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종말 시계’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자정 100초 전을 유지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위협 속에 중국과 러시아와의 패권경쟁, 북한의 핵 위협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검은 장막이 걷히자 원형 시계를 4분의 1 조각으로 쪼개 밤 9시부터 자정까지를 표현한 모형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분침은 자정을 가리키는 시침에 거의 닿을 듯 다가선 가운데, 아래 영문표식에는 ‘자정까지 100초 전’이라는 문구가 박혀 있습니다.
핵과학자회보 “올해 지구종말시계, 지난해 지표 유지…종말에 가장 근접”
`핵과학자회보’ 이사회는 27일 올해 지구종말 시계(Dooms Day Clock)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정 전 100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구종말 시계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저명 핵 과학자들이 창간한 격월간 잡지 `핵과학자회보’가 매년 발표하는 지표로, 자정은 지구종말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당초 핵전쟁 위험만을 나타냈지만 2007년부터 기후변화가 변수로 포함됐고, 올해의 경우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고려 요소에 포함됐습니다.
레이첼 브론슨 `핵과학자회보’ 이사장은 이날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발표한 100초 전 상태는 지금까지 지표 중 가장 종말에 근접한 수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론슨 이사장] “In 2020, we set the clock the closest it has ever been. 100 seconds to midnight…When the board set the clock last year at 100 seconds to midnight, We argued that we have seen influential leaders denigrate and discard the most effective methods for addressing complex threats…Last year's bulletin's 2020 statement returns over and over again to the same underlying problem, the deliberate erosion by politicians of science and our core institutions.”
브론슨 이사장은 복합적인 위험요소가 만연했음에도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이 효과적인 대처 방안 모색을 방관하고 있는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아 올해 지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브론슨 이사장은 자정 100초 전은 인류가 2분 전 경보 영역에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며, 이 영역 안에서는 위험이 높은 동시에 예측 오류가 매우 적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험, 핵전쟁-기후변화와 동일수준”
아샤 조지 `핵과학자회보’ 이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최소 4가지 변종을 야기하면서 인류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01년 탄저균 테러나 조류독감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로 이미 1억명 이상이 감염됐고 200만 명이 사망했다며, 이사회는 생물학 위협이 핵전쟁 이후의 겨울이나 기후변화와 동일한 수준의 위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지 이사] “I would just say that I am often asked how I compare this as similar threats and how I dare to compare biological devastation with nuclear winter with climate change and so on? And this is how I answer. I dare and the bulletin dares to talk about the biological threat…”
“핵무기 위협 용인할 수 없는 수준…북한 계속 핵 확장 추진”
스티브 페터 `핵과학자회보’ 이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핵무기에 따른 위협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에 수 조 단위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도 핵 현대화와 신형 무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역시 핵 전력 현대화와 확장을 추구하고 있는 동시에 이 세 나라는 신형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에도 뛰어들고 있는 양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시에 인도와 파키스탄, 북한은 계속해서 핵 전력 군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어떤 진전도 없고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은 오히려 우라늄 농축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 페터 이사] “China is modernizing and expanding its nuclear forces And the United States, Russia and China are racing to develop a new generation hypersonic weapon. India, Pakistan, North Korea continued the steady expansion of their nuclear forces…no progress and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핵과학자회보는 이날 공개한 성명에서 북한이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기존보다 커진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 16형을 공개한 가운데, 미사일과 핵무기 체계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화성 16형의 경우 아직 비행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북한의 무기체계에 어떤 역량을 추가하게 될지 불분명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비핵화 협상 진전 없어…향후 협상전망도 회의적”
또 지난해 미-북간 고위급 회의가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향후 협상 전망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성명은 지구 종말을 막기 위한 권고사안에 미국과 러시아 정상간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Treaty) 연장을 토대로 보다 포괄적인 무기 제한 협상을 권고했습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핵무기 관련 예산의 감축을 통해 미국의 핵무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지도력을 보여줄 것을 권한다며, 미국은 핵무기 선제사용 금지 정책(NFU. No First Use)을 공표하는 동시에 이런 정책이 안보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동맹과 경쟁국에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실험유예 약속을 문서화하는 데 동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란과 미국에는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다시 복귀할 것과 이란이 중동 안보와 관련해 보다 광범위한 논의에 참여하고, 미사일 활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존슨-설리프 노벨평화상 수상자 “핵 보유국들, 실재적 진전 이뤄내야”
한편 전 세계 원로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 (The elders)의 엘런 존슨-설리프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 겸 201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이날 핵 보유국들이 핵 감축 노력에서 진전을 이룰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존슨-설리프 전 대통령] “The nuclear armed states must recognize that their global credibility will be seriously undermined so long as they fail to make tangible progress towards disarmament, or nuclear threat…”
존슨-설리프 전 대통령은 “핵 보유국들이 군축과 관련한 실재적인 진전을 이루는데 실패할 경우 비확산체제 등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란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