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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육성’ 강조하는 북한…“제재 속 한계 뚜렷”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방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방문했다.

북한 매체들이 연일 ‘과학기술 육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국제 제재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믿을 것은 과학기술 뿐이라는 주장이지만, 한계는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과학기술을 얕잡아 보면 나라가 망하게 된다며, 과학기술이 국가 흥망을 좌우하는 ‘전략자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적대세력과의 장기적 대립이 기정사실화된 현 상황에서 믿을 것은 과학기술뿐이라는 겁니다.

또 제재를 넘어 경제강국 건설과 군사력 강화, 사회주의 문명 건설 등을 이뤄내는 것은 과학기술의 주도적 역할에 달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특히 최근 기계 자동화, 무인화 기술을 집중 개발하는 모양새입니다.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13일 최근 국가과학원 과학자들이 무인 원료 운반차를 북한식으로 완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평양기계대학에서 개발한 자동포장 로봇이 신의주화장품공장에 도입됐고,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개발한 노즐마개공급 로봇이 적용돼 린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학원과 주요 대학들이 개발한 기계화, 무인화 기술들이 주민생활과 직결된 경공업 생산 현장에 도입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 보도문에서 자력갱생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정면돌파하겠다고 선언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지난 2016년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모든 생산공정을 자동화, 지능화하고 공장, 기업소들을 무인화하는 것이 전략적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 과학기술 전문가인 강영실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연구위원은 21일 VOA에, 북한의 목적은 전반적인 시스템의 공정 자동화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같은 공정 자동화는 에너지 절약과 품질 제고, 인력 감축, 국가 자재 보호 등을 위한 것이란 설명입니다.

[녹취: 강영실 연구위원] “첫째는 에너지 절약이고 두번째는 품질 제고, 세번째는 인력 감축, 네번째는 북한의 모든 재산은 국가의 것이자 내 것이잖아요. 국가 자제 사용이 관리가 되는 거죠. 카메라를 다 달았으니까. 그래서 전체적으로 컴퓨터가 원료로부터 시작해서 자제를 밀고 제품을 만들고 포장을 하고 마지막 포장되어서 유통으로 나가는 것을 컴퓨터가 제어를 하고 카메라로 감시하고 그러니까 그 안에 도적질 이런 것도 없고 전체적으로 시스템이 공정을 자동화하는 게 목적이거든요.”

강 연구위원은 북한 내 이런 시스템들이 전반적으로 잘 정착돼 있지만 한국이나 선진국에 비하면 규모가 협소한 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자동화, 무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장 자동화는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는 ‘과학기술을 앞세운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의 핵심 수단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자력갱생으로 대북 제재를 정면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술진보의 근간인 과학기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은 21일 VOA에, 제재 속에서 희소한 자원과 부족한 재원을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극복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생산방식의 다양한 혁신과 개선, 기술개발 등으로 생산성을 높이려 한다는 겁니다.

[녹취: 정형곤 선임연구위원] “과학기술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은 당연히 미칩니다. 생산 인풋으로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잖아요. 보통 경제 초기에는 인풋을 많이 늘리면 아웃풋도 많이 증가하게 되는데 경제가 성장을 하게 될수록 그에 대한 한계 체감으로 인해 효과가 줄어들게 되거든요. 그럴수록 필요한 것이 기술개발이나 기술발전, 요즘 이야기하는 혁신인데, 북한 식으로 이야기하면 그런 기술개발을 통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하는 것 같아요.”

정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국산화를 비롯한 과학기술 정책 노선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사회주의 틀 내에서의 혁신과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소비재보다 생산재 생산을 우선시하면서 기계공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북한 역시 1950년대부터 기계공업을 육성했으며 1980년대에는 그 다음 단계인 기계공업 자동화를 시도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전자부품과 센서, 컴퓨터 탑재체 등 하드웨어 발달이 늦어지면서 김정일 집권 말기에 외국 상품을 도입해 자동화를 시도했는데 그 중 하나가 무인화라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현재 이런 무인화 바람은 생산재보다는 소비재 생산공장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이춘근 선임연구위원] “더 나아가 생산 공정의 무인화, 공장 자동화-무인화 그런 식으로 나갔거든요. 지금 무인화 단계가 본보기 공장이라고 하죠. 김정은이 직접 현지 지도하고 그러는 게 몇 개 있어요. 그것을 모델로 해서 다른 쪽으로 계속 확산시켜 나가는 거죠. 아직까지 하드웨어 부품 생산량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무인화는 못하고 본보기 공장 쪽 무인화를 많이 해요. 그리고 노력이 많이 안 들어가고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도 되는 소비재 제품 쪽의 무인화 공장들이 많이 나와요. 그러니까 소비품 생산, 먹고 사는 문제 등…”

이렇듯 북한이 과학기술을 국가 흥망을 좌우하는 전략자산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제재 속에서 기술 발전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영실 연구위원은 북한은 물자 부족으로 자재와 에너지의 정상적 투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영실 연구위원] “지금은 가동이 제대로 되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자재와 에너지가 정상적으로 계속 투입이 되어야 하잖아요. 북한에 자재가 어디 있어요, 대부분 다 수입해 들여와야 하는 상황인데. 그리고 조명 같은 것은 별로 에너지 소비가 안 되잖아요. 근데 공장은 동력이 전력이기 때문에 그게 정상 공급이 안 되면 돌아갈 수가 없어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선임연구위원 역시 북한의 과학기술 발전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습니다. 제재의 틀 내에서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녹취: 정형곤 선임연구위원] “과학기술이라는 게 국내적으로 다 생산기반이나 여러 가지가 갖춰져야 할 수 있는 것인데 북한 자체가 그럴 상황이 아니잖아요. 김정은 시대 들어서 국산화 정책 많이 강조하고 있어서 자기들 기술로 극복하자는 의도 같은데요. 지금 보면 대체 수입을 통해서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기존의 틀 내에서 하겠다는 거니까. 근데 그게 성공할지는 모르죠. 지금 뭐 제약이 워낙 많으니까.”

정 선임연구위원은 과학기술 정책은 김정일 시대에도 강조했고 매우 중요한 분야였다며, 관건은 이것을 어떻게 실현시키느냐의 문제인데 제재의 틀 안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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