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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중단 4년…입주기업들 “한국 정부, 재가동 노력해야”


남측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 (자료사진)
남측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 (자료사진)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 지 4년이 지났습니다. 한국 내 개성공단기업협회 등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 재가동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Effect-현장 구호] “다시 가자, 금강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열어내자!”

개성공단 가동 중단 4년을 맞은 지난 10일, 서울의 미국대사관 앞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기자회견을 마련한 개성공단기업협회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 측은 공단 재개를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또 정부 차원에서 남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재개를 즉각 선언하고, 기업인들이 공단에 들어가서 재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입니다.

[녹취: 이창복 의장] “이 정부에게 권고합니다. 2020년 신년사를 통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 노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선언했으니 만큼 실천을 해내야 합니다. 이 실천이 없는 선언은 많은 국민들로부터 배척을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이 상임대표의장은 북한 측 역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기업인들의 방북 요구를 수용하고 공단 재가동 준비를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미국을 향해서는 대북정책은 주권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바란다면 남북 간 협력을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측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1월 기준,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섬유와 기계금속, 전기전자, 화학 등 모두 124개입니다.

2005~2015년까지 10년 간 누적생산액은 미화 31억 8천만 달러에 달했으며 북측 근로자는 5만4천763 명, 남측 근로자는 803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라 이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는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올해 들어 남북 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의 10일 브리핑입니다.

[녹취: 여상기 대변인] “개성공단 사업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재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국제사회와 협력하며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 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은 사실상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공단 재가동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심상민 교수는 11일 VOA에,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71호는 북한과의 합작사업 신규 또는 확대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성공단 재개를 포함한 남북 경협사업이 여기에 포함되는 만큼 섣불리 재개를 시도했다가는 안보리 결의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심 교수는 다만, 안보리 내 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 승인을 받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심상민 교수] “최근에 나왔듯이 북한은 끊임없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고 또 불법적으로 석탄을 수출한 사실도 제재위원회 보고서에 수록될 예정이라고 하니까 북한의 비핵화 의지, 안보리 결의 준수 등 전체적으로 회의적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는 제재 면제를 신청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심 교수는 만약 미국이 안보리 제재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개별적인 설득 작업을 벌이는 등 한국 정부를 적극 돕는다면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또한 지금 상황에서 쉬운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수용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VOA에, 남북 협력 추진에 있어 관건은 북한이 아닌 미국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미국이 호응을 해줘야 됩니다. 미국이 계속 ‘선 제재 후 비핵화’ 하면 (남북 협력) 할 수 없잖아요. 독자성 그리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자로서 자율성 강화는 결국 남북 협력인데 그게 제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 특수성을 미국이 수용하고 인정해줘야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관건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입니다.”

한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김진향 이사장은 11일 공단 재개 여건 마련을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협의를 공식 제안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열린 ‘개성공단 재개 촉구 대회’에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선언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며, 북측이 제안하는 편한 일정에 개성공단에서 만나자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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