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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 “북한 핵 위협 줄일 수 있다는 확신 있어야 정상회담...8월 연합훈련 재개돼야”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3차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위협을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이 밝혔습니다. 하스 회장은 또 미-한 연합훈련이 축소되거나 취소됐던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재래식 위협이 줄어들지 않았다며, 8월로 예정된 미-한 연합훈련이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하스 회장을 김카니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도움이 된다면 3차 미-북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또 한번의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

하스 회장) “이전의 미-북 정상회담은 많은 걸 이루지 못했습니다. 관건은 또 한 번의 회담을 하느냐가 아닙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위해 정상회담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정상회담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입니다. 정상회담은 회담 준비 과정에서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경우에만 열려야 한다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기자) 정상회담을 위한 미국과 북한 간의 철저한 준비를 강조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미-북 정상회담이 또 열린다면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 실무선에서 어떤 논의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하스 회장) “성공적인 회담은 한국, 역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줄이는 겁니다. 하나의 접근법은 최종 목표에 합의하고 북한의 핵 시설을 받은 후 단계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겁니다. 이것이 가장 선호되는 접근법입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제약을 둬야 하고 이것이 검증돼야 합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제재 완화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추후 단계들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또, 북한의 재래식 군사 위협에 대한 것들도 논의돼야 하겠지만 일단 제가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제한 부분입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북 제재 완화와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제한은 이전 핵 협상에서도 시도됐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회의론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하스 회장) “타당한 지적입니다. 비핵화와 군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북한의 위협은 지난 3년 반 동안 더 커지기만 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접근 방법도 효과가 없습니다. 저는 실용적인 사람입니다. 무장해제(disarmament) 보다는 군비통제(arms control)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식은 과거에 효과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계산법이 바뀔 수 있습니다. 제재 완화에 대한 북한의 생각이 바뀌었을 수 있고 미국의 생각도 바뀌었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협상은 단계적으로 긴밀히 이뤄져야 하고, 검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자) 제재를 완화하면 북한이 이를 활용해 오히려 핵 프로그램을 계속 진전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스 회장) “그건 수용할 수 없는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제재 완화는 철저한 조건에 기반해야 합니다. 북한의 역량에 대해 협상했던 것을 토대로 핵 감축의 대가로 일정 정도의 제재 완화에 합의하는 겁니다. 간단합니다.”

기자) 최근 김여정 노동당 제 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가 아닌 ‘적대정책 철회 대 협상 재개’가 기본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 요구는 북한이 수 십 년 간 요구해왔던 것으로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북한이 대화의 기준을 높인 것으로 보십니까?

하스 회장) “북한의 레토릭인지, 아니면 그저 단순히 으스대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실무회담을 하면 북한이 진지한지 아닌지 금방 명백해집니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정상회담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정상회담이 열린 후 북한이 갑자기 이런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는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10월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하스 회장) “저는 예전 국무부에서 정책 수립 담당자였습니다. 정책을 예측하는 부서를 담당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곤 했었습니다. 북한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나라는 없습니다. 한 개인에 권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북한이 어떤 일을 할지는 예상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당장 현안들이 많기 때문에 북한과 갈등관계에 있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한다면 미국은 이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자) 한반도 현안과 관련해 8월 미-한 연합훈련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외교를 위해 미-한 연합훈련이 중단되거나 축소됐는데, 재개돼야 할 시기라고 보십니까?

하스 회장) “물론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훈련 중단에 반대했습니다. 한국, 미국, 유엔군에 대한 북한의 재래식 군사 위협이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에 군사훈련이 왜 연계됐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와 시험, 미사일 등이 초점입니다. 만약 합의가 있었더라면 북한의 핵 역량 제한에 대한 제재 완화가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5년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미한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한 장병들이 오산공군기지 내 지휘통제소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미한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한 장병들이 오산공군기지 내 지휘통제소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기자)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존 볼튼 전 백악관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 입장을 과대평가해 미국에 알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3차 미-북 정상회담의 필요성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제시했는데,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하스 회장) “미국이 한국을 위해 중재하거나 한국이 미국을 위해 중재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미-북, 남북 대화가 따로 진행돼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한국 간 서로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미국과 한국의 국익이 똑같지 않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다른 관심사안을 갖고 있고,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이 긴밀히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으로 인해 미국과 한국 사이 틈이 생겨선 안 되며, 북한에 놀아나서는 안 됩니다.”

기자) 한국은 미국이 반대하는 남북 경협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미국과 한국 간 ‘서프라이즈’가 있었다고 평가하십니까?

하스 회장) “양측에서 ‘서프라이즈’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도 한국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 연합훈련을 중단시켰던 일 등 말입니다. 동맹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동맹은 긴밀한 조율에 기반해야 합니다. 북한과 협상하기 전에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고 이는 일본과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핵화에 지분을 갖고 있는 다른 많은 나라들이 있습니다.”

기자) 미-한 동맹의 현안 중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병력의 감축을 발표한 후 한국 내 일각에서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교착돼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하스 회장) “트럼프 대통령의 주독 미군 감축 결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국에 대해 유사한 결정이 없기를 바랍니다. 실질적인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의회의 반대가 클 겁니다. 미군의 한국 주둔은 한국에 대한 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중대한 국익을 위해서 입니다. 미국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죠. 미국이 미군의 주둔 조건을 지렛대로 삼아 협상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 혹은 감축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하스 회장)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에서부터 미군의 전 세계 주둔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유럽 동맹국들, 한국, 그리고 일본에 대해 갖고 있었던 사안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가능성이 있는 일입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미-한 동맹의 약화를 우려하시는 겁니까?

하스 회장) “지난 몇 년 양국 간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양국 간 마찰이 있었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시켰습니다. 한국이 유연성을 보여왔고 미국도 이 문제에 대해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이 마찰을 빚고 이것이 그들의 양국관계를 특징짓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라는 공동 위협을 마주하고 있고,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CFR 회장으로부터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과 미-한 동맹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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