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이 미 의회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상원에도 다시 발의됐습니다. 미국 내 한인들은 의회의 이런 고무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봉이 성사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하와이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메이지 히로노 상원의원이 10일 ‘한국전쟁 이산가족 상봉 법안’을 지난 회기에 이어 다시 대표 발의했습니다.
법안 발의에는 민주당 타미 덕워스 의원과 캐서린 코테즈 마스토 의원, 공화당 댄 설리번 의원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11일 VOA가 입수한 법안은 미국 정부가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 내 한인들은 물론 한국 정부와 미-북 이산가족 상봉 방안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법안에는 국무장관 혹은 장관이 지명한 자가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미-북 이산가족 상봉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북한인권특사는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 대표들과 상봉 추진 노력과 관련해 정기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법안은 특히 화상을 통한 미-북 이산가족 상봉 방안을 협의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아울러 국무장관이 북한인권특사를 통해 한국 측과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과의 협의 내용을 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법안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미-북 간 상봉은 없었다며,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 (남북) 상봉 과정에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을 포함하는 것은 북한 정부의 긍정적인 인도주의적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말 하원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과 결의안이 각각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습니다.
이 법안은 지난 회기에도 상원과 하원에 상정돼 하원에서는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소관 상임위 심의를 거치지 못한 채 회기가 종료돼 자동폐기됐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 의회에서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회 내 초당적 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민주당 제임스 맥거번과 공화당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 민주당 그레이스 멩 의원과 공화당 소속의 한국계 영 김 의원 등 하원의원 11명은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북 이산가족 상봉의 중추적 역할을 할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은 하원의 관련 법안 표결 당시 본회의 연설에서 이제 고령에 접어든 미-북 이산가족들에 대해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라며 이산가족 상봉 추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김 의원] “Time is not on their side. Now they are in late years. Time is running out.”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장성관 사무차장은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법안이 상원 의결을 거쳐 의회를 최종 통과하더라도 실제 미-북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의회의 이런 적극적 움직임은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성관 사무차장] “실질적인 진전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외교적인 사안이라서 제가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법안의 의미는 사실 북한과 재미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을 실제로 호스트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전에 할 수 있는, ‘우리가 미국 측에서 할 수 있는 준비는 미리 해놓자’라는 데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북한과의 상황은 예측할 수 없지만 북한과 이산가족 상봉 기회가 생길 경우에 대비한 준비 사항들을 행정부에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겁니다
[녹취: 장성관 사무차장] “북한과의 상황은 급변하고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닥치든 그 전에 우리가 미리 해놓을 수 있는 것은 해놓자. 예를 들면 어떤 가족들이 이산가족 상봉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되고 또 희망이 있으신지, 그리고 우리가 이것을 추진하게 된다면 어떤 형태로 누구와 상의를 해서 어떻게 호스트를 해야하는지, 준비는 우리가 미리 선제적으로 해놓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법안이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KAGC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미 전역에 걸친 풀뿌리 청원 활동을 주도해왔습니다.
과거에도 미 정부와 의회, 한인 이산가족 단체들은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전인 2018년 10~11월경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미국 내 한인들을 포함하는 방안이 미국과 한국 정부 사이에 논의된 적도 있지만 결국 미-북 이산가족 상봉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내 이산가족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표명한 의지와 의회 차원의 노력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상봉에 실질적 진전이 있을지 여전히 큰 기대를 걸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 단체인 재미이산가족상봉추진위원회 이차희 대표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미국에 대한 지렛대 중 하나로 이용해왔다며, 의회의 관련 입법도 미-북 양국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차희 대표] “이렇게 결의안들, 그 다음에 빌들, 통과했으니까. 그런데 실제로 그건 상관이, 미국 정부와 북한의 실제 이산가족 상봉 결정에는 영향을 끼치진 못한 겁니다. 왜냐하면 빌이 바인딩 파워가 있다고 하지만은 부시 정부 때도 상봉이 안 이뤄졌고, 오바마 정부 때도 상봉이 안 이뤄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하원 청문회에서 미-북 이산가족 문제는“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라며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This is just heart wrenching, knowing that people have been not only separated but don’t even know the fate of their loved ones. So what I can pledge to you is that we will absolutely work on this.”
블링컨 장관은 당시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졌을 뿐 아니라 그들의 운명도 알지 못한다는 것은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라며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