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다수당인 미국 하원이 대통령의 군사행동 결정 권한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북한과의 대화 국면 이전인 2년 전 의회가 대북 군사행동을 특정해 추진했던 유사한 움직임이 새삼 다시 주목됩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하원이 지난 30일 해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하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 2건을 의결했습니다.
미 의회가 약 20년 전 대통령에게 부여한 ‘무력사용 권한(AUMF)’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과, 의회의 예산 승인 권한을 활용해 의회 승인 없이는 대이란 군사행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입니다.
대이란 군사행동 금지 안건은 바바라 리 의원, AUMF 폐지 법안은 로 칸나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이 주도했습니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군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면서 이란과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것과 같은 사태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입니다.
AUMF는 이라크 전쟁 당시인 2002년 발효돼 이듬해 미국의 이라크전쟁 때 처음 활용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비롯해 미 대통령이 해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할 때 종종 근거로 활용돼 남용 논란이 일었습니다.
물론 하원의 이번 법안 통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군사행동 제동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의회 내 이런 논의는 미-북 대화 국면 이전인 약 2년 전 북한과 관련해서도 활발하게 있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예방적 차원의 대북 선제공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행동에 제동을 가하려는 움직임은 당시에도 민주당이 주도했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이어서 관련 안건 처리는 매번 무산됐었습니다.
2017년 10월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과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하원 법사위 민주당 간사였던 존 코니어스 전 의원 주도로 ‘위헌적 대북 선제공격 금지 법안’이 상정됐었습니다.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거나 실제 공격이 이뤄진 상황이 아니라면 의회 승인 없이 행정부가 대북 군사행동을 위한 예산을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대통령의 독자적 선제공격에 제동을 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대북 선제타격 예방’을 상정했지만, 모두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2018년 초 다시 하원에서는 민주당의 로 칸나 의원과 테드 리우 의원이 각각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칸나 의원의 법안은 무려 73명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두 법안 모두 상임위 심의조차 거치지 못하고 회기를 넘겨 자동폐기 됐습니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이번에 하원이 대통령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대북 군사행동 논란이 일었던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군사행동을 비롯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두고 북한이 협상에 나오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에 대한 위협이 임박할 경우 대통령은 헌법 2조에 근거해 선제공격을 가할 권한이 있다는 논리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공화당 일각에서는 현재의 AUMF는 대통령에게 어떤 대북 군사행동 권한도 부여하지 않는다면서, 북한과 이란에 대한 대통령의 군사행동 권한도 부여하도록 AUMF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맥카울 당시 국토안보위원장은 의회가 AUMF를 개정해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때문에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이번에 하원이 의결한 AUMF 폐지 법안과 대이란 군사 조치 제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