나로 인해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임을 내세워 지난해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대북 제재 완화’결의안 채택을 다시 주장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해산물 등 금수 조치와 북한 해외노동자에 대한 규제를 해제해 북한 지도부로 자금이 유입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미국이 코로나 등 인도주의 지원에 한해서만 중국,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경제와 무역, 금융 부문에서의 미국의 대북 제재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겁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또 현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 지원은 식량과 비료 공급, 유류와 석탄 거래 등을 좀 더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현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력할지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가 많았습니다.
윤쑨 국장은 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전략적 유용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즉 중국에 주어지는 보상이 분명할 때만 미국과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쑨 국장]”I the beginning in the, in the, towards the end of 2019, we all know that the Chinese were very eager to have the face one trade deal”
한 가지 사례로 중국이 미국과 1단계 무역 합의를 열망했던 지난해엔 북한의 도발 방지에 역할을 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미-중 관계가 부정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인식하며, 북한이 가능한 한 오래 자신들의‘전략적 지렛대’로 남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글레이저 선임고문은 한동안 북한 문제에 대한 미-중 협력이 큰 진전을 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과 달리 지금은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북한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다루기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는 미국산 제품 수입을 확대하기로 한 1단계 무역 합의에 대한 중국의 이행 여부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중국이 대북 제재 이행과 관련해 더 이상 미국과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수준에서의 협력만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