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최근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며 ‘돈주’라 불리는 신흥 자본가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북한 정권의 이런 압박은 장마당 등의 시장 경제 후퇴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영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부정부패’를 세도, 관료주의와 더불어 “인민 위에 군림하고 인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노동당이 이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부정부패 척결에 나서면서 북한 내에서 시장 활동을 하는 ‘돈주’들에 대한 압박도 커졌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선박무역회사 부대표를 지내다 미국으로 망명한 이현승 씨는 19일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2010년 무렵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과 무역을 하거나 개인 사업을 벌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씨] “국가 기관과 연동돼서 하게끔 했거든요. 그런 허가를 줬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그런 활동을 하면서 국가에 돈을 바치고 나머지를 운영 자금 및 자기 자본으로서 운영하게 했었는데, 그런 정책이 한 번 만들어지니까 철회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현승 씨는 북한 내 ‘먹이사슬’에는 정권 고위층과 해외 무역일꾼, 장마당에서 시장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소비를 하는 사람 등 모두가 연결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국경 봉쇄 이후 이런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 이현승 씨의 진단입니다.
전체적으로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본이 점점 줄어들면서 돈주들이 정권과 관리들에게 제공하는 자금도 줄었고, 이에 따라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올라가는 자금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됐다는 겁니다.
[녹취: 이현승 씨] “그 다음부터 사람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이 사람들한테서 돈이 안 들어가니까, 필요하면 정찰총국장한테 전화해서 500만 불을 만들어내라고 한다던지…”
결과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이 돈주들이 갖고 있는 자본을 노리는 것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이현승 씨는 말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정권이 정부 중심의 계획 경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돈주’와 같은 자본가들을 압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re saying all these people with money, buying and selling things that they don't have control over, especially trading. So, they're thinking, oh, we need to get control, we need to centralize.”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강조하는 것은 돈주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동시에 정권이 국가 경제와 민간 부문의 경제에 대해 모두 권위를 행사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국장] “Corruption is a tool to go after the Donju, but it can also be a way for the regime to try and reassert its authority, both within the state apparatus and over the private sector economy
그러면서 시장을 통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의 일부는 이미 코로나 대유행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국장] “Some of these actually even predate the pandemic that the regime is trying to gain more control over the markets. In the private sector economy, restrictions that have been loosened in terms of what individuals could trade overseas have been tightened.”
민간 부문이 외국과 무역하는 물품에 대한 통제가 다시 강해졌다는 겁니다.
또 북한 기업들이 해외 기업들과 거래할 때 스스로 가격 협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그런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돈주에 대한 북한 당국의 압박이 북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현승 씨는 지금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북한 내 자금 흐름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씨] “돈주들이 갖고 있는 자본, 북한 지하에서 흘러들어가는 자본을 김정은이 타겟으로 했거든요. 이제는 해외 무역이 줄어들다 보니까. 그 자본을 저희가 봤을 때 2018년부터 빨아드렸습니다. 시장에서 돌아가는 돈을. 제가 봤을 때는 거의 한계가 올 겁니다. 이 자본도.”
그렇게 되면 북한 내에서 벌일 수 있는 시장 활동이 줄어들게 될 것이고, 그 어려움은 주민들에게 1990년 대 후반 ‘고난의
행군’처럼 올 수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시장 활동 위축은 그만큼 경제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Now, with so much market activity in the markets, people are much more productive, they make a lot of money.”
시장 활동을 벌여야 사람들의 생산성이 높여지고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그렇게 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녹취: 스탠거론 국장] “The real challenge that North Korea is going to face is when it does transition to a more open economy is how you take and normalize what has basically become a system.”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북한이 보다 개방된 경제로 전환될 때 직면하게 될 과제는 어떻게 현 상태를 정상화할 것인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