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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전 정전 67주년] 1. 세계 최장 정전체제 지속    


1953년 7월 28일 판문점에서 열린 첫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에서 블랙시어 브라이언 미 육군 소장과 리상조 조선인민군 소장이 신임장을 교환하고 있다.
1953년 7월 28일 판문점에서 열린 첫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에서 블랙시어 브라이언 미 육군 소장과 리상조 조선인민군 소장이 신임장을 교환하고 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오늘(27일)로 체결 67주년을 맞았습니다.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이 협정으로 전쟁은 일단 멈췄지만,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는 수 십 년째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VOA는 67주년을 맞은 정전협정을 돌아보는 두 차례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정전협정의 배경과 의미, 그리고 그 동안의 경과를 살펴봅니다. 김시영 기자입니다.

1953년 7월 27일. 2년 넘게 이어진 지루한 협상 끝에 마침내 윌리엄 해리슨 미 육군 중장과 남일 북한 조선인민군 대장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사흘 뒤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은 협정문에 최종 서명하면서 한국전쟁 정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녹취:클라크 사령관] “We have stopped the shooting. That means much to the fighting men and their families, and it will allow some of the grievous ruins of Korea to heal.”

클라크 사령관은 정전협정이 전투 중인 병사들과 가족들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며, 한국의 참혹한 폐허가 치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협정문에는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적대행위와 무장행동을 완전히 정지할 것이 명시됐습니다.

한반도 분단 상태를 양측이 빠른 시일 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윌리엄 해리슨 미 육군 중장과 남일 북한 조선인민군 대장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윌리엄 해리슨 미 육군 중장과 남일 북한 조선인민군 대장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3개월 안에 양측 고위급 정치 지도자들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회담을 가질 것을 권고한 정전협정 60조를 언급했습니다.

[녹취:맥스웰 선임연구원] “The Paragraph 60 of the Armistice recognizes that the political leaders must come together to solve the political problem of the unnatural division of the peninsula. And they have failed to do so.”

하지만 양측 정치 지도자들이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당시 한반도에는 평화회담을 통해 정전체제가 항구적 평화체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 예측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re was an expectation or hope or an anticipation that the armistice agreement would be followed by steps towards a permanent peace regime including a peace conference. But none of that ever happened, and it was so the unfortunate thing for the Korean Peninsula that armistice has continued.”

하지만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정전체제가 계속된 것은 한반도에 매우 불행한 일이었다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19년 만인 1972년,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습니다.

남북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통일에 관한 원칙에 합의하고 남북대화를 시작했지만, 1년 만인 1973년 8월에 중단됐습니다.

1991년에는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 등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됐고, 2000년에는 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났습니다.

2000년 6월 13일 북한 평양에서 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간 만남이 이뤄졌다.
2000년 6월 13일 북한 평양에서 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간 만남이 이뤄졌다.

두 정상은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한 의지를 담은 6.15 공동선언문에 서명했습니다.

이 선언을 계기로 남북 간에 각종 대화와 접촉이 늘었고,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가 활성화됐습니다.

2007년에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명시한 10.4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녹취: 노무현 대통령] “분단 반세기 만에 냉전체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이런 기대를 가질 수 있겠다...”

하지만 2008년 취임한 이명박 한국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강력히 반발했고, 이후 10.4선언 이행에 진전은 없었습니다.

북한은 또 정전협정 체결 이후 잇단 무력 도발 등으로 협정의 취지를 퇴색시켰습니다.

1968년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 무장 유격대 31명이 한국 청와대를 기습하려다 실패한 ‘김신조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대한뉴스 보도] “1월 21일 밤 10시경, 북한 괴뢰 무장간첩단 31명이 어둠을 타고 감히 서울까지 와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밖에 2차 한국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DMZ 목함지뢰 도발 등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은 지금까지 43만 건이 넘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들어서는 아예 정전협정 자체를 무효화하려는 시도에 나섰습니다. 1차 북 핵 위기 직후인 1994년, 정전협정 이행을 감독하는 기구인 판문점군사정전위원회에서 북측 대표단을 철수시킨 겁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직후에는 정전협정 전면 백지화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2월 14일 북한 평양에서 3차 핵실험을 축하하는 대규모 군민집회가 열렸다.
2013년 2월 14일 북한 평양에서 3차 핵실험을 축하하는 대규모 군민집회가 열렸다.

북한은 또 지속적으로 미국이 진정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을 끝낼 의도가 있다면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고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성윤 미 터프츠대학 교수는 북한이 1972년부터 종전선언 혹은 평화협정을 주장했지만, 북한이 순수하게 평화를 모색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이성윤 교수] “What I'm trying to say is this notion, or an end of war declaration, or peace treaty agreement, North Korea has insisted on this since 1972. Then one must ask question ‘why?’ In the end it's just the paper agreement, a peace treaty. it's not so much that North Korea seeks genuine peace and is willing to abide by the paper agreement. It's more so that NK seeks to change the international environment in its favor after the peace agreements, the raison dêtre of all U.S. troops in South Korea will have to come under question.”

북한이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에는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국제 환경을 바꾸고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품게 만들려고 했다는 겁니다.

1997년부터 2년 동안 미국과 남북한, 중국이 참가한 가운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4자회담이 여섯 차례 열리기도 했지만,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이 배제된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고 일부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이루면서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17일, 남북을 가른 판문점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판문점선언을 채택했습니다.

[녹취:문재인 대통령]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함께 선언하였습니다.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목표라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판문점 회담은 전임자인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이후 남북한 정상의 세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미북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미북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남북한 정상의 판문점 회담 두 달 뒤인 6월 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녹취:트럼프 대통령] “I want to thank Chairman Kim for taking the first bold step towards a bright new future for his peopl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의 밝고 새로운 미래를 향한 대담한 발걸음을 내디딘 김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어 9월에는 남북 간 군사합의로 비무장지대 내 양측 감시초소(GP) 일부가 철수하고, 군사분계선 5km 안에서의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의 야외훈련이 중지되는 등 평화를 향한 조치가 이어졌습니다.

또 판문점에서 미국과 남북한 세 정상 간 만남도 이뤄지면서, 일부에서는 한국전쟁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한 기대도 높았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2018년의 동계올림픽, 그리고 남북·미-북 정상 간 만남들은 희망이자 기대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re were hopes in some cases expectations on the part of many that the summitries, the Olympics, encounters between the North Korean leader and South Korean president, and the North Korean leader and the American president that all of that might finally open up prospects for dialogue leading to denuclearization.”

하지만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논의는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당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전략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오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평화협정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고스 국장] “May be the U.S. could put the peace treaty on the table is something to be negotiated, but we can’t do that because we need to know what the U.S. has to come to and North Korea need to come to some sort of an agreement on what denuclearization is.”

북한은 2019년 5월부터 초대형 방사포, 신형 전술유도무기,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이어갔습니다.

또 지난 5월에는 한국군 GP를 향해 총격을 가함으로써 정전협정을 또다시 위반했고, 이어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위협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남북한과 미-북 간에 적대감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리비어 전 부차관보] “It's really a tragedy that here we are so many years later. The war is still not officially over. The antagonisms between North and South and between the North and the United States, still exist”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공식적으로 종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진정한 비극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올해로 67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공식적으로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한반도에서는 지구상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세계 최장의 정전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67주년을 맞아 보내 드리는 기획보도, 내일은 두 번째 순서로 평화체제에 대한 미-북 간 입장 차이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알아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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