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으로 탈출한 전직 북한군 출신 청년들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남북한 군인들의 병영생활을 비교하고 드라마 같은 탈출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은 조회 수가 수 십만 건에 달하는데, 이들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유튜브로 평범한 한국 내 일상을 소개하는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자유를 찾아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군 병사들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비무장지대(DMZ)를 무사히 통과했을까?
[녹취: 북시탈TV] “제가 당시 넘어올 때 AK소총과 총탄 90발, 수류탄 2발과 쌍안경을 휴대하고 넘어왔는데요. 정말 총탄이 빗발치는 그런 DMZ를 뚫고 왔었습니다. 그때 긴장했던 순간을 세세하게 말씀드리려고…”
DMZ 인근 북한군 병사들은 부대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까?
[녹취: 북시탈TV] “오늘은 저희가 밥을 지을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떤 밥이냐 북한군에서 주식으로 먹는 옥수수쌀입니다. 이 쌀로 북한군에서 직접 하는 밥처럼 똑같이 해 보려고 합니다.”
사선을 넘어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군 출신 청년 탈북민들이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 ‘북시탈’(북한과 각시탈의 합성)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북시탈’은 지난 2012년 서부전선을 통해 망명한 정하늘 씨와 2016년에 중동부 전선을 통해 망명한 김강유 씨가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유튜브 채널로 최대 조회 수가 수 십만 건에 달합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는 개인이 자유롭게 영상을 제작·공유·시청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독자와 조회 수에 따라 광고수익까지 올릴 수 있어 지구촌 주민들 사이에 열기가 뜨겁습니다.
‘북시탈 TV’는 북한군 병사들의 다양한 병영생활을 한국군과 비교해 자세히 설명하는가 하면, 한국군 장교나 최근 망명한 북한군 동료를 초대해 최근의 북한군 소식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북시탈 TV] “(한국은) 유명한 초코파이가 오리온과 초코파이 두 개가 있거든요. 북한에서 뭘 많이 먹어요?” “브랜드를 가리지 않습니다. 고거이 자본주의 사상 아니갔습니까?” “딱 봤는데 차가 정말 많고 도로가 정말 좋은 거예요. 이 부분이 처음에 신기했습니다.” “한국군에는 존재하는데 북한군에는 없는 것에 대해 톱 3을 뽑았는데요. 가장 많은 질문이 PX? 북한군에 없습니다. 전화박스? 없습니다. 휴가? 없지만, 돈을 들여서 조건부 휴가를 갈 수 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정하늘 씨는 14일 VOA에, 북한군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남북 간 이해를 더 넓히기 위해 채널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하늘 씨] “북한군에 관한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이 없었어요. 그래서 알려야겠다. 나아가 북한군의 열악한 인권 현실도 알려서, 굳이 이런 게 인권 문제라고 떠들지 않아도 저희가 이렇게 콘텐츠를 진행하는 과정에 모든 게 녹아 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죠.”
정 씨는 구독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웠다며, 북한 군인들의 현실에 무척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하늘 씨]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대략 어느 정도 되겠지 라고는 상상했는데, 실제로 저희가 북한군은 어떤 밥을 먹고 생활할까 이런 얘기를 하면 생활수준이 그렇게 바닥일줄 몰랐다는 거죠. 한국에서 북한군에 대해 왜곡하고 영화에서 미화된 부분이 많아서, 정말 살인병기인 줄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아울러 1990년대생인 젊은 장마당 세대이자 비무장지대(DMZ)를 실제로 넘어 온 북한군 출신이란 배경 때문에 내용에 신뢰가 더 높았고, 최근 북한군 장교를 주인공으로 다뤄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나온 북한군 현실을 자세히 설명해 관심을 더 높일 수 있었다는 겁니다.
또 300~500 달러인 한국 사병들의 월급과 달리 생명수당을 포함해 150원에 불과한 북한군 병사들의 월급, 망명 뒤 북한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한국 군 당국으로부터 보로금 300만원, 미화로 2천 430달러, 소총 등 무기까지 갖고 왔기 때문에 1만 2천 달러를 추가로 받았다는 얘기도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하늘 씨] “저는 많은 사람들이 저희 채널을 보고 북한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졌으면 좋겠고, 탈북자들에 대한 시선도 깨졌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시작부터 정말 경험한 내용만, 더도 덜도 아닌 팩트만 전해주자. 그래서 탈북자 이미지 개선에도 이바지하자. 또 유튜브 하면서 많이 느낀 것은 한국에서 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댓글을 보면 그래도 빨리 통일이 돼 북한 주민들이 하루빨리 독재정권에서 해방돼 사람다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응원 글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많이 감동받았죠.”
정 씨는 북한 주민들도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꼭 보여주고 싶은 영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하늘 씨] “북한 주민들의 사고는 굉장히 굳어있어요. 필터링을 해서 보려는 의심이 많죠. 그래서 저희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게임을 한다든가, 우리가 밥 먹고 사는 것, 냉장고 안을 보여주고. 개인이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것, 북한과 달리 도로가 좋아서 차가 고장이 잘 안 난다. 이런 걸 보여드리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볼 것 같아요. 진짜일까 하다가도 와 이렇게 잘 산다고? 하면서 조금씩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