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미국 정권 교체기에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깊이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 차기 행정부와의 협력적 관계 설정 차원에서도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는 데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6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 회담과 오찬을 잇따라 가지면서 미국 정권 교체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한반도 정세를 함께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왕 부장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시작되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하면서 중국이 계속 지지하고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강 장관은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왕 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박사는 한국 정부가 미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안보 라인이 구축되기까지 한반도 긴장 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박사]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완비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그 기간을 못 견디고 또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의 결과가 얻어진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도발할 가능성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한국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중국의 협력을 빌어서 북한에 대한 도발 억제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죠.”
또 중국도 이같은 역할에 보다 적극적일 수 있는 요인들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조 바이든 미 차기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미-중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지만 북 핵 문제는 미-중 두 나라 모두 협력 분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중국의 입장에선 미국 바이든 정부와 향후에 일정 부분 협력도 하고 일정 부분 갈등과 경쟁도 해야 되는데 그런 맥락에서 갑자기 북한이 빌미가 돼서 어떤 형태로든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까지 다 사라지고 그래서 오히려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는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불확실한 변수들을 제거해 놓는 게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 훨씬 좋은 거죠.”
조성렬 박사도 미 정권 교체기 북한의 도발은 자칫 미-중 패권다툼의 전선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박사] “북한이 만약 도발을 할 경우 한반도 정세가 나빠지면 상당히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고 이를 통해서 중국과 미국간 전선이 굉장히 넓어지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고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죠.”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국제적 고립을 피해야 하는 중국으로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중시하며 협력적인 대북정책을 펴야 할 동기가 커졌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조성렬 박사는 상호의존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넘어 한반도 평화에 구체적인 기여를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주문에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그러나 중국이 북 핵 협상은 물론 남북 협력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바꾸게 할 만큼의 영향력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박사] “북한도 자력갱생 이야기 하면서 필요에 따라서 북-중 교역도 차단하고 있잖아요, 코로나로 인해서.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입장 전환을 요구하거나 이를 위해 압력을 행사할 정도 수준은 아니다, 다만 어제 왕이가 얘기한 것은 한-중간 협력의 기본 방향과 원칙을 얘기했고 또 한국 정부가 대화 재개를 위해서 노력한 것을 평가했다, 이런 정도로 봅니다.”
신 센터장은 중국은 비핵화와 안정,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한반도 정책의 세 가지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한반도 안정을 추구하는 입장이라며 한국 정부가 중국을 대북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