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군 당국이 통상 8월 중 실시해 온 연합군사훈련 개최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렸습니다. 두 나라가 미-북 비핵화 협상의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그동안 중단 또는 축소됐던 이 훈련의 재개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시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일, 다음달 실시 가능성이 거론되는 미-한 연합훈련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범위, 규모 등을 동맹의 맥락 안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예정대로 훈련이 실시될 경우 2017년 8월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연습이 마지막으로 실시된 이래 약 3년 만에 전구급 연합훈련이 재개되는 셈입니다.
이 훈련은 1954년 시작된 `포커스렌즈’ 훈련과 1968년 처음 실시된 을지연습을 통합한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에서 비롯된 미-한 두 나라의 대규모 연합군사연습 입니다.
주로 전시 미국과 한국의 군사협조 절차 등을 숙지·평가하는 모의연습으로, 전시에 한반도에 증원될 미군 부대 참모진을 비롯해 해마다 약 2만 명의 미군이 참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훈련을 비롯한 미-한 두 나라의 여러 훈련들이 2018년 6월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유도 차원에서 잠정 중단됐습니다.
2018년 7월 김부겸 당시 한국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브리핑입니다.
[녹취: 김부겸 전 장관] “올해 계획된 정부을지연습을 잠정유예하기로 결정하였고, 내년부터
한국군 단독 연습인 태극연습과 연계한, 민-관-군이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을지태극연습 모델을 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미-북 협상의 여파로 2019년 봄 실시 예정이던 ‘키 리졸브 연습’도 ’19-1 동맹’ 지휘소 훈련으로 축소됐고, 이와 연계해 실시하던 야외 기동 ‘독수리 훈련’은 폐지됐습니다.
미-한 동맹이 구축된 이래 미-한 연합훈련 실시의 변수는 미-북 과 남북 관계였습니다.
2008년까지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으로 불렸던 UFG 연습은 1990년에 첫 중단을 맞았습니다.
당시 걸프전에 참전 중이던 미군의 상황과, 사상 첫 남북총리회담 개최 전망 등 화해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그 해 8월로 예정됐던 연습이 중단된 겁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함정 16척과 3만여 병력이 참가하는 대규모 연합훈련이었던 ‘팀스피리트’ 훈련도 1992년 북한 문제와 맞물려 취소됐었습니다.
1991년 채택된 남북한 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행 차원에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안전협정에 서명하고 핵 사찰을 수용하는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핵 사찰 결과가 북한의 신고와 일치하지 않자 미-북 간 갈등은 커졌고, 미국과 한국은 대북 압박 차원에서 1993년 3월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했습니다.
그러나 1994년 10월 미-북 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고, 팀스피리트 훈련은 이후 전시증원연습(RSOI)으로 축소된 뒤 2001년을 끝으로 종료됐습니다.
한편, 미-한 양국의 대대급 규모 훈련은 전구급 연습과 훈련 실시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진행돼 왔습니다.
지난 4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자 미-한 양국은 2019년 북한과의 핵 협상을 고려해 연기했던 대대급 연합공중훈련을 재개했습니다.
또, 미-한 육군 간 연합 포병화력훈련 등 지난해 대대급 기준 100여 회 이상의 미-한 연합연습과 훈련이 실시됐습니다.
북한은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북침 연습’이라고 비난하며 훈련을 전후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등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인 가운데 최근 협상 재개를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 당국이 훈련 재개와 관련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