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 내 시위 사태를 연일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보도가 국내적으로는 미국의 위상을 떨어트리고,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여를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을 통해 백인 경찰에 의해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 씨가 사망한데 따른 미국 내 항의 시위 확산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시위 상황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 진행되는 관련 시위와 러시아, 중국, 이란 당국자들의 비난 성명까지 자세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 내 시위 상황을 전달하면서 “폭압에 동원된 경찰들”, “기마경찰의 말발굽 세례” 등 폭력성을 부각하고 있고, 노동당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는 “미국식 자유와 민주주의”를 비난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시스템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취약점을 부각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을 비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게 ‘점수를 따고’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비난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며 북한 주민들의 외부 세계에 대한 ‘환상’을 깨려는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 소속으로 북한의 선전선동을 분석했던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북한 매체들의 보도는 사실관계를 선동하려는 ‘서술’에 짜 맞춘다며 북한 당국의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시위 사태가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위상을 떨어트릴 수 있는 기회라면서 북한 주민들에는 70년 적대국인 미국보다 북한이 더 훌륭하고 안전한 나라로 인식시키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도 관영매체와 인터넷 등을 통해 미국 시위 사태 가운데 부정적인 요소들을 크게 부각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동맹’은 최근 분석자료에서 5월 29일부터 31일 사이 중국과 러시아의 관영매체와 외교관들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중 하나가 ‘조지 플로이드’였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애틀란틱 카운슬의 그레이엄 브룩키 국장은 VOA 뉴스센터에 러시아, 중국, 이란, 베네수엘라가 미국 시위와 관련해 자국민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한편 자기 나라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약화시키고 민주주의 힘에 대한 의문을 갖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국가정보국의 한 당국자도 최근 미국의 적들이 자국의 목적에 맞게 상황을 악용하려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