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화학무기로 암살한 지 오늘(2월13일)로 꼭 3년이 됐습니다. 사건은 법적으로는 영구미제로 남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에 직면했고,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3년 전 2월 13일,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에서 맹독성 화학물질 ‘VX’ 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은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 뒤 동영상을 통해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며, 상황이 곧 나아지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한솔] "My father has been killed a few days ago. I’m currently with my mother and my sister… We hope this gets better soon.”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의 죽음은 한국 언론을 통해 처음 보도됐고, 이후 국제사회는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후계자로 선택되지 못했던 그의 암살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김정남은 이복동생인 김정은이 북한 정권의 후계자로 공식 지목된 뒤, 2010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는 발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3대 세습에는 북한 나름대로 내부적 요인이 있었을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주민이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는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며 북한 정권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당시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논평입니다.
[녹취: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 2017년 3월 브리핑]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이 암살된 지 1주일이 지난 시점에, 사건 용의자 5명이 북한 국적자라며 북한 정권의 개입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또 체포된 리정철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이미 평양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당국과 인터폴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수사는 진전이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체포된 북한 국적 용의자 리정철도 ‘증거 불충분’ 으로 석방돼 북한으로 추방됐습니다.
결국 김정남의 얼굴에 직접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발라 사망에 이르게 한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 두 사람만 기소돼 수감됐습니다.
이들도 지난해 3월과 5월에 각각 석방되면서, 김정남 암살 사건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채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화학무기금지조약(CWC)에서 사용을 금지한 맹독성 물질 VX를 이용한 북한 정권의 행동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영국은 2017년 7월에 열린 유엔 안보리 토론회에서 김정남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가 VX 화학무기에 의해 살해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영국 피터 윌슨 유엔주재 차석대사] “In particular, we are horrified at the report that Kim Jong Nam was apparently killed with VX in Malaysia earlier this year.”
미국도 김정남 암살에 치명적인 신경작용제인 VX 가 사용된 것은 중동에서 목격한 화학무기 공격 보다 더 충격적이라며 북한을 강도높게 비난했습니다.
[녹취: 미국 대표부의 에이미 택코 정무담당 참사] “Even more shocking is the confirmed use of the deadly nerve agent VX in Malaysia.”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발표하면서, 북한 정권이 해외에서의 암살을 포함해 국제 테러를 반복적으로 지원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North Korea has repeatedly supported acts of international terrorism, including assassinations on foreign soil.”
미국은 또 2018년 3월 북한 당국이 국제법에 위배되는 화학무기를 사용했거나 자국민에 대해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북 추가 제재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은 북한의 대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말레이시아는 같은 해 3월 북한 외교관 강철을 추방하고, 북한과의 비자 면제 협정 파기를 결정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또 4월에는 평양의 자국 대사관을 폐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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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