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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전문가 “평양 병원들 의료체계 매우 취약, 코로나 대응 능력 없어”


지난 1일 평양 평천구역인민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작업이 진행됐다.
지난 1일 평양 평천구역인민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작업이 진행됐다.

북한은 지방뿐 아니라 평양의 의료체계도 너무 취약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할 능력이 거의 없다고, 북한 내 의료 상황에 정통한 서방국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또 북한 당국의 발표와 달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상당히 많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의 의료체계에 정통한 서방국의 한 전문가는 9일 익명을 전제로 VOA에, “북한은 지방뿐 아니라 평양의 의료체계도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습니다.

“혈액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적십자병원 등 극소수에 불과”하고, “전염병에 걸리면 이를 검사해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겁니다.

이 전문가는 평양의 의사들조차 수술에 필요한 약을 장마당에서 구매해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발생해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주목받는 진단키트, N95 마스크, 인공호흡기, 의사 보호를 위한 개인보호장비(PPE) 모두 평양의 병원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회복에 큰 기여를 하고, 최근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입원해 관심을 끌었던 중환자실(I.C.U)도 평양에서는 국제 기준을 갖춘 곳이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중환자실은 격리병실 혹은 감염병 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음압격리병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며, 대개 1인 기준을 원칙으로 합니다.

뉴욕시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레지던트로 근무 중인 김권수 씨는 9일 VOA에, 중환자실 기준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권수 씨] “보통 병실은 간호사 1분이 대여섯 명의 환자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ICU(중환자실) 같은 경우는 간호사 1분이 환자 두 명 이상을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위중한 환자들이고 많은 약을 한 번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간호사 1명 당 2명 이상 안 보는 편입니다. 유럽은 간호사 1명이 환자 1명을 본다고 들었고, 많은 의료진이 별도로 투입됩니다. 또 인공호흡기와 음압병실이 가장 필수입니다.”

음압격리병실은 특히 지속적 음압 유지를 통해 공기가 병실 안쪽으로 흐르도록 조절해 병균과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으며, 많은 나라가 병상 10개 당 1개 이상의 격리병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의 전문가는 “이런 기준을 적용한 중환자실은 평양의 주요 병원에서는 볼 수 없다”며, 중환자실이란 명목을 갖춘 소수 병실을 일부 확인한 결과 환자 여러 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등 현대적 기준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의 고위층과 돈주들은 이런 현실 때문에 중병에 걸리면 중국에 가서 치료받는 게 일반적”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붕괴된 의료체계가 지방은 더 심각하다”며, 북-중 지정학적 환경 등을 고려할 때 “북한 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를 적어도 수 천~수 만 명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 전문가는 “확진·사망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국경을 이례적으로 석 달째 봉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 당국의 대응은 “과거나 지금이나 보건 중심이 아닌 체제 보호 중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고위 간부 출신이라는 김명(가명) 씨도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를 통해 9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의료체계는 취약하고 위태롭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북한 주민들이 만성적인 영양실조와 열악한 보건, 면역력 약화의 영향을 받은 지 오래됐다며, 북한이 세계 어떤 나라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고, 그 규모가 더 클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청진철도국 위생방역소 의사 출신인 최정훈 한국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등 전문가들도 앞서 VOA에, 북한의 감염병 대응체계가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녹취: 최정훈 교수] “진단이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체를 밝혀내는 것, 실험 실적으로 이건 뭐다, 무슨 균이다, 무슨 바이러스라는 것 등 빨리 정체를 밝혀내는 게 중요한데 그 게 북한에 안 돼 있습니다.”

서방국 전문가는 북한의 의료체계가 체제 문제와 직결돼 있어 북한 수뇌부가 주민들에 대한 치료보다 전염병 방어와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보 감추기에 급급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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