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총비서에 추대된 것은 김 위원장의 북한 내 위상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대미 라인의 입지 약화와 대중 라인의 부상은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이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당 총비서로 추대키로 한 것은 김일성 주석 당시 전통적으로 존재했던 보다 공식적인 당 구조로의 복귀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A return to the more formalized structure of the party as it traditionally existed especially under Kim Il Sung. Because it is the kind of traditional role that the leader plays within the regime of being general secretary."
고스 국장은 11일 VOA와의 통화에서 총비서는 북한 정권에서 지도자가 맡는 전통적인 역할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특히 권력 구조를 신속화, 공식화함으로써 앞으로 이어질 5개년 경제 개발 계획에 대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든 것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의 결정을 신속하게 이행하고 당을 매우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스캇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총비서 추대는 김 위원장의 북한 내 위상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We can say that Kim Jong un's rule is fully consolidated at this time since he's taking the title that was held by his father."
스나이더 국장은 총비서 직책은 아버지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낸 자리라며 현재 북한 내 김 위원장의 통치가 완전히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새로운 직책 부여가 김 위원장의 기존 권력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일부에서는 이번 일이 실질적인 김 위원장 숭배 단계의 시작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Some will read into it that it perhaps is the beginning of a real adoration phase. Up until now, Kim hasn't really had the overwhelming public relations campaign that were devoted to his father and grandfather the cult of personality. Perhaps this is the beginning of that. The bottom of it all, they really don't make any difference at all."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는 할아버지나 아버지 개인 숭배 같은 압도적인 대중 캠페인은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하지만 결국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사실 김 위원장이 지닌 독보적인 권력은 이미 집권 직후부터 계속되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어떤 직책이 더해지든지 북한 내 모든 기관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권한은 이미 절대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고스 국장은 김여정의 권한 약화라고 평가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Her power does not come from the formalized party structure. It comes from her attachment to her brother. And her relationship to him through his personal secretariat, she's going to continue I think to be a guard, a gatekeeper, and that's going to be her primary role and as an adviser behind the scenes."
김여정의 권한은 공식화된 당 구조가 아니라 오빠인 김정은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으로, 앞으로도 경호와 게이트키퍼(gatekeeper)역할을 주로 맡을 것이며 막후에서 조언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내다봤습니다.
스니이더 국장 역시 김 위원장과의 가족 관계에 있는 김여정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당 대회에서 나오는 입지 변화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김여정이 통제하게 될 새로운 기관이 만들어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 때 가서 사람들은 김여정의 위상이 올라간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There may be yet some new agency that is being created that she will be given control of which then people will think it shows her ascension."
고스 국장은 또 당 대회에서 대미 라인의 입지 약화와 대중 라인의 부상은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11일 노동 신문에 공개된 주요 당직 인사 내용에 따르면, 대미 외교 라인의 간판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원에서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강등됐으며 대중 외교 라인으로 알려진 김성남 당 국제부 제 1부부장은 '당 국제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t's sending a signal to the United States that and that is basically saying, don't expect North Korea to take the lead in heading back to diplomacy. If you want to get back to diplomacy, you have to make the first concessions and you have to make the first outreach."
미국에 북한이 외교로 복귀하는데 주도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며, 외교로 돌아가기를 원하면 먼저 양보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과 관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경우 북한에겐 기댈 수 있는 중국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당 대회에서 나온 내용을 봤을 때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발전을 원하는 반면 미국과의 대화에는 훨씬 관심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Certainly in the overall message from the Congress Kim was signaling that he wants to continue improving relations with China and is far less interested in dialogue with with the U.S."
이어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와 자연 재해 등으로 막심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북한은 결국 중국의 지원을 기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중국과의 경제 교류 확대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클링너 연구원은 해석했습니다.
한편 미 언론들도 김정은 위원장의 총비서 추대 등과 관련해 여러 분석을 내 놨습니다.
'AP'통신은 '총비서'는 아버지 김정일과 할아버지 김일성이 가졌던 칭호였기 때문에 김 씨 일가가 이끄는 정권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에는 그의 통제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반면 총비서에 추대된 지금은 정적 등을 제거하고 권력이 강화됐다고 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북한이라는 폐쇄된 정권에서 총비서에 올랐다는 것은 김 위원장의 통제가 절대적임을 나타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김여정을 강등한 것 역시 이와 연관된 맥락이라며, 김 위원장은 김여정에게 공식 직함을 줄 경우 김여정이 자체적인 권력을 형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전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