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머물고, 남북관계에도 다시 긴장이 조성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전격적인 돌파구가 마련될지, 아니면 상황이 악화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변수들을, 박형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다음달로 예정된 미-한 연합훈련은 올 하반기 한반도 정세의 첫 가늠자입니다.
관건은 훈련 규모와 성격인데,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고강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1일 밝혔습니다.
[녹취:에이브럼스 사령관]“This means tough realistic training during the day and night on the ground in the air. We must always be ready to fight tonight.”
“강도 높고 실질적인 훈련을 지상과 공중에서 해야 하며, 오늘 밤에도 싸울 준비가 항상 돼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과 한국은 1년에 두 차례 실시하는 연합지휘소 훈련을 전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연기했습니다.
또 미-북 대화 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지난해는 병력 가동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만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미-한 연합준비태세 유지 차원에서도 훈련을 다시 ‘정상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완전운용능력(2단계)’검증평가를 위해 연합훈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남북관계 회복을 모색하는 와중에 대규모 연합훈련이 불러올 북한의 반발이 한국 측엔 큰 부담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미-한 연합훈련을 ‘북침 연습’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무력시위로 대응해 왔습니다.
최근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인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도 한반도 정세의 주요 변수입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새로운 전략무기’, ‘핵 억제력 강화’ 등 군사 행동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조선중앙TV] “국가무력 건설과 발전의 총적 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레드라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추가 제재를 원하지 않는 만큼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도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북한은 최근 대북 전단 항의를 시작으로 통신선 차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대남 공세를 강화하며 추가 군사 행동을 예고했지만 일단 보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로에 서 있는 남북관계의 향배도 올 하반기 주목할 점입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 보건협력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지속적으로 밝혀왔습니다.
[녹취:문재인 한국 대통령]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달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남한이 남북관계를 미국의 농락물로 전락시켰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한국이 특사 파견을 요청했지만 ‘불순한 제의’라서 거절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측의 손을 잡을지 분명치 않습니다.
정상회담을 포함해 미-북 대화가 전격 재개된다면 한반도 정세의 가장 큰 분수령이 되겠지만, 워싱턴과 서울에서는 일단 온도 차이가 나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29일 시간과 코로나 상황을 언급하며, 11월 미 대선 전에 추가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비건 부장관] “I think it's probably unlikely between now and in the US election.”
이튿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미 대선 전에 미-북 정상회담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주 미 ‘AP’ 통신이 전격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한의 ‘10월 깜짝선물’ 가능성에 대해 보도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 핵 협상’은 우선순위가 아니며 시간도 없다는 분석인데, 반면 지지자에게 호소할 수 있다면 ‘막판 거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미 대통령 선거는 11월 3일 치러지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