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꽃제비 출신 청년이 다음 달에 실시되는 영국 지방 선거의 지역 보수당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앞서 다른 지역에서 출마한 박지현 씨에 이어 탈북민 출신 영국 시민 2명이 구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됐는데, 이 탈북 청년은 VOA에 영국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배워 북한 민주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영국 보수당은 다음 달 6일 실시될 지방선거의 맨체스터 수도권 덴턴 사우스 지역 구의원 후보로 최근 티머시 조 씨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역 선거 관련 게시판에는 9일 현재 노동당, 녹색당 등의 후보와 함께 보수당 후보로 조 씨의 이름이 올려져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올해 33살의 티머시 조 씨는 어린 시절 부모와 헤어진 뒤 수년 동안 북한 거리를 떠도는 이른바 꽃제비 생활을 하다가 탈북한 뒤 중국에서 체포돼 강제 북송됐다가 재탈출을 반복한 끝에 2008년 영국에 정착했습니다.
조 씨는 영국에서 영어를 처음 배우고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과 리버풀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안보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 사무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 씨는 VOA에 8년 전 대학생 때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 공동의장인 피오나 브루스 하원의원의 선거 유세를 도우면서 정치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말했습니다.
티머시 조 / 영국 보수당 구의원 후보
“(북한에서) 봤던 정치와 너무 다른 거예요. 사람과 사람의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실정을 들어주고 그것을 대변해 지역을 대표하고. 이게 바로 민주주의, 문명사회라는 한 폭의 그림을 제 눈으로 처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조 씨는 이후 대학원에서 정치와 국제관계를 배우고 영국 의회에서 일하면서 정부 견제와 균형,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구의원 선거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티머시 조 / 영국 보수당 구의원 후보
“많은 것을 느낀 게 정치를 배우고 시작하려면 지역부터 알아야겠구나. 지역 정치를 일단 알아야 나라 정치를 알 수 있고, 나라 정치를 알아야 세계 정치를 할 수 있고, 세계 정치를 알게 되면 안보가 눈에 보이게 되고…”
조 씨는 자신이 출마한 지역이 야당인 노동당 강세 지역이지만, 당선 여부에 관계없이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꽃제비로 북한을 탈출해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이 기적과 도전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구의원은 물론 국회의원 등 더 풍부한 경력과 경험을 쌓아 궁극적으로 북한의 자유와 민주화에 이바지하는 게 개인적인 사명이란 겁니다.
티머시 조 / 영국 보수당 구의원 후보
“북한에서는 정치란 그 단어 자체가 Privilege(특권)의 선택권을 받은 사람만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결국 이 꿈과 희망이 나중에 북한 사람들을 민주주의의 구성원이 되도록 하는 게 제가 걸어갈 수 있는 부분에서 미션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탈북민이 지방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앞서 함경북도 청진 출신 박지현 씨가 맨체스터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 보수당 후보로 선정돼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신매매와 강제 북송, 고문을 겪었던 박지현 후보와 거리에서 음식을 찾아 헤매던 북한 꽃제비 출신 티머시 조 씨의 새로운 도전이 어떻게 펼쳐질지 영국인들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