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유엔 전문가 패널이 밝혔습니다. 또 불법 정제유 수입과 석탄 수출 등 제재 회피 활동을 지속하는 가운데 가상화폐 해킹으로 3억 달러 이상을 탈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국제사회의 끊임없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제재 회피, 불법 자금 확보 등의 활동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31일 공개된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활동과 제재 회피 활동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북한 핵∙탄도미사일 개발 활동 계속 이어져
우라늄 농축 공장서 수증기 기둥 목격…ICBM 핵 탄두 탑재 가능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경수로 건설, 핵시설 보수 등 핵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변 핵시설 우라늄 농축 공장에서 나오고 있는 수증기 기둥이 목격됐고, 지난해 10월과 11월 경수로 내부 공사와 관련한 전기 시험 활동이 있었다고 한 회원국이 보고했다는 겁니다.
5MW 원자로는 지난 2018년 이후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보이지만 주변에 계속 차량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유지 보수 활동은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패널은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회원국이 현재 1년당 생산 가능한 플루토늄의 양은 7kg으로, 지금까지 북한은 총 60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북한의 핵 장치는 단거리와 중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에 모두 장착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보고서에는 북한의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지적도 담겼습니다.
최근의 열병식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단거리와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액체 연료 대신 고체 연료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7월부터 북한 신포조선소에서 관측되는 지속적인 활동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면서 북한이 SLBM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나아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미사일 자체 기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대항해 북한의 미사일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재 회피 지속…정제유 수입 한도 '몇 배' 불법 수입
AIS 변환 등 회피 기술 진화…중국 "정보 부족으로 조사 한계"
그동안 계속 지적된 북한의 불법 정제유 수입 문제는 이번 보고서에서도 빠지지 않고 나왔습니다.
한 회원국이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정제유 제품을 북한으로 운송하는 선박의 모습은 지난해 1월부터 9월 동안 최소 121회 포착됐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불법 정제유 수입은 특히 2020년에 더 늘어났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제 3국의 더 크고 새로운 선박을 동원해서 가능해졌다고 전문가 패널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 같은 불법 정제유 수입으로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수입 한도인 50만 배럴의 '몇 배'에 달하는 정제유를 사들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회원국은 북한으로 정제유를 싣고 들어간 선박의 유조탱크가 90% 차 있었다고 가정할 경우, 한도인 50만 배럴의 8배가 넘는 400만 배럴 이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의 불법 정제유 수입과 관련해 북한의 제재 회피 방법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예전엔 선박자동식별장치 신호인 AIS를 끄는 방법 등으로 추적을 피했다면 이제는 아예 다른 선박의 AIS 신호를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표적인 사례인 '뉴콩크'호는 과거 북한 남포항에 정제유를 운반한 것이 여러 차례 적발돼 이미 감시망에 오른 선박입니다.
하지만 2020년 전문가패널이 해당 선박의 AIS를 추적한 결과 이 배에서 탐지된 AIS는 '뉴콩크'호가 아닌 '무손 328'호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무손 328'호은 파나마에 등록된 선박으로, 파나마에 문의한 결과 이미 등록이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불법 활동에 연루된 선박 중 상당수가 중국 항구 혹은 영해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이들 선박을 나포해야 한다고 중국에 요구했지만 중국은 전문가패널이 제공한 정보에 한계가 있어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중국의 제재 이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또 금지된 북한의 석탄 수출이 지난해에도 계속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회원국이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확인된 북한산 석탄을 실어 나르는 선박 활동이 최소 400회에 달하며 이를 통해 약 250만t의 석탄이 수출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 석탄은 대부분 중국 닝보-저우산 지역으로 수출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자금 확보 활동 지속…해외 노동자 활동 '여전'
북한 해킹 그룹, 가상화폐 해킹으로 3억 달러 이상 절취
전문가패널은 또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자금 마련을 위해 북한이 의존하는 주요 분야인 해외 노동자 파견과 사이버 활동도 여전히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콩고와 세네갈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는 건설 분야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있고, 나이지리아에는 의료 분야, 또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는 식당과 호텔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고용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주로 관광, 학생 비자를 발급받아 활동하고 있다고 전문가패널은 덧붙였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또 가상화폐가 북한이 최근 주력하는 분야라고 지적하며, 한 회원국은 북한이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가상화폐 해킹을 통해 약 3억 1천 640만 달러를 절취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해킹 그룹이 가상화폐와 관련해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장외거래 중개인들, 특히 중국에 있는 중개인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이 밖에도 북한이 금수조치를 어기고 캄보디아와 나이지리아, 러시아, 소말리아 등과 군사 물품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북한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지난해 북한의 대외 무역이 급격하게 줄었다면서, 하지만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기계류와 전자 기기류 등의 수출입은 계속 이어졌다고 전문가 패널은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