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유엔 군축 고위 대표가 밝혔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군축체제가 느슨해지고 핵 경쟁 조짐이 다시 나타나면서 핵무기 사용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나카미쓰 이즈미 유엔 군축 고위 대표는 “북한은 안보리의 여러 결의에 따라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며 북한에 국제 의무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카미쓰 대표는 6일 일본 히로시마 원폭 투하 75주년을 맞아 가진 독일 ‘슈피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등 기존 핵 보유국과 신흥 핵 보유국인 북한을 구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핵) 보유 기간에 관한 것이 아니며, “북 핵 문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예속되는 매우 특별한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카미쓰 대표는 이어 미-북 대화가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매우 우려한다며, 유엔은 양측이 협상에 복귀할 것을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남북한 간 대화채널이 중단된 것도 우려 사안이라며, “신뢰와 투명성을 만드는 장치가 (핵) 위험 감소에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카미쓰 대표는 ‘핵확산금지조약 NPT 미가입국에 대해 국제적 압박이 더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핵 군축과 무기 통제에는 ‘만병통치약’이 없다”며 압박 만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비공식 핵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역내 안보와 관련한 우려를 갖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압박만 아니라 신뢰 구축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대화가 필요하며, 특히 “핵 군축이 개발 보다 그들의 안보를 강화하는 이유에 대한 더 나은 논의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나카미쓰 대표는 또 고의든 우발적이든 “핵무기 사용에 대한 위험성이 냉전 이후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 핵 위험 관리를 위한 대화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계산 착오’에 의한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히로시마 원폭 75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유엔의 목표인 `핵무기 없는 세상’이 더욱 멀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구테흐스 사무총장] “Today, a world without nuclear weapons seems to be slipping further from our grasp. The web of arms control, transparency and confidence-building instruments established during the Cold War and its aftermath is fraying.”
냉전과 그에 따른 파장의 결과 구축된 군비통제와 투명성, 신뢰 구축의 망이 느슨해지고 있으며, 세계는 분열과 불신, 대화의 부재로 인해 거리낌 없는 전략적 핵 경쟁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또 핵 보유국들이 무기를 현대화하고 위험한 새 무기와 운반체계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계속되는 이런 추세로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계산 착오로 인한 핵무기 사용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어 공동 비전인 ‘핵무기 완전한 제거’의 길로 돌아갈 것을 각국에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구테흐스 사무총장] “I repeat my call for States to return to a common vision and path leading to the total elimination of nuclear weapons. While all States can play a positive role, the countries that possess nuclear weapons have a special responsibility.”
모든 나라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특히 핵무기 보유국들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핵 보유국들은 핵무기 완전 제거를 위한 노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면서, 지금은 대화와 신뢰 구축 조치, 핵 감축과 최대한의 제한을 위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히로시마 원폭 75주년 성명에서 핵확산금지조약 NPT 체제에서 평화적 핵 이용 보장을 위한 IAEA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그로시 IAEA 사무총장] “The IAEA helps to make it less likely that nuclear weapons will ever be used again by verifying that nuclear materials are not being diverted from peaceful purposes.”
IAEA는 핵 물질이 평화적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검증함으로써 핵무기가 다시 사용될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는 전 세계 핵 시설을 방문, 사찰하고 각국의 핵 활동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보고서를 제공함으로써 핵확산금지조약이 ‘문서’에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핵 물질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테러리스트와 다른 범죄자들의 악의적 관심을 끌게 된다면서, IAEA는 핵과 방사성 물질, 관련 시설에 대한 보호를 확실히 함으로써 핵 테러 위험으로부터 171개 회원국을 보호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