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제학 교수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외교정책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와 보건 정책, 국제기구와의 협력 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국제학 교수들은 대부분의 주요 외교 현안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매우 다른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같은 전망은 윌리엄앤메리대학 ‘글로벌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티칭, 리서치, 인터네셔널 팔리시 프로젝트’(TRIP)가 뉴욕의 카네기 재단과 공동으로 9월 17일에서 24일 미국 전역의 국제학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것입니다.
대학 측은 국제학 교수 4천983명에게 설문지를 보냈고, 이 중 706명이 응답했다고 밝혔습니다.
설문은 각각의 외교 현안마다 두 후보가 얼마나 다른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지 물으면서, 0 점은 차이가 없고 100점은 매우 차이가 크다는 기준으로 점수를 내도록 했습니다.
응답자들의 평균을 낸 결과 정책 차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으로 89점을 기록했고, 이어 기후변화 88점, 국제 보건 84점, 군사동맹 관리 83점, 이민 80점, 국제 인권은 77점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미국의 군사력 사용과 반테러 정책은 각각 43점과 45점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대중국 정책도 56점으로 두 후보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예측 가능성 vs 예측 불가능성...다자주의 vs 일방주의
마이클 티어니 윌리엄앤메리대학 국제관계학 교수는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국제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트럼프와 바이든 후보의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어니 교수] “First, the experts believe that Joe Biden is stable and consistent, whereas Donald Trump has promised to be unpredictable. Trump has said even back in 2016 when he was running the first time, he said American foreign policy is too predictable and that leads to bad outcomes and bad bargains for the United States.”
티어니 교수는 “전문가들은 바이든은 안정적이고 한결 같으며, 반면 트럼프는 본인의 약속대로 예측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016년 처음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트럼프는 미국의 외교정책이 너무 예측 가능해서 미국에 나쁜 결과와 나쁜 거래를 초래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제학 교수들은 또 “바이든은 공공 문제들에 대한 다자적이고 협력적인 해법에 참여할 전망인 반면 트럼프는 일방적이고 거래적이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본다”고 티어니 교수는 말했습니다.
응답자들은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다른 나라들의 미국에 대한 협력 수준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응답자의 92%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외국 정부들이 더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고, 트럼프 후보에 더 협력할 것으로 본 응답자는 2%에 불과했습니다.
또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61%,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30%로 전망했습니다.
응답자의 71%는 전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보다 외교정책에서 성과가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19%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 사용에 있어 오바마 전 대통령 보다 나았다고 답했고, 12%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 중국 정책이 오바마 대통령 보다 나았다고 답했습니다.
티어니 교수는 응답자들이 진보 성향으로 기울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티어니 교수] “I don’t think it’s politically neutral. Our sample of experts are professors of international relations and foreign policy at U.S. universities. And if you go and look at our survey results you’ll see that this group actually skews to the left.”
설문조사 대상이 미국 소재 대학의 국제학 교수들이지만, 정치적 성향을 물었을 때 66%가 민주당이라고 밝히는 등 확실히 진보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응답자 중 무당파라고 밝힌 교수들의 경우도 일반인 무당파 보다 훨씬 바이든에 호의적인 응답을 했다고, 티어니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티어니 교수는 이번 설문조사의 의미에 대해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어느 한 쪽으로 모아지면, 개개인 전문가들의 분석 보다 정책 입안가나 대중들에게 더 강력한 신호를 보내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설문조사에 북한 질문을 포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이슈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