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1969년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사건으로 끌려간 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한국인 11명의 송환을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실종자 가족 대표는 더 늦기 전에 북한이 대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전문가들이 13일, 50년 전 한국의 국내선 항공기 납치 당시 강제 실종된 11명의 송환을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유엔 내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의 위원들과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해당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서한을 북한에 보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11명의 가족들이 사랑하는 이들에 관한 어떤 정보도 없이 불확실성 속에 50년이란 긴 세월을 기다렸다는 점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시급히 이들의 생사와 행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과 친척 간 자유로운 소통을 허용할 것을 북한 당국에 촉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1969년 12월 11일, 51명의 승객이 탑승했던 대한항공 YS-11기가 공중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갔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이듬해인 1970년 2월 14일, 39명을 한국으로 돌려보냈지만, 나머지 11명의 승객과 승무원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1969년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피해자 가족회’의 황인철 대표는 1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엔 전문가들이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북한에 송환을 촉구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 이렇게 간결하고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북한에게 촉구할 줄은 상상도 못했고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서한과 보도자료를 보고 이제라도 빨리 만나뵈야겠다라는 마음에, 말이 안 나오네요.”
황 대표의 아버지인 황원 씨는 당시 출장을 가다가 비행기가 납치되면서 북한으로 끌려갔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더 늦기 전에 아버지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북한이 대답할 차례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KAL기 납치사건은 북한이 부인한다고해서 사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국제사회가 다 알고 있는 사건이고, 이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그리고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저희 가족들을 하루라도 빨리 만나게 해주고 저희 아버지를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OHCHR은 “전문가들은 일부 납치 대상자가 고문과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주장에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 의무에 따라 요구되는 납치, 실종 또는 고문 혐의에 관한 독립적 수사를 현재까지 진행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강제실종 실무그룹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북한 내 강제 실종 미제 사건이 275개 등록돼 있다며, 실무그룹은 이전에도 해당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고려할 것을 유엔 안보리에 촉구한 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OHCHR은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북한이 해당 11명뿐 아니라 기타 실종자의 생사와 행방을 밝히기 위해 진정한 협력을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실무그룹의 정보 제공 요청에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자국에 강제실종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