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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세금 전문 기자’ 켈리 어브 


[여성 언론인 대담] ‘세금 전문 기자’ 켈리 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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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차례로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15일은 미국의 소득세 정산 마감일(Tax Day)입니다. 정산 결과에 따라 세금을 더 낼 수도 있고 초과 금액을 돌려받을 수도 있어서, 미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날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세금 전문 기자를 초대했습니다.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Forbes)의 켈리 어브 선임 기자와 함께 세금 문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Forbes)의 켈리 어브 선임 기자.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Forbes)의 켈리 어브 선임 기자.

기자) 안녕하세요, 지금 1년 중에 가장 바쁘신 시점일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어브) 제 이름은 켈리 어브입니다. 세법 변호사이자, 조세 전문 기자인데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어려운 세금 관련 뉴스를 쉽게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요 매체에서 이런 자격(세법 변호사 겸 기자)을 가진 사람이 남녀를 통틀어, 제가 거의 유일합니다. 독자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택스걸 닷컴(taxgirl.com)’이라는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자) 기자로서 ‘세금’을 전문 분야로 택하신 이유가 뭔가요?

어브) 세금은 곧 ‘삶’이에요. 우리가 너무나 많은 결정을 내리는데, 세금이 관여하거든요. 특히 미국에서는 그래요. 세율을 따져서 어디에 거주할지 결정하는 사람들도 많고, 어디서 물건을 살지 따져보기도 하잖아요. 당장 기본적인 생활비를 꾸릴 때도 세금을 빼놓고 이야기가 되나요? 우리 일상 구석구석, 세금의 영향을 안 받는 곳이 없잖아요. 저는 기자로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세금을 전문 분야로 택한 겁니다.

기자) 그런데 세금이라고 하면, 누구나 적게 내고 싶어 하잖아요, 합법적인 방법으로 말이죠. 그래서 ‘현명한 납세자(smart taxpayer)’란 말도 있고요.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세금을 줄이는 비결이 있나요?

어브) 우선, 세금을 줄이는 것과 현명한 납세자가 되는 건 다른 문제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직접적으로 세금 낼 돈을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비결’ 같은 건 없기 때문이에요. 그건 사람마다 처한 경제적 상황이 달라서인데요. ‘현명한 납세자’는 자신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예를 들어서 은퇴연금 계좌에 돈을 넣어두고 면세 혜택을 받는 방법을 아는 것, 이런 게 중요하죠.

기자) 결국 정보에 앞선 사람이 ‘현명한 납세자’란 말이군요?

어브) 맞습니다. 지금 연방 상원에서는 지역 경기 부양을 위해, 특정 지역에 집을 살 경우, 모기지(주택구입대출) 납부분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확대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인데요. 이런 게 언제 어떻게 확정되는지 알고, 내 상황에 적용하는 게 현명한 납세자죠. 그걸 알리는 게 제 일이고요. 특히 올해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세금 제도와 정책의 변화 폭이 커요. 이게 나한테 어떤 변화를 줄지 이해해야 되는 겁니다.

기자)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세금 제도 변화로, 소득세 정산 마감일을 4월 15일에서 7월 15일로 석 달 연장한 게 대표적인데요. 그 밖에 중요한 건 어떤 조치가 있나요?

어브) 아, 너무너무 많은 변화가 있어요. 짧은 시간에 다 말씀드릴 수 없을 정도인데요. 우선 정산일이 늦춰졌기 때문에, 환급액을 받을 날짜나, 추가 납부액을 내는 마감일도 미뤄졌죠. 또 전년도에 세금을 덜 낸 사람들이 금전적 여유가 없을 때 분기별로 나눠 내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데요. 올해 1, 2분기에는 한 차례로 통합해서 부담을 덜도록 했어요.

기자)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많잖아요. 이들에게 세금이 부담이 된다면 어떻게 합니까?

어브) 그렇죠. 당장 생활비 마련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런 경우를 위해, 국세청(IRS)이 가계 소득 보전 대책을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면세 혜택을 받는 은퇴연금 계좌에서 미리 돈을 뽑아 쓰면 원래 세율대로 세금을 한꺼번에 내야 되는데요. 일부 조건에서 면제해주는 조치가 있습니다.

기자)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다시 어브 기자의 보도 활동으로 화제를 돌려야겠어요. 언론계에 입문하신 계기는 뭔가요?

어브) 기자보다 변호사를 먼저 시작했어요. 세법 변호사가 된 지 23년 정도 됐는데요. 제 고객들이 ‘현명한 납세자’가 되도록 돕는 게 제 임무였죠. 그러던 어느 날, 고객들을 위해 그때그때 정리해둔 정보들을 일반에 공개하면 보람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래서 변호사 활동 5년 만에, ‘포브스’지에 전문 기자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기자) 다른 기자들과 달랐던 점은 뭔가요?

어브) 세금 관련 제도가 원래, 하루가 다르게 변하잖아요. 또 깊이 들어가면 어려운 내용이고요. 그런데 세법 변호사가 직접, 관련 소식을 알기 쉽게 풀어서 전달하니까 독자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다른 기자들보다는 제가 전문지식이 많으니까, 인정을 받았던 거고요. 독자들과의 인연이 계속되면서 제 웹사이트와 인터넷 사회연결망, 온라인 방송을 통해 이런저런 세금 관련 고민을 털어놓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고 있고요.

기자) 법조계와 언론계 모두, 남성 중심적인 곳이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여성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자리 잡기까지 순탄했습니까?

어브) 그것참 곤란한 질문이네요. 지나친 표현을 안 쓰기 위해, 그냥 ‘어려웠다’고만 말씀드릴게요. 제가 힘들었던 걸 과장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법조계 중에서도 세법 분야는 특히 여성에게 진입장벽이 높아요. 돈을 다루는 곳이라서요.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곧 권력이기 때문에, 여성을 배제하려는 풍조가 사회적으로 남아있거든요.

기자) ‘돈을 다루는 건 남자가 할 일이다’, 이런 풍조인가요?

어브) 그렇죠. 제가 처음 세법 변호사 업무를 시작할 때는, 이 분야 사람들이 대부분 백인 남성이었어요. 그중에서도 백인 고연령층 남성들이었습니다. 여자와 젊은 사람은 끼워주지도 않은 분위기, 아시겠어요? 그래서 어떤 행사나 회의에 가면, 제가 유일한 여성이고, 가장 어릴 때가 많았어요. 그런 곳에서 제 목소리가 중요하게 취급받았겠습니까? 어떨 때는 회의장 문을 열고 발을 들여놓기가 두려울 때도 있었어요.

기자) 그럼 변호사가 되신 5년 뒤, 언론계에 발을 들이실 때는 어땠나요?

어브) 언론 쪽은 상대적으로 적응이 쉬웠어요. 저는 변호사였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함부로 다루지 못했던 거죠. 이미 세법 분야에서 유명했으니까요. 세금에 관해 말할 때, 다른 어떤 기자도 저보다 권위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포브스’는 회사 분위기가 개방적이고 진보적이에요. 제가 ‘포브스’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담당 부장이 여성이셨는데요. 저를 비롯한 조직 내 여성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주셨습니다. 재닛 노백(Janet Novack) 부장이셨는데, 지금은 워싱턴 D.C. 총국장을 맡고 계십니다.

기자) 전문성도 갖추신 상태에서, 좋은 분을 상사로 만나신 거네요?

어브) 제 경우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클 수 있었고, 지금도 감사해요. 하지만 언론계는 전반적으로 아직도 ‘남자들의 세상’이에요. 저 아닌 다른 여성들의 경우는, 훨씬 힘든 싸움을 벌일 때가 많아요. 기획 구상이나 취재력으로 만든 좋은 보도 결과를, 목소리 큰 남성들이 가로채서 자기 공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흔해요.

기자) 미국의 언론 자유 현황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금이나 경제 분야는 정치적인 기사를 쓸 일이 없어서, 정부와 마찰이 적지 않나요?

어브) 전혀 아니에요. 그런 이야기는 제가 반박해야겠습니다. 세금 제도를 집행하는 건 행정직 공무원들이지만, 그걸 움직이는 정책은 정치가들이 세우잖아요. 예를 들어, ‘오바마케어’에 따라 건강보험 미가입자들에게, 소득세 정산 과정에 벌금을 매기는 기사를 쓸 때, 정치권에서 비판적인 반응이 많이 왔어요. 자기 쪽에 불리한 논조라는 불평이죠.

기자)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그랬습니까?

어브) 민주당ㆍ공화당 양쪽 다 비판적이긴 마찬가지예요. 벌금을 시행할 때는 민주당 정부였고, 벌금을 폐지할 때는 공화당 정부였으니까요. 저는 최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지만, 공화당 쪽에서 보기에 아쉬운 부분도 있을 테고, 민주당 쪽에서 보기에 섭섭한 내용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언제나 최대한 ‘정치적이지 않은’ 태도로 기사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기자) 그럼 지금 미국의 언론 자유도에 점수를 매긴다면, 얼마나 주시겠습니까?

어브) 아, 그건 참 자주 상황이 변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제 생각엔, 이전보다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왜냐면 ‘언론은 미국인들의 적’이라는 말이 정부 고위 책임자의 입에서 나오잖아요. 제가 세 아이를 키우는데요, 그중에 한 명이 텔레비전에서 그 발언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엄마를 걱정해주더라고요. 엄마 위험해지는 거 아니냐고.

기자) 그래서, 자제분께 뭐라고 설명해주셨습니까?

어브) ‘엄만 괜찮아’, ‘엄마 계속 기사 쓸 수 있어’라고 말해줬죠. 정부 당국자의 자극적인 발언은 발언일 뿐이고, 실제 물리적인 위협으로 나타나는 곳이 미국 사회는 아니라고 설명해줬어요. 하지만, 그런 자극적 발언이 거리낌 없이 나올 수 있는 ‘풍토’는 좀 아쉽습니다. 저희 남편이 저한테 그래요. 어디 가서 기자라고 말하지 말라고. 원래 미국에서는 변호사들을 탐욕적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어서, 예전엔 변호사라고 말하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지금은 바뀌었죠(웃음).

기자) VOA 한국어는 북한으로 방송하는데요. 세금 전문 기자로서, 국제 문제를 다룰 일이 있습니까?

어브) 그럼요. 국제 경제에 관한 기사를 쓸 일이 많아요. 대러시아 관계가 미국 세법에 영향을 미친 적도 있고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에 맞추기 위해 미국 세금 제도를 손질한 경우도 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제가 전문가라고 할 순 없지만, 국제 경제 체계의 건전한 일원으로 편입해서 역할을 하는 게 주민들의 행복과 안전에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기자) 그럼 북한의 청취자분들과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대해선 어떤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어브) 무엇보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언론 자유의 핵심이잖아요. 모든 정보가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전달돼야 하는 거죠. 그걸 통제하고 묶으려는 세력이 있으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는 거예요. ‘아는 게 힘’이라는 유명한 격언도 있잖아요. 세상 돌아가는 걸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힘이 있겠어요? 이건 만국 공통의 원리에요. 그리고 양성평등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세법 변호사로서 거의 유일한 여성이었던 제 경험에 비추어, 전 세계에서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도 개선할 여지가 있으니까, 북한은 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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