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 보고관이 한국 통일부 고위관리와의 화상면담을 요청한 뒤 북한인권 문제는 탈북주민 단체와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민간단체들의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 한국 정부는 공익 침해 등 적극 해명에 나섰습니다. 탈북민 관련 단체들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서울에서 정찬배 기자의 보도입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김정호)
유엔의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한국 통일부의 이종주 인도협력국장이 30일 오전 9시부터 2시간가량 화상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크게 세 가지 사안이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대북 전단과 물품 살포와 관련해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 샘에 대한 설립허가 취소 이유와 8월부터 실시될 25개 비영리 법인 사무검사에 대한 배경, 또 64개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등록 요건 점검 등에 대해 취지를 설명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어 이런 조치들이 민간단체들의 북한인권 개선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진행되어야 하며 해당 단체들의 의견 표명과 이의 제기 사법구제 등 충분한 대응 기회가 보장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국 통일부는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에 대해 법인설립 허가 취소는 대북 전단과 물품 살포 활동이 민법이 정한 취소 사유인 목적 외 사업, 허가조건 위배, 공익 침해에 해당됐기 때문이며, 전단 살포가 오랫동안 지속돼 남북 합의를 위반하고 긴장 조성으로 인한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 누적을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민간단체에 대한 사무검사는 매년 제출하는 보고를 하지 않았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단체들로 선정된 것이며 대북전단 살포 이력 등의 이유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탈북민 단체들과 인권단체들은 한국 정부 조치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가진 탄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비영리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인영 통일부장관 인사청문회 제출 자료를 통해 통일부의 등록단체 사무검사는 지난 22년 동안 겨우 4개 단체였고 이 가운데 등록취소는 1개 단체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처럼 전단을 이유로 단체 2곳을 등록 취소하고 25개 북한인권과 탈북민 단체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사무검사를 벌이면서 64개 단체를 추가해 대규모로 들여다보겠다고 한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탈북민 단체들과 지원 단체들도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철호 / 북한인권단체 나우 (NAUH) 실장
“제가 북한에서 22년 간 살면서 인권유린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오게 되면서 자유 민주주의를 알게 됐고 또 미국에 갔다 오면서 실제 선진국과 자유 민주의 인권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십 수년 간 북한인권 활동을 하면서 요즘 같은 상황을 보게 되니까 과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올바른 일인가…”
조경희 / 사단법인 물망초 실장
“저희가 대상자가 됐다는 점만으로도 사실은 굉장히 위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고요. 잘못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떤 설명을 저희가 일일이 해야 된다는 점에서 업무적인 부담감을 갖고 있습니다.”
법인 취소를 당한 탈북단체들은 앞서 지난 27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다음 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소송이 진행됩니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국 통일부의 입장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정찬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