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용 저위력 핵탄두를 처음으로 잠수함에 배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저위력 핵무기가 대북 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시영 기자입니다.
미 국방부는 4일, W76-2 저위력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용 탄두를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저위력 핵탄두란 기존의 전략무기급 핵탄두의 폭발력을 전술핵 수준으로 크게 낮춘 탄두를 말합니다.
기존 잠수함용 핵탄두의 경우 TNT 9만t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과 같은 90kt의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이번에 배치된 W76-2은 20분의 1정도에 해당하는 약 5kt로 알려졌습니다.
존 루드 국방부 정책담당차관은 이날 발표된 성명에서, 이번 조치가 미국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미국에 신속한 사용이 가능하면서 생존력이 높은 저위력 전략무기를 제공할 거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미국에 대한 어떤 위협에도 확실하고 결정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재적 적대국들의 제한적 핵 보유가 그들에게 어떤 이익도 주지 않음을 보여주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루드 차관은 “‘2018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서 일부 SLBM 핵탄두에 대한 개선 필요를 확인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위력 핵무기 도입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상대적 이점을 확보할 것이라는 러시아와 같은 잠재적 적대국들의 믿음에 대응하려는 차원이라는 겁니다.
조지타운대 안보학 센터 국장인 키어 리버 교수는 5일 VOA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북한이 미-한 연합사령부 전력 등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W76-2 저위력 핵탄두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저위력 핵무기로 북한에 보복 대응하는 것이 방사능 낙진으로 엄청난 사상자를 낼 수 있는 고위력 핵무기 사용보다 훨씬 신뢰도가 높은 (far more credible) 대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미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저위력 핵무기는 폭격기용이라며 잠수함에 탑재하면 그보다 훨씬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북한 핵무기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저위력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5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에 배치된 W76-2 저위력 핵탄두가 북한의 핵무기와 시설들을 파괴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y probably are not in a place where conventional weapons could destroy them. But they probably are in a place where a nuclear weapon could destroy them. If that is the case, then this warhead would be one of the ways for the U.S. to try to eliminate some or all of the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재래식 무기가 파괴할 수 없는 곳에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민주주의수호재단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5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미국의 억지력 자체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North Korea must know that if they ever use weapons of mass destruction, we have the capability to destroy targets from the tactical to the strategic. So there should be no question that they have to understand the deterrence capabilities of the United States.”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이 각종 전술∙전략 자산을 동원해 관련 목표들을 파괴할 것이라는 점을 반드시 알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또 이번 배치가 핵 전력의 완성에 관한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억지력 확보 뿐 아니라 군이 요구해 온 핵 전력 기준에 부합해 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