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오갔던 친서 내용이 추가로 공개됐습니다. 친서에는 두 정상의 친분이 어느 정도 풍기지만, 서로의 우선순위가 많이 달랐는데, 김 위원장의 미한연합훈련 취소 요구 등 과거 공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강양우)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은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트럼프-김정은 러브레터의 실제 교훈’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습니다.
칼린 전 담당관은 이 글에서 지난해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신문 부편집장이 입수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서 27건에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을 공개했는데,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령 김정은 위원장은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종전 선언, 미한 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상응 조치를 언급하기보다 완전한 비핵화만을 계속 요구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깜짝 회동한 뒤 한 달 후에 보낸 마지막 친서에서 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내용을 길게 쓰며 과거와 달라진 기조를 분명히 했습니다.
두 정상의 회동 이후에도 미한 연합훈련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자신은 향후 실무협상이 이뤄지기 전에는 이 훈련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미국이 골칫거리로 생각하는 미사일 위협이나 핵 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의 군사 행동과 한국군이라면서 이런 요소가 사라질 때까지 변화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이에 대해 분명히 불쾌하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관계를 당신만 이득을 얻는 디딤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를 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받는 것이 없는 바보처럼 보이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상당히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습니다.
칼린 전 담당관은 기고문에서 이런 편지 내용을 바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의 구체적인 요구 상황에 대해 응할 구체적인 제안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비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그러나 16일 VOA에, 이번에 공개된 서한은 새로운 게 거의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 동문서답을 한 상황은 처음부터 예상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잘못된 추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잘못된 추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 이번 편지 내용 공개로 확실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