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소설에서 그린 미래시대의 전체주의 사회를 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기술 발전이 북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압박의 수단도 되고 있다는 겁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스팀슨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은 디지털 기술이 북한에 외부 콘텐츠가 유입되기 위한 새로운 길을 열었지만, 동시에 기기들 간의 네트워크 증대가 정보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북한의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이미 탑재돼 있는 보안 프로그램은 대체될 수 없다며, 국가의 디지털 인증체계로 인해 휴대용 기기가 국가의 선전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휴대용 기기는 웹 브라우저를 통해 이용자가 방문한 웹 페이지의 기록을 남기는데, 불시에 그 기록의 스크린샷을 찍고 이용자가 이를 볼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도록 은연 중 강요한다는 설명입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의 이런 지적은 미국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가 최근 웹사이트에 ‘대북정책에서 인권의 역할’이란 주제로 올린 전문가 기고문의 일부입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북한 정권을 “궁극적으로 더 심각한 수준의 ‘조지 오웰’식 사회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1949년에 발표한 ‘1984’이란 제목의 소설에서 기술 발달을 바탕으로 전체주의가 극도화된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터넷 자유를 지원하는 비영리기구인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의 냇 크레천 부국장은 기고문에서 지난 25년 간 북한의 정보기술 분야가 크게 변했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이 기아를 겪으면서 외부 정보가 전례없이 유입되면서 주민들이 중국이나 한국의 콘텐츠, 비정부기구의 라디오방송 등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접했지만, 북한이 이후 경제적 안정을 어느 정도 되찾으면서 정보 유입을 다시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최근 들어 북한 주민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고, 외부 정보 소비를 사회가 더 잘 받아들이던 시대가 끝났다고 지적했습니다.
크레천 부국장은 북한 정부가 과거와는 달리 기술적으로 능숙한 방식으로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며, 소통과 미디어 소비가 국가가 통제하는 기기 상에서 정부가 통제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