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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 받는 ‘북한-이란 핵협력 커넥션’…“핵확산 주시해야”


이란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원심분리기 사진.
이란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원심분리기 사진.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통적 우방국인 북한과 이란의 군사협력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두 나라의 기술 교류는 이미 확인된 미사일 부문을 넘어 핵무기 영역에서도 활발히 이뤄져왔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는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핵 전문가들은 다양한 정황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협력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면서도 두 나라의 핵무기 협력 여부를 공개 확인한 적은 없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은 1980년대 이란 뿐 아니라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예멘,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전역에 걸쳐 모든 미사일 시스템을 판매한 유일한 나라였지만 핵확산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 “The missile technology cooperation was beyond doubt. I mean there’s just no question that North Korea sold missiles, sold missile production technology, sold components. I mean there’s no doubt, no question whatsoever that short range, intermediate range, medium range missiles were provided by North Korea to Iran. But on nuclear there was no proof.”

하지만 미 당국의 공식 입장과 달리 워싱턴에서는 북한이 넘지 말아야할 ‘금지선’으로 간주돼 왔던 핵확산의 다리를 이미 건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시리아 원자로 건설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지만, 미사일 부문에서 밀접히 공조했던 이란과의 핵 협력 가능성에 대해선 정황적, 일화적(anecdotal) 증거를 기반으로 한 전문가들의 진단과 유력 언론의 탐사 보도가 이어져왔습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과 이란의 광범위한 군사 활동에 대해 오랫동안 우려해왔으며 여기에는 미사일 뿐 아니라 핵 개발 관련 협력도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I think we've worried for years about cooperation between North Korea and Iran across a wide front of the military activities including this on development and nuclear development.”

북한과 이란의 불법 무기 거래에 대해 집중 연구해온 전문가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분석관과 국방부 선임 동북아 정보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미 텍사스 앤젤로주립대 교수입니다.

북한의 무기 판매를 추적해 2018년 저서(North Korean Military Proliferation in the Middle East and Africa)로 발간한 벡톨 교수는 이란에 핵기밀을 전수했던 파키스탄의 공백을 북한이 메운 것으로 진단합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 “They needed somebody to step in and help them out with their program and it appears that that was when North Korea stepped in to start helping assisting the Iranians with their program. Things like computer programs to help them run their testing. The North Koreans built the underground HEU facility, a key facility for centrifuges for the Iranians, and it looks like at least through about 2011.”

이란이 핵실험 시뮬레이션 컴퓨터를 운용하고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시설을 짓는데 북한이 도움을 줬으며 이런 관계는 적어도 2011년까지 계속됐다는 설명입니다.

1, 2차 북 핵 위기 당시 영변 핵 시설 사찰을 주도했던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보다 신중한 입장입니다. 북한과 이란이 우라늄 농축이나 핵무기 제조 부문에서 협력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정황적 요소들을 주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과 이란 모두 파키스탄으로부터 P-2 원심분리기 기술을 전수받았지만 이란은 여기서 더 나아가 기존의 마레이징강 대신 탄소섬유를 원심분리기 로터 재료로 이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탄소섬유는 전략물자로 기술 유출이 엄격히 통제되는 품목이라는 점입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중국 내 북한 업체가 2000년대 중반 이란에 탄소섬유를 판매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미사일 동체에도 탄소섬유가 사용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란 핵에너지기구가 아닌 (북한과 거래 전력이 있는) 미사일 관련 기구가 탄소섬유를 사용한 원심분리기 로터를 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I think it was around 2005 or 2006 when an Iranian company was caught of buying carbon fiber in big quantities from China but actually from the company which was owned by the North Koreans. They acquired this material. But what makes it very interesting is when Iran produced first carbon fiber rotors, actually they were manufactured not in the Atomic Energy Organization of Iran but by the people who manufactured missiles.”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전수받은 이란이 이 과정에서 탄소섬유도 중국을 경유해 함께 건네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 겁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이 원심분리기 제조에 탄소섬유를 사용하는지 알려지지 않았고, 미국의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2010년 방북 당시 확인한 영변의 원심분리기도 마레이징강으로 제작돼 있었지만 핵 기술 개발에 매진해온 북한이 그 단계에서 멈추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만약 북한도 원심분리기 제작에 탄소섬유를 사용하고 있다면 이란과 겹치는 부분이 없는지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I think this is some area where we should look at if there is something which is common or not.”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과 이란의 공개적 핵 협력 증거는 없지만 경험을 나누는 형태의 협력이라면 애초에 감지하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주로 정황적 증거에 기반을 둔 두 나라의 핵 협력 가능성은 이미 미 언론과 국제기구 인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타임스는 지난 2003년 기밀 보고서와 이란 망명가 등을 통해 이뤄진 3개월간의 독자적인 조사를 거쳐 북한 군사과학자들이 이란 핵시설에 들어가 핵탄두의 설계를 돕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카스피해 연안에는 북한인들을 위한 전용 휴양시설이 마련될 정도로 많은 북한인들이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벡톨 교수는 두 나라간 ‘협력’이란 북한이 판매자, 이란은 구매자인 관계를 뜻한다며 북한의 기술이 미사일과 핵무기 부문에서 모두 이란 기술을 앞서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 “When I say collaboration, what I mean is North Korea is the seller and Iran is the buyer. North Korea's missile programs are ahead of the Iranians’, their nuclear program is ahead of the Iranians’, so the Iranians are the ones who are acquiring that data and the technical assistance from the North Koreans not vice versa.”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북한과 이란의 핵 협력 정황을 공개 거론하지 않고 관련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해서 이 문제를 일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미 시리아와 리비아에 핵확산을 했다는 것은 북한이 특정 핵기술을 공유하는데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오핸론 연구원] “So those two examples would suggest that North Korea had no particular qualms about sharing certain kinds of nuclear technology.”

오핸론 연구원은 이란의 원심분리기와 원자로 제조 기술이 북한보다 뒤진다고 보지는 않지만 이란과 비슷한 과학 기술 수준을 갖춘 리비아와 시리아도 북한과 핵 협력을 했다며,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없더라도 북한과 이란의 핵 협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마이클 오핸론 연구원] “I don't know to what extent Iran will even really need the help from North Korea. I think that Iran’s basic ability to create and build centrifuges and reactors might not be behind North Korea's. I'm not sure of how to make that analysis from the information I have, but you know Libya and Syria were not as far along in their scientific sectors as Iran is. So I'm not sure that this trade would have happened between North Korea and Iran, but it's certainly not out of the question.”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면밀한 감시를 받는 이란이 이 같은 감시망에서 벗어나 활동해온 북한을 통해 핵 프로그램을 운영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연구원] “North Korea is able to develop its nuclear weapons without inspection and without observation by the outside world, so I wonder if Iran is helping to fund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with the eventual intent to be able to purchase those weapons from North Korea.”

특히 미국과 북한, 이란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경우 두 나라의 핵 협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제재 강화와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로 궁지에 몰린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할 동기는 커진 상황이라며, 이란이 추구하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에 북한이 동참한다면 북한의 플루토늄 혹은 무기급 우라늄이 이란의 옵션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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