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한 지 29일로 18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두 차례 대통령이 바뀌고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미-북 관계에도 많은 기복이 있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녹취: 부시 전 대통령] “North Korea is a regime arming with missiles an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while starving its citizens… States like these, and their terrorist allies, constitute an axis of evil, arming to threaten the peace of the world.”
18년 전인 2002년 1월 29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주민들은 굶기면서,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하는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같은 해 8월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김정일을 혐오한다…자기 사람들을 굶기고 있기에 그에 대해서는 본능적인 반응이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텍스트: 부시 전 대통령] “I loathe Kim Jong-il…I’ve got a visceral reaction to this guy, because he is starving his people.”
부시 행정부에 의해 ‘악의 축’ 국가로 지목된 북한은 바로 그 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간접 시인합니다.
이런 가운데 부시 당시 대통령은 2004년 10월, 의회가 주도한 북한인권법안에 서명하고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는 등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이어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북 핵 문제 해결의 청사진을 담은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직후 미 재무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재무부는 BDA 은행이 위조 달러화를 유통시키고 마약 거래대금 등 불법자금을 세탁한 혐의가 있다며, 이 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금을 동결 조치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6자회담 합의의 이행을 거부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06년, 최초의 핵실험을 감행합니다.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2009년 취임한 바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대표하는 단어는 ‘전략적 인내’입니다.
미-북 관계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어 두 달도 채 안 돼 2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압박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시작된 건 2012년 2월 29일 이뤄진 미-북 간 합의가 파기되면서부터 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지 석 달 만에 이뤄진 이 합의는 북한의 핵 활동 중단과 미국의 식량 지원을 맞바꾸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합의 보름 만에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했고, 그 해 4월 13일 이를 행동에 옮겼습니다. “인공위성 발사”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미국의 대북 기조가 압박 쪽으로 옮겨가자 미-북 관계는 곧바로 사실상 파국을 맞았습니다. 북한이 2012년 12월과 2013년 2월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3차 핵실험으로 각각 응수했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비판 수위는 이례적으로 북한 정권의 붕괴를 언급하는 정도까지 강경해졌습니다.
[녹취: 오바마 전 대통령] “Over time you will see a regime like this will collapse…It is very hard to sustain that kind of brutal authoritarian regime in this modern world.”
현대세계에서 북한과 같은 잔혹한 전제정권이 유지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이후 북한은 미사일 도발 빈도를 높이더니 2016년 1월6일, 4차 핵실험의 성공을 발표했습니다. 이 실험은 특히 수소탄 실험이란 점에서 국제사회의 큰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2321호 채택을 주도하는 한편, 미국 정부 자체의 ‘대북 제재와 정책 강화법’과 행정명령 13722호를 발동했습니다.
또 두 차례에 걸쳐 인권 상황과 관련한 제재를 발표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늦추지 않으며 집권 마지막 해를 마무리했습니다.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이어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 United States has great strength and patience, but if it is forced to defend itself or its allies, we will have no choice but to totally destroy North Korea."
트럼프 대통령은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같은해 11월 한국 국회 연설에서는 “북한은 김정은의 할아버지, 즉 김일성 주석이 그리던 낙원이 아니며,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듬해 1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직후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과 탈북민 지성호 씨를 거론하며 대북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3월 초 일대 전환점을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전쟁 이래 70년을 적대관계에 있던 북한의 최고 지도자와 만나는 장면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6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만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손을 잡고 한반도 군사분계선을 넘어, 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 협상이 결렬로 끝난 이후 북한은 미국이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만 10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갔습니다.
그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 약속은 지켰다며, 북한에 대한 비판을 삼갔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톤은 다소 달라졌습니다.
지난 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에게 한 약속을 깰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에 맞춰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대화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도 이어갔습니다.
향후 관심사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두 정상 간 친분관계가 올해 실질적인 미-북 대화의 재개로 이어질지 여부입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