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의사당 난입 사태를 조사 중인 하원 특위 청문회에서 증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 대법원의 보편적 낙태권 폐지 결정에 대한 대응으로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처음으로 처방전 없는 사전피임약 판매 승인 신청이 접수됐다는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작년 1월 6일 발생한 의사당 난입 사건과 관련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증언에 나서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사라고도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의사당 난입 사건을 조사 중인 하원 특별위원회에 나와 증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배넌 전 수석전략가 측 변호인이 9일 특위에 서한을 보내 청문회 증언 의사를 전달한 건데요. 줄곧 청문회 출석을 거부해오던 배넌 전 수석전략가가 태도를 바꾸면서 청문회에서 어떤 증언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배넌 전 수석전략가는 그간 왜 증언을 거부했던 겁니까?
기자) 정부의 기밀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인 ‘행정 특권’을 이유로 소환 통보를 거부해왔습니다. 하지만 특위는 행정 특권을 배넌 전 수석전략가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혀왔는데요. 배넌 씨가 지난 2017년에 경질됐기 때문에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에는 민간인 신분이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배넌 씨가 다시 증언하겠다고 나선 건 행정 특권을 포기한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배넌 전 수석전략가의 변호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배넌 씨에 대한 행정 특권 철회를 밝히는 서한도 특위에 제출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한에서 “당신과 다른 사람들이 불공정하게 대우받고 막대한 법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봤다”며 “만약 증언을 위한 시간과 장소에 합의하게 되면 당신에 대한 행정 특권을 철회할 것이며, 그렇게 하면 가서 진실되고 공정하게 증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위의 조사에 불만을 보이고 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위의 조사에 대해 민주당이 주도하는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해 왔습니다. 특히 자신의 측근들에 대한 소환장 발부 소식에 크게 반발하면서 측근들에게 소환에 응하지 말 것을 지시했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배넌 씨에 대한 행정 특권 철회 서한에서도 특위에 대해 ‘정치적 폭력배와 깡패들 (political thugs and hacks)’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배넌 씨가 어떻게 해서 특위 증언에 나가게 된 건지 경위를 살펴볼까요?
기자) 네. 작년 1월 6일,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백 명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진행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인증을 저지하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회 경찰을 포함해 5명이 사망했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 소추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됐고요. 이후 하원에서 민주당 주도로 특별위원회가 꾸려져 해당 사건 조사에 돌입했습니다. 특위는 조사를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도 소환하기 시작했는데요. 작년 9월, 유명 우파 언론인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첫해인 2017년 수석 전략가로 활동했던 배넌 씨에게도 소환장을 발부했습니다.
진행자) 특위가 배넌 씨를 소환하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특위는 배넌 씨가 의사당 난입 사태 전에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과 1월 6일에 있을 일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고, 또 시위대를 선동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배넌 씨는 줄곧 소환을 거부했던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배넌 씨는 특위의 소환 통보와 관련 문서 제출을 거부해 2건의 의회 모독죄로 기소됐는데요. 오는 18일에 관련 재판이 예정돼 있습니다.
진행자) 배넌 씨는 뭐라고 하면서 특위에 증언 의사를 밝혔습니까?
기자) 배넌 씨 변호인이 특위에 제출한 서한을 보면 “배넌 씨는 증언을 하고자 하며, 공개적으로 증언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특위 소속의 조 로프그렌 민주당 의원은 10일 ‘CNN’ 방송에 “증언은 몇 시간 동안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모든 질문에 관한 답을 얻기 원한다”고 밝혔는데요. “따라서 생방송 형식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특위는 공개 청문회가 아닌 비공개 녹화 증언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로프그렌 의원은 방송에서 “우리는 물어볼 것이 많다”라며 “배넌 씨의 증언 청취를 기대하고 있다”라고도 밝혔습니다.
진행자) 특위가 며칠 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측근을 상대로 비공개 청문회를 개최했다고요?
기자) 네, 특위는 지난 8일 팻 시폴로니 전 백악관 법률 고문을 상대로 8시간에 걸쳐 비공개로 증언을 청취했습니다. 증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는데요. 하지만 로프그렌 의원은 다음날 ‘CNN’ 방송에 출연해 “시폴로니 씨가 다른 증인들의 증언을 부정하지 않았다”며 “또 향후 청문회에서 풀어낼 몇 가지에 대해 배우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하원 특위의 이번 주 일정도 한번 살펴보죠?
기자) 12일에도 청문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특위는 의사당 난입에 참여했던 극우단체 회원을 상대로 이날 청문회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여성의 낙태권과 관련해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미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보편적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한 후 일부 주에서 낙태를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공중 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 발언이 어디서 나온 겁니까?
기자) 바이든 대통령이 10일, 가족 별장이 있는 델라웨어주 르호보스비치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기자들과 만나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기자들이 현재 낙태 지지자들이 낙태권 보호를 위해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고려 중이냐고 묻자, “나에게 그럴 권한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살펴보라고 당국자들에게 요청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대법원에서 ‘로 대 웨이드 판례’가 폐기된 데 대해 비판하면서,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죠?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기자들에게, 대법원의 결정 이후 연방 정부 차원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공중 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비롯해, “여성의 권리를 수용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에는 낙태 관련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지난달 연방 대법원의 결정으로 낙태와 관련한 결정권은 이제 연방 정부에 사실상 없는 거죠?
기자) 네, 대법원이 지난 반세기 동안 연방 차원의 낙태 권리를 인정하는 근거가 됐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 낙태권에 대한 결정권을 주 정부와 주 의회가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10여 개 주에서 낙태 금지법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 좀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고요?
기자) 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나에겐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법으로 만들어 다시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의회가 낙태권을 성문화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더 나은 기회를 얻기 위해선 유권자들이 낙태권을 지지하는 의원들을 선거에서 더 많이 뽑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결국엔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선택해야 한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대법원의 결정에 분노한 시민들을 향해 “계속 시위하라. 여러분의 주장을 내라”며 “이는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낙태 관련 공중 보건 비상사태가 실제로 실효성이 있을까요?
기자) 백악관에서는 공중 보건 비상사태 선포가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젠 클라인 백악관 성 정책 자문위원회 국장이 지난 8일 브리핑에서 공중 보건 비상사태 검토 여부에 관한 질문에 그렇게 답했습니다.
진행자) 좋은 선택지로 보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클라인 국장은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고려할 때 몇 가지 감안해야 할 것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우선, 공중 보건 비상 기금이 수만 달러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해도 동원할 자금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또 “비상사태 선포로 법적 권한이 상당히 확대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는데요. “따라서 아직 그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공중 보건 비상사태가 “훌륭한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 식품의약국(FDA)에 처음으로 처방전이 필요 없는 사전피임약 판매를 승인해 달라는 신청서가 접수됐다고 하는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프랑스 제약회사인 ‘HRA 파마(HRA Pharma)’는 11일, FDA에 처방전이 없어도 사전피임약을 살 수 있게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사전피임약을 복용하는 방법이 미국 내에서 가장 흔한 피임 방법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호르몬 분비를 조정하는 사전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1960년대 이후부터 여성의 가장 보편적인 피임 방법입니다. 다만, 사전피임약을 복용하기 위해선 흔치는 않지만, 혈전증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의료진의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현재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없는 피임약은 피임하지 않은 채 한 성관계한 이후 3일 안으로 복용해야 하는 응급 경구약이 유일합니다.
진행자) FDA에 신청서를 접수한 제약업체는 이번 신청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기자) 네, HRA 파마는 보도자료에서 FDA에 자사의 사전피임약 ‘오필(Opill)’을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했다며, 만약 승인 받는다면 미국에서 처음으로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사전피임약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60년 동안 미국 여성들은 처방된 사전피임약으로 임신 시기를 결정했다며, 이같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을 앞으로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더 많은 여성이 불필요한 제약 없이 피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FDA 승인이 나오면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처방전 없이 사전피임약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건데요.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상당수의 나라가 이미 처방전 없이 사전피임약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 ‘가정의학아카데미’에 따르면, 처방전 없이 사전피임약을 살 수 있는 나라는 100개가 넘는데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그리스와 터키, 멕시코, 러시아 등이 이에 포함됩니다. HRA 파마는 지난해 영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피임약에 대한 승인을 얻은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접수된 신청서가 승인되기까지 얼마나 걸린 것으로 보이나요?
기자) ‘HRA 파마’는 오는 2023년 상반기에 승인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기존 약 가운데 처방전을 필요로 했다가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게 된 경우가 있었나요?
기자) 네, 있습니다. 진통제와 속쓰림약, 그리고 알레르기약 등 다양한 약이 처방전을 필요로 했다가 이후에 처방전 없이 판매될 수 있도록 전환됐습니다. 처방전 없이 약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각 소비자가 약의 사용법을 이해하고, 복용의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으며 전문가의 감독 없이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행자) 이번 승인 신청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최근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결정을 하면서 보편적 낙태권을 폐지한 뒤 이뤄졌기 때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다만, ‘HRA 파마’는 이에 대해 시기가 겹치는 것은 우연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신청을 위해 지난 7년 동안 FDA가 요구하는 내용을 연구했는데, 여기에는 여성 1천 명이 해당 약을 6개월 동안 복용한 임상 시험 등도 포함됐다고 이 제약 업체는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사전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는 이전에도 있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의사협회는 지난달, FDA에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처방전 없이 사전피임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FDA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많은 관심이 쏠리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여성의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과 관련한 FDA의 움직임이 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FDA는 여성이 낙태에 사용하는 약을 우편으로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는데요. 이에 여성 인권 옹호자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낙태 반대론자들한테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현재 응급피임약은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06년에 응급피임약 ‘플랜B’에 대한 승인이 나왔는데요. 당시에도 정치적으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여성의 낙태권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낙태약 역시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따라서 이와 관련한 FDA의 판단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큰 관심이 쏠릴 것이란 전망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