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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영농기 북한, 극심한 비료 부족 시달릴 듯”


12일 북한 남포의 청산리 협동농장에서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12일 북한 남포의 청산리 협동농장에서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농촌에서 모내기가 일제히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비료가 워낙 부족해 올해 농사 전망이 어둡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최대 쌀 생산지인 황해남도에서 최근 모내기가 시작됐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남포시 강서 구역 청산협농동장에서 모내기가 시작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관영 `노동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올해 농사에 `정면돌파 전략’의 성패가 달렸다며 농촌 지원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말 열린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농업전선을 정면돌파전의 주 타격전방’ 으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모내기는 볍씨를 보온 못자리에서 싹을 틔운 뒤 논에 옮겨 심는 것을 말합니다. 이 때 논은 미리 써레질을 해야 하며, 모내기 전후로 제초제와 비료를 주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모를 심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원돼 모내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농촌에는 1970년대부터 이앙기가 많이 보급돼 주로 기계로 모내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이앙기가 있습니다. 북한 TV를 보면 이앙기 1대에 세 사람이 타고 모를 심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민들은 TV에 나오는 이앙기는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실제로는 학생, 군인, 주민들이 대거 동원돼 ‘모내기 전투’를 한다고 말합니다.

북한 농업과학원에 근무하다 1995년 한국으로 망명한 이민복 씨입니다.

[녹취: 이민복] ”북한에서는 사람이 손으로 모를 꽂는 곳이 많죠, 이앙기가 모자라니까요. 이앙기도 정밀도가 떨어져서 뒤에서 사람들이 다시 작업을 해야해요. 그런 번거로움이 있어요.”

문제의 핵심은 비료입니다. 북한 당국의 바라는 대로 농사에서 ‘대풍’과 ‘다수확’을 거두려면 논과 밭에 질소, 인산, 칼리 같은 비료를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한국의 북한 농업 전문가인 GS&J 인스티튜트 권태진 박사는 쌀농사의 경우 비료 1t을 주면 소출이 1-2t 가량 늘어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박사] “평균적으로 북한의 상태를 얘기하자면 유안비료 1t을 주면 쌀1t이 생긴다고 할 수 있고, 요소비료를 1t을 주면 쌀 2t이 추가로 생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계산에 따르면 북한이 1년에 필요한 비료량은 58만t (성분기준)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비료는 10만t 불과합니다. 다시 권태진 박사입니다.

[녹취: 권태진 박사] “58만t은 농업 전문가들이 계산해낸 것이고, 실제로 북한이 사용하는 비료는 절반인 25만t 정도밖에 사용 못하는 거죠. 자체 생산량은 10만t을 넘지 못하고. ”

따라서 북한 당국이 직면한 문제는 부족한 비료 20만-30만t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1999년부터 한국이 제공한 비료에 의존했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쌀과 함께 매년 20-30만t씩 비료를 지원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에 지원한 비료는 250만t에 이릅니다.

그러나 2010년 북한에 의한 한국 해군 천안함 폭침과 뒤이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비료 지원은 중단됐습니다.

한국의 비료 지원이 중단되자 북한은 중국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비료를 지원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도에 7만1천t, 2016년에는 15만 8천t, 그리고 2017년에는 16만 2천t의 비료를 북한에 제공했습니다.

문제는 올해입니다. 북한이 1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차단하면서 비료 수입이 크게 줄었습니다.

최근 공개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2월 중국으로부터 200만 달러 상당의 비료를 수입 했습니다. 이를 t당 200달러인 유안비료 가격으로 계산하면 수입한 비료의 양은 1만t에 불과합니다.

공식적인 비료 수입이 줄어든 것은 물론 밀수 같은 비공식 통로를 통한 비료 반입도 잘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밀수를 통해 적잖은 비료를 들여왔는데 최근에는 이 역시 여의치 않아 장마당 비료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내 저개발국 농축산 지원사업을 펼치는 민간단체 ‘굿파머스’의 조충희 연구소장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북한 내부의 비료 사정이 한층 악화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국제사회 제재가 있기 때문에 ‘국가밀수’라고 해서 군 경비대 동원해서 중국에서 밀수 방식으로 비료를 수입해서 시장에 풀었는데 올해는 아마 그것도 (신종 코로나 때문에) 불가능하니까 비료 가격이 거의 두 배, 세 배 시장에서 뛴다고 했거든요.”

조충희 소장에 따르면 평안남도 평성시장에서 지난 3월 기준 복합비료의 가격은 북한 돈으로 kg 당 약 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0원의 세 배까지 올랐습니다.

요소비료는 지난해 3월 400원에서 올해 1천500원으로 4배 가까이 급등했고, 북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질소비료는 1천원에서 2천원으로 두 배 가량 올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월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습니다. 당시 많은 언론들은 비료공장보다는 20일 만에 나타난 김 위원장의 건강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순천인비료공장이 준공식은 했지만 실제로는 비료가 생산되지 않는 것이라고 권태진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박사] ”순천인비료공장이 사실상 준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준공식만 한 거죠. 구조물은 겉보기에 완공된 것처럼 보이지만 비료 생산 시설이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지 못하고, 김 위원장이 계속 독촉을 하고, 지난 연말 순천인비료공장을 건설했다고 자랑하니까, 올해 어쩔 수 없이 준공식을 하는 것은 보여주기식이라고 평가하고 있고요.”

실제로 지난 5월1일 북한 TV의 준공식 장면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공장을 둘러보는 모습은 나오지만 비료가 생산되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모내기는 시작됐지만 올해 북한의 비료 사정은 상당히 빡빡합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가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지만 빨리 비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Fertilizer is problem they need fix real quickly. Harvest is long time away.”

미국 정부도 비료를 비롯한 북한의 식량 상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 북한 내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기아와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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