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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미-북 정상 간 외교…독재자 미화 vs. 제재 약화 없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열렸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며 이어져 온 미-북 정상 간 외교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독재자를 미화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대화 창구를 열어놓되 제재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과 관련한 각종 추측이 쏟아지면서 정상 간 친분에 초점이 맞춰져 온 미-북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년 동안 강조돼 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특별한 관계’에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미-북 대화는 필요하지만 정상 간 친분에 우선순위를 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 대사] “I certainly am in principle, in favor of keeping an open line of communication. I think we've seen over the past couple of years the limits of, you know, summit relationships, I guess, or top level of this kind of relationship…”

스티븐스 전 대사는 “원칙적으로, 미국과 북한은 소통 창구를 열어놔야 한다”면서도 “친서 교환 등으로 유지된 미-북 정상 간 관계의 한계를 지난 2년간 봐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미-북 대화 채널의 유지와 별개로 김정은 위원장을 종종 칭찬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묘사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사람이 매우 당황하는 것을 이해하며 자신도 그렇게 느낀다는 겁니다.

[녹취: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 대사] “I can understand why many people would find that very disconcerting and I find it disconcerting as well.”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칭찬이 그를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해도 “성과는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거듭 거론돼 온 두 정상 간 친분과 친서 교환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관계와 북한의 행동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I think it's not going to have effects because of Kim, and ‘I get this letter so I just tested,’ they didn't seem to care. ‘I can keep doing it.’ I mean that's the real danger.”

“김정은은 친서 등을 잘 받았다고 공개한 뒤에도 무기 실험을 계속해 왔으며, 실제로는 그런 개인적 친분에 개의치 않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코브 전 차관보는 정상 간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핵 프로그램 등을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우려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1년 넘게 유지했던 강력한 대북 억지와 인권 개선 의지를 주목했던 전문가들은 달라진 대북 접근법을 치밀한 전략적 변화로 받아들인다 해도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김정은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것이 북한의 오랜 계략에 맞서 오히려 정권을 훼손하려는 장기 전략일 수도 있지만, 김정은을 칭찬함으로써 그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f it was part of a strategy to undermine the regime, you know, I think there are ways that you could play our long game against his long con, but I think, with all due respect to the President, it's naive to think that heaping praise on Kim Jong-un, showing respect for him is going to change his behavior.”

“이런 접근법은 김정은이 자신의 전략이 통한다고 믿게 만들고 제재 완화 실패에 대한 북한 엘리트 계층의 불만을 극복하게 도와줄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To me, when you do that, it just reinforces his belief that his strategy is working, and that the world kowtows to him. It supports their domestic propaganda and is helpful in overcoming the failure that he has had to get sanctions relief.”

실제로 2014년 북한을 탈출한 전 노동당 고위관리 A씨는 VOA에 “2018년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 엘리트 계층은 김정은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칭찬이 이어지자 이들은 즉각적인 제재 해제까지 기대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A씨는 “하지만 제재에 아무 변화가 없는 데 대한 북한 엘리트들의 실망과 불만이 다시 김정은을 압박하는 상황이 돼 간다”며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계속 높이 평가하는 데 대해 이들은 의아해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특히 미국 지도자가 김정은 위원장을 높이 평가하는 듯한 표현을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며 “김정은의 행동이나 정치 철학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 think morally and ethically it's absolutely the wrong thing to do. Because we should never legitimize his behavior, or you know any of his actions and you know his, his political philosophy and, you know, none of that should be legitimized.”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묘사가 아니라 ‘최대 압박 캠페인’으로 대표되는 제재 압박이라며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실제 행동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옵니다.

친밀함 표출과 대조적으로 대북 압박은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입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지도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앤젤로 주립대 교수] “Obama made a big deal when he was running for president in 2008 about, you know, ‘I'm going to talk to these rogue leaders.’ You know they’re rogue leaders. We know they’re rogue leaders but talking with them doesn't hurt anything, right? Who did Obama ever talk to? He never talked to the leader of Iran or he never talked to Kim Jong-il when he was alive. None of that. Only Trump has. And Trump has done a very important thing and that's maintain the sanctions on North Korea, while he's talking to him. So he's talking to him but he's not giving them anything. He has kept the sanctions up, he's been tough on the sanctions.”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김정일을 비롯한 ‘불량국가’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누겠다는 약속을 전혀 지키지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대화를 하면서도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은 채 제재를 그대로 유지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벡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압박을 강화할 이유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가 그런 이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앤젤로 주립대 교수] “I think that President Trump is simply waiting until he has a reason to increase the pressure again. And that reason will have to be, in my opinion, something very simple, either a nuclear test, or a long range rocket test.”

김정은 위원장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미 정치권도 대통령 선거 준비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에 집중하면서, 정상 간 개인적 소통을 통해 북한과의 끈을 유지하는 방식은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코브 전 차관보는 “미 외교 정책 당국자들은 미-북 정상 간 친밀함 표출이 오래가지 않으리라고 본다”며 “미 외교 정책 당국자들은 이 같은 관계를 그저 ‘일탈’로 여긴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I think most of what we call the foreign policy establishment knows that this is not going to continue. I mean this is just an aberration, this type of thing. We'll get back to normal hopefully after the 2020 election or a second term of Trump where he won't have to prove all these things again.”

코브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더는 북한 문제에서 거둔 성공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대통령 선거 뒤에는 바라건대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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