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감염 확진자 수가 1천 200명을 넘었습니다. 주한미군 병사 가운데 첫 확진자도 발생한 가운데, 최초 발원지인 중국에서마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이 나온 것은 지난달 20일입니다.
이후 한 달여 사이에 확진자는 대폭 늘어 26일 오후 4시 현재 총 1천 261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수치는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입니다. 사망자는 12명입니다.
이에 한국 보건 당국은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입니다.
[녹취: 김강립 조정관] “전파 속도에 있어서는 이전에 우리가 경험했던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들 보다는 상당히 빠르다, 그리고 지금 현재 어느 시점이 정점이 되고 다시 그 다음 웨이브가 올지, 하는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김 조정관은 이어 지역 전파가 이뤄질 경우 초기 일주일 사이 매우 급격하게 감염자가 발생한다며 이 시기에 방역 조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현 상황으로 볼 때 당분간 계속 많은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병상 확보와 의료 인력 충원 등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6일 주한미군 첫 확진자도 발생했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26일 공식 입장을 내고 경북 칠곡 캠프 캐럴의 23세 미군 병사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병사는 현재 기지 밖 숙소에서 자가격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주한미군의 가족인 60대 여성에 대한 확진 판정이 나오긴 했지만 주한미군 병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주한미군 측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기지 출입 절차를 강화하고 한국 내 기지 간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며, 미국 본토 등으로의 가족 이송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도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나서 한국 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중국은 수도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역유입을 막기 위해 한국에서 오는 입국자들을 2주 간 자가격리한다고 밝혔습니다.
26일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공항 등 입국 관문을 엄격히 통제하고 한국과 일본 발 입국자에 대한 건강검진을 철저히 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 신문은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조처가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유일한 해결책이라면서 만약 중국 내 감염이 다시 증가한다면 세계적인 감염병 전쟁을 교착 상태에 빠뜨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은 중국 정부가 ‘과도한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핵군축-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에 참석 중인 강 장관은 현지시간 25일, 한국은 중국에 대한 대응을 상당히 자제해왔다며 중국도 이에 상응해 과도한 대응을 하지 말아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 왔다는 이유로 무조건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26일 현재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입국 이후 격리하는 나라는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프리카 세이셸 등 27개국입니다.
그러나 중국발 감염원이 여전히 끊임없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4일 공항 검역 만으로는 해외 감염원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며 중국발 입국 금지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증상 감염자들이 상당함 감염력을 지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는 겁니다.
의사협회 측은 ‘골든 타임’은 놓쳤지만 이제라도 중국발 입국을 금지해 감염원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중국발 입국 금지가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바이러스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출입국 통제는 질병관리본부의 요구대로 한 것이라며, 열도 기침도 없는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감염원을 가져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능후 장관] “질병관리본부에서 중국 전체에 대해 입국 금지를 요청한 적은 없었습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대부분의 신규 확진자들이 국내 요인으로 발생하고 있고 그래서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을 제한하는 것 보다는 실제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신규 환자를 막는 데 방역의 역점을 두고 있고…”
이런 논란에 대해 중국 전문가인 이태환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은 26일 VOA에, 이미 중국발 입국 제한 조치는 시기적으로 늦어졌으며 또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런 상황이 오래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중 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태환 연구위원] “단순 소통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한 협의가 없이 지금 진행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중국이 자기들 입장에서 조치를 취하는 거잖아요. 그랬을 때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면 국제관계에서는 힘든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5일, 적정한 시기에 검역에 대해 유증상자 중심의 검역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중국인 유학생 검역 시기 등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