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군수물자 생산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제정된 국방물자 생산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첫 적용됐습니다. 앞으로 90일 안에 마스크 3천 9백만 장을 생산한다는 계획인데, 그 의미에 대해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1일 보도자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의 일환으로 국방물자법 3조를 적용해 N-95 마스크 생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제정된 국방물자 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은 대통령에게 전쟁에 필요한 물자 공급 계약, 필수 물자 확충, 임금 동결과 물가, 부동산, 소비자 통제 등의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이 법은 전쟁 등 비상사태 시 시급한 물자 공급을 위해 민간 부문의 자원을 국방 부문에 조달하도록 하는 근거가 됩니다.
국방부 “1억 3천 3백만 달러 규모 마스크 증산”
바이러스 대처 국방물자 생산법 첫 적용 사례
마이크 앤드류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1억 3천300만 달러의 투자를 통해 N95 마스크 3천 900만 장을 90일 내에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10일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국방물자 생산법 적용을 고려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현재로선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고려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며 조심스런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내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한 달여 만에 국방물자 생산법을 적용한 것입니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13일 현재 미군 관계자의 확진자 수는 3천925명으로 이 중 현역은 2천567명, 사망자는 핵 항모 루즈벨트 호 확진자 1명을 포함해 15명입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공급망 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
“본질적 방역 위해선 진단 키트 증산 초점 둬야”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3일 VOA에, 의료진에 할당된 마스크가 빠르게 소모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방물자 생산법 적용은 공급 안정성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특단의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 그렉슨 전 부차관보] “Should be a way to make this work without having to wait for the regular, free market capitalist system to kick in because there's a critical shortage. There will be way too many people engaging in price gouging, profiteering…At least I think it gives the government the ability to keep a lid on this so we can get the stuff that we need to the medical professionals as fast as possible…”
특히 통상의 자본주의 체계로는 마스크의 부당한 가격 책정 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 적재적소에 공급하기 위해선 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그렉슨 전 차관보는 앞으로 마스크 공급와는 별도로 정부가 진단 장비 공급에도 속도를 내야 본질적인 방역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 그렉슨 전 부차관보] “You can't do all this without testing. And I'm of the opinion that every road you go down about this strange debate we're having about open the government or take care of the people that are sick comes down to testing. You can't do either of them very well until you start getting widespread testing...”
그레고리 코블렌츠 “진단 키트 증산 당장 적용 어려워”
“국방물자 생산법, 대통령 권한 남용 여지 있어”
조지 메이슨대 공공행정대학원 생물학 안보과정 책임 교수인 그레고리 코블렌츠 부교수도 진단장비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국방물자 생산법으로는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 코블렌츠 부교수] “I think that is just the nature of the fact that these kits are difficult and complicated to produce and manufacture in a way that you maintain quality control and you ensure that they are still reliable and I don't think the defense production act really has a role in this sense right now because it's not that there is spare capacity lying around that we know of that could be redirected to developing test kits…”
관련 법안은 여력이 있는 생산역량의 재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검진 장비 생산 과정은 복잡하고 어려우며, 재분배 조치로만 개발 또는 증산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코블렌츠 부교수는 또 “국방물자 생산법의 적용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통령의 권력남용 여지 또한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블렌츠 부교수] “Especially since the end of the Cold War, the way that ‘defense’ is defined under this law has broadened dramatically and it now includes Homeland Security and critical infrastructure that has nothing to do with military conflict but still has some kind of impact on the security of the American people. So the definition of the act has broaden over time to be much more than just supporting the military in time of war.”
국방물자 생산법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물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만들어졌지만, 미국 정부가 무력분쟁과 직접 관계 없는 사안에도 ‘국방’이라는 명분을 폭넓게 적용해왔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방물자 생산법에 근거해 보호장비의 수출을 막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 국내 안정 급선무…세계적 공급은 향후”
“중국, 인심외교 통해 대미 패권 흔들기 가능성”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통령의 발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초기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미국 등으로부터 헐값에 대량으로 구입한 뒤 세계적 공급을 통해 `매력외교’를 펼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경고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They're going to be disappointed. They can't get supplies from the United States. But I think if they are getting them from China, they're going to have to be very careful about assuming the Chinese objective for doing that… China has long term hegemonic objectives and they are very pleased to cases like this where they are able to have resources to take advantage of that.”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당장 국내물자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중국은 ‘인심쓰기 외교’를 펼치면서 앞으로 미국의 패권을 흔들기 위한 목적의 선전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