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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아시안 혐오 실태 보도에 큰 보람" ABC 뉴스, 캐서린 소벡


[여성 언론인 대담] "아시안 혐오 실태 보도에 큰 보람" ABC 뉴스, 캐서린 소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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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얼마 전 워싱턴 D.C.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첫 대면 회담이어서 관심이 높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일본 사정에 정통한 언론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ABC뉴스의 캐서린 소벡(Catherine Thorbecke) 기자를 초대했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캐서린 소벡 기자 (ABC 뉴스 제공)
캐서린 소벡 기자 (ABC 뉴스 제공)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소벡) 네! 제 이름은 캐서린 소벡입니다. ABC 뉴스의 경제ㆍ기술 담당 기자인데요. 아침 뉴스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의 보조 프로듀서로 일하다가, 몇 년 전부터 이쪽을 맡고 있습니다. 산업계에서 기술(technology)에 관련된 부분을 전담 보도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예를 들어, 최근에 ‘애플(Apple)’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온 신제품 ‘에어태그(AirTag)’를 공개한 사항을 보도했고요. 미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의 탐사선이 화성 대기에서 성공적으로 산소를 만들어 낸 사실도 시청자들께 전해드렸습니다.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과 미·일 정상회담 때, 일본 매체에 해설하시는 것을 봤습니다. 일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하시더라고요.

소벡) 제가 워싱턴 D.C. 근처에서 태어났지만, 자란 곳은 일본 도쿄입니다. 아버지 일 때문에, 어릴 때 가족과 함께 이주했는데요. 그래서 일본어도 능숙하게 합니다. 이웃 나라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문화에도 익숙한 편이에요. 다 커서 가족들을 일본에 남겨두고, 저 혼자 미국에 다시 건너왔습니다. 뉴욕대학교를 졸업했고요. 일본 신문 ‘마이니치’의 뉴욕 지국에서 일하다가, ABC로 온 지는 6년 정도 됐어요. 뉴욕을 근거로 활동을 한 시간은 통틀어 9년째입니다.

기자) 언론에 입문한 계기는 뭔가요?

소벡) 어릴 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요. 먼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주는 창구가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감춰진 진실을 밝혀내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길 바라왔습니다. 뭔가 좀 어설프고 ‘순진한 희망’처럼 들리죠? 하지만 아직도 이런 소망과 열정을 유지한 채 일하고 있습니다.

기자) 전혀 어설프지 않고, 젊은 언론인의 패기가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써온 기사나 보도 활동 가운데, 가장 아끼는 건 뭔가요?

소벡) 흠… 좋은 질문이네요. 경제ㆍ과학기술 담당 기자의 전문 영역은 아닙니다만, 최근에 뉴욕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반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증가하는 현황에 대한 심층 보도팀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고생도 많이 했지만, 지금까지 경력에서 가장 보람 있는 취재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기자) 전문 영역이 아닌데 심층 보도팀에 참가한 이유가 뭔가요?

소벡)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아시아계 여성들이 주로 혐오 사건의 표적이잖아요. 저는 아시아 문화를 잘 알고, 또 여성이기 때문에 취재에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한 보도 만큼은 제가 앞장서서 명예롭고 정확하게 해내기로 다짐했던 겁니다.

기자) 해당 심층 보도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소벡) 아시아계 대상 혐오 범죄가 많은데도 왜 제대로 신고가 안 되는지, 그리고 피해를 본 사람은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 이런 실태를 살피는 게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혐오 범죄가 많다’는 현상 자체는 앞서 여러 매체에서 다뤘기 때문에,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니까요.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로부터 정말 많은 반응과 의견(feedback)을 받았어요. ‘아, 이런 게 언론인으로 일하는 큰 보람이구나’ 싶었고요. 어릴 때 기자를 꿈꾸게 했던 사명감을 어느 정도 성취한 느낌도 받아서, 스스로 자랑스러웠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언론 경력에서 ‘최고의 순간’, 가장 좋았던 일은 뭔가요?

소벡) 좀 전에 말씀드린 보도를 비롯해서, 영향력 있는(impactful) 기사를 썼을 때가 언제나 기분 좋습니다. 그런 일들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저는 아직 젊기 때문에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더 훌륭한 기자가 될 거예요.

기자) 그럼 ‘최악의 순간’이랄까요, 떠올리기 싫은 일은 없습니까?

소벡) 하나를 딱 끄집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면, 언론계는 전반적으로 견뎌내기 힘든 분야이기 때문이에요. 정리해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힘든데요. 하나는 ‘개인의 능력’입니다. 매일같이 발생하는 새로운 뉴스들을 기자가 신속하게 소화해서, 시청자들이 알기 쉽게 전달해드리는 일이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에요. 기자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니까요. 다른 하나는 ‘업계의 변화’입니다. 언론계는 다른 어떤 산업 분야보다 변화가 빠른 곳이에요. 예를 들어, 이전에 방송 기자는 리포트만 제대로 작성하고, 카메라 앞에서 잘 읽어내기만 하면 됐는데, 요즘은 온라인 기사도 쓰고, ‘일인다역’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일은 계속 늘어나는데, 자리는 점점 줄어들어요.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개인방송 등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기성 언론 매체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이 모든 어려움을 뚫고 성공적인 언론인이 되려면, 신념과 열정이 강해야 합니다.

기자) 여성이라서 감당해야 했던 어려움은 없었나요?

소벡) 음…, 기울어진 공간에서 싸우는(uphill battle) 듯한 느낌을 받았던 일이 몇 번 있어요. 남성들은 저 위에서, 훨씬 유리한 곳에서 여성들을 상대하고 있는 거죠. 그래도 여성들이 겪는 이런 어려움이 줄어드는 쪽으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선배들 세대와 비교하면, 지금 미국 언론계는 훨씬 양성이 평등한 쪽으로 발전했으니까요.

기자) 기울어진 공간에서 싸우는 듯한 느낌, 어떤 상황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소벡) 여성 기자들은 대부분 직급이 낮은 위치에 머물러있어요. 얼마나 오래 일했건, 얼마나 능력이 출중하건 상관없이요. 반면에, 보직 간부들은 대다수가 남성입니다. 여성 언론인의 ‘숫자’ 자체는 분명히 예전보다 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 의사 결정 경로에는 여성이 적습니다. 취재와 보도 방향을 정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에디터 급 이상 지위에 여성들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렇게 돼서, 제 후배 세대의 여성 언론인들은 양성이 완전히 동등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소벡) 음, 아마도 8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겁니다. 언론인으로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것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어요. 왜냐면,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미국의 언론 자유는 정말 월등하거든요. 그래도 완벽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10점 만점을 매기지는 못하는 겁니다. 언론 매체들에 대한 일각의 ‘적대적 환경’을 우려하는 겁니다.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뭡니까?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 거라고 기대하세요?

소벡) 잘 모르겠어요, 하하. 요즘 세상에서는 ‘미래’라는 게 워낙 불명확하잖아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불쑥불쑥 일어나니까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저는 언론인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겁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현안이나 문제가 있을 때 밝게 빛을 비춰 세상에 드러내는 일을 계속할 거예요. 그렇게 하다 보면 10년 뒤에 제가 어디에 있을지, 한번 지켜보죠. 기대되네요.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소벡) 여성들이 계속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의 핵심 요소라고 저는 생각해요. 여성들은 의견이 있어도 말을 못 하고, 남성들의 지도에 따르는 사회적 역할을 강요받아온 게 사실이니까요. 대다수 나라에서 그래왔습니다. 그런데 지구상의 절반은 여성이에요. 그래서 언론인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그들(여성들)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여성들은 꾸준히 의견을 내고, 주장을 밝히고, 동시에 언론인들은 그걸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매체에 실어줘야 합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ABC 뉴스 캐서린 소벡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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