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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코로나 사태와 대북제재..."일시적 면제 앞서 북한 감염 실태 밝혀야"


지난달 23일 평양의 버스 탑승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평양의 버스 탑승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적 대유행 단계로 접어들면서 대북 제재를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인도적 목적의 대북 지원은 최대압박 기조와 별개로 허용돼야 한다는 제안인데요. 하지만 먼저 북한이 감염 실태를 정확히 공개해야 하고, 일시적 ‘제재 면제’를 제재 완화로 연결해선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렸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위기 속에서 제기되는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은 기존의 제재 완화 요구와 엄밀히 구별됩니다.

윤 쑨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유엔 고위 인사 등의 제재 완화 언급은 공중보건 체계가 열악한 북한에 개발원조와 의료지원을 제공하자는 것으로,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유예한 북한에 경제적 보상을 주자는 중국, 러시아의 주장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쑨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The assumption is that countries like North Korea faces domestic public health capacity deficiency, so therefore, it needs to receive more development aid or medical assistance from the international community.”

전염병 방역에 초점을 맞춘 ‘제재 면제’와 광범위한 제재 체제를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이런 논리는 북한에 이미 상당수의 환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가장 큰 무게를 둡니다.

시간이 촉박한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인도주의 문제에 초점을 맞출 때이지 포괄적 대북 제재 문제를 논할 여유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 교수는 “인도주의 재난에 봉착해 당장은 구호기구들이 북한에서 재정적 어려움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 “There’s just a potential for a real humanitarian disaster there...I just think at this juncture the whole discussion of the negotiations of the wider sanctions regime and where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are going to go is just not the most important question. And the most important question is just making sure that humanitarian agencies are capable of operating in North Korea without problems with respect to their finances.”

“코로나바이러스로 수많은 북한인이 사망할 수 있는 위기 속에서 차라리 너무 많은 구호품을 보내는 실수를 하는 것이 너무 적게 보내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보다 낫다”는 겁니다.

해거드 교수는 “북한의 낙후된 보건 체계, 많은 도시 인구, 만연한 영양결핍 현상은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로 치닫는 지름길”이라며 감염증이 북한 국경을 넘어 외부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우려했습니다.

이어 “제재 완화가 갖는 문제점에 공감하지만 현 위기 속에서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며, “인도주의 문제에 공격적으로 대처해 이를 신속히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 “I'm not disagreeing with the whole question of how you trade off partial sanctions relief against some concrete progress with respect to the nuclear missile program is an important question. I'm not denying it...I have views on the wider sanction issue but I just think it complicates the discussion to try to confuse and mix these two things together. When there's a humanitarian problem there's a humanitarian problem you need to act aggressively to stop it.”

하지만 북한에 긴급 지원이 필요한 비상시국임을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무엇을 어디에 투입할 것인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의문에 부딪힙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분배의 불투명성 지적을 받아온 북한이 ‘코로나 청정국’임을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의 체계적 방역 지원 계획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원인입니다.

실제로 스위스 정부는 북한이 요청한 방역물품 지원을 유보한다며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조치로 개발협력청(SDC) 평양사무소의 직원을 본국으로 송환한 상황에서 지원 물자 전달과 사용에 대한 감시와 모니터링 실행을 전적으로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먼저 구호기구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무엇보다 감염 확산 실태와 통계를 정확히 집계해 공개해야 제재 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제재 해제를 원한다면 현재 그런 조치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상황에 대해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The North needs to explain why sanctions relief is needed now and be honest about its outbreak of COVID-19.”

북한에 대한 방역 지원과 기존 대북 제재 해제 논의를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윤 쑨 연구원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상황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논의하기 위해선 우선 북한이 내부 실태와 필요한 지원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윤 쑨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To discuss sanction relief to North Korea related to the coronavirus to begin with North Korea will have to provide more information, transparency about their need, what kind of assistance do they need, what is the coronavirus development condition inside North Korea.”

그러면서 “북한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면 어떤 지원부터 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현재까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나 사망자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단 능력이 떨어지거나 확산 실태를 외부에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자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미발병국’이라는 믿기 힘든 대외 홍보에 집중하면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미 대북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은 제재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하면서 정작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이 위중한 사안을 잠재적 파괴력을 가진 보건 위기가 아니라 선전 수단으로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The North Korean regime treats this serious matter as a public relations stunt, and not as a potentially devastating health crisis. Look up North Korea on any Covid-19 update. North Korea is not there, because the North Korean regime claims there are no cases, while claiming that the sanctions are hurting the ordinary people of North Korea.”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의 이런 행동을 자국민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으로 간주하면서 “(북한) 정권이 수백만 명의 사망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알아서 대처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주민 수백만 명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순식간에 그렇게 할 것이고, 1990년대 대기근 때 했던 행동을 언제든 되풀이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The regime doesn't want its people to die by the millions. But they are left to fend for themselves. If what it takes to stay in power is to sacrifice its people by the millions, they will do it in the blink of an eye. They did it during the great famine of the 1990s. They will do it again, under any circumstances.”

일방적인 대북 제재 완화와 대북 지원을 반대하는 워싱턴의 많은 전문가는 북한 특유의 이런 ‘폐쇄성’과 ‘불투명성’을 문제 삼는 것이지 북한 취약계층을 도와야 한다는 인도주의 원칙에는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대북 제재 완화가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인도주의 지원이 투명성의 원칙에 따라 북한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 think that the lifting sanctions will not help the Korean people in the North, because, you know, first of all, North Korea will not allow humanitarian aid to be delivered the way it should be with transparency and to the people who are most vulnerable.”

“제재 완화는 북한 정권을 현금 이동 창구에 접근시키고 이러한 재원은 정권을 보호하고 공고히 하는 데 쓰이는 수순으로 이어질 뿐”이라는 이런 논리는 그동안 워싱턴에서 널리 공감대를 얻어왔습니다.

아울러 대북 제재가 북한의 인도주의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제재에 대한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반론이 많습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제재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의료 지원을 막는다는 증거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 “I don’t see evidence that the sanctions are preventing North Korean citizens from receiving medical assistance but in specific cases where that occurs there should be relaxation.”

“다만 그런 일이 발생하는 특수한 경우에 한해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유엔 결의나 미국법은 식량, 의약품, 혹은 인도주의 지원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No UN resolution nor US law sanctions food, medicine, or humanitarian assistance. All resolutions and laws have specific language making clear there are no constraints on them.”

“모든 결의와 법은 그런 부문에 어떤 제약도 두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구체적 문구를 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대북 제재는 일반 주민을 벌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핵·미사일 개발과 확산을 막기 위해 이행되는 것”이라며, “그런 과정을 담당하는 엘리트들을 겨냥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The sanctions are in place not to punish the people of North Korea. The sanctions are implemented to prevent the development and proliferation of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They do not target the ordinary people of North Korea, but the elites in charge of that development and proliferation.”

제재가 아니라 잘못된 정부 시책 때문에 북한 주민 생활이 피폐해지고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인식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고통받아 온 것은 정권의 사회주의 경제 정책에 원인이 있고 군대와 지도부의 지분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The North Korean populace has suffered for decades
because of the regime's socialist economic policies and prioritization of military and leadership equities. The Kim regime spends three times more annually on luxury goods than the World Food Program has requested for food assistance for the country. The fault for the populace's impoverished condition lays with the regime, not with sanctions.”

특히 “김정은 정권이 매년 사치품 구매에 쓰는 비용이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지원 예산 요청액보다 세 배가 많다”는 예를 들면서 “주민들을 빈곤에 빠뜨린 잘못은 제재가 아니라 정권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재 완화의 혜택이 일반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대북 지원은 자국민 안녕에 대한 정권의 의무를 덜어줘 북한 당국에 그만큼의 여유 자금을 허용한다는 부작용도 제기됩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제재 동결의 초기 여파는 대체로 정권으로 들어간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자금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하지 않고 제재 해제에 따른 현금 유입이 시작된다면 엘리트 계층과 사업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The initial results of any freezing of the sanctions would go largely to the regime. But if North Korea is not spending money on building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s, and other money begins flowing into the North because sanctions have been eased, I believe that the elites and entrepreneurs will be benefited, and over time so well the common people.”

하지만 이는 가정일 뿐 현실적 전망은 비관적입니다. 외부 지원 덕분에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 대주민 예산을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전용한다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베넷 연구원은 “제재가 일시 중지되면 북한은 적어도 일부 보유 자금을 되살릴 것이고, 1~2년 뒤 핵과 탄도미사일 생산 동결에서 벗어날 경우 관련 기술을 계속 개발하기 더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Freezing the sanctions would allow North Korea to rebuild at least some of its hard currency reserves, such that if it were to then break out of a production freeze in a year or two, it would be more able to continue its nuclear weapon and ballistic missile developments.

애초에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것은 북한의 국제규범 위반 때문이라는 점도 제재 완화를 정당화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힙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By lifting sanctions, and if North Korea hasn't changed its behavior, then we are condoning its nuclear missile program, we're condoning its illicit activities, its proliferation, and most importantly we're condoning their human rights abuses and crimes against humanity that are being committed against the Korean people in the North.”

“제재를 완화해도 북한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각종 불법 행위, 인권 유린과 비인도적 범죄를 용인하는 것과 같다”고 맥스웰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제재 완화가 김정은 정권의 국제 규범 위반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은 트럼프 행정부의 비관습적인 대북 접근법 앞에서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윤 쑨 연구원은 “대북 제재 완화가 김정은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직접 만남으로써 그의 권력 강화에 일조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쑨 스팀슨센턴 선임연구원] “So from that perspective, you could also argue that well, US has contributed to the strengthening of the legitimacy of the North Korean regime, so why sanctions relief so categorically different from the boost of legitimacy that we have provided to Kim Jong Un so far.”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위기와 별개로, 대북 제재 자체를 완화를 위해서는 분명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적 이유나 특수한 상황이 변수가 아니라 바로 제재의 원인이 된 불법 행위가 중단돼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특히 유엔 제재와 미국 제재는 해제 요건이 다르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UN sanctions are easin to remove, since they only require a vote by the UNSC, are generally in response to nuclear and missile activity, and could be tradeable in that trade restrictions could be reduced in return for reductions in regime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US sanctions are more difficult to remove since they are laws and require Congressional action, have specific and expansive required behavior by the regime, and apply to a wide range of activities including human rights and crimes.”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대응이자 안보리의 투표로 결정되는 유엔 제재는 상대적으로 완화하기 쉽지만, 입법화되고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데다 북한 인권 유린까지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미국 제재는 해제가 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원한다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생산 활동을 동결해야 할 뿐 아니라, 조사관들이 방북해 이를 검증하고 생산 재개 여부를 감시하는 장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North needs to freeze its nuclear weapon and ballistic missile production activities and allow inspectors entrance to North Korea to verify that production has been stopped and to install monitoring devices to confirm that production is not restarted.”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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